[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영화 '아기와 나'(감덕 손태겸)에는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제대로 된 '아버지'의 존재다.
극 중 이이경이 연기하는 도일은 어머니와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의 부재 앞에서 아기를 맡게 된 사회 초년생이다. 병 때문에 입원한 도일의 엄마와 가출한 예준의 엄마. 엄마가 만들어주는 세상 밖에 남겨진 도일과 예준은 그 상황속에서 차츰 성장한다.
"'세상밖에 남겨진'이라는 영화 수식어는 사실 촬영할 때는 없던 문구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도일에게 상당히 큰 존재다. 어쨌든 도일이 많은 일을 겪고 그 모든 걸 이야기할 수 있는 어머니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 밖에 남겨진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프셔도 도일에게는 엄마가 있으니."
도일의 성장은 곧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아들에 대한 애정도 자신이 아버지라는 자각도 없던 도일은 아기를 책임지기로 결심하며 어른이 되어간다. 모든 배우가 경험한 일들을 연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가 없는 배우가 모성애 또는 부성애를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을 터.
"내 나이가 아버지와는 거리가 먼 나이다. 가정에서 아버지의 위치를 보여줄 수 있는 신이 별로 없다. 또 영화 속에서도 다들 떠나버리니까 아버지의 위치를 보여줄 수 있는 신이 별로 없다. 도일이는 이탈해나가는 중에서도 자신의 가족과 자리를 지키고 싶어 했던 한 남자다. 진짜 아버지가 됐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이경은 도일을 아버지가 되지 못한 존재라고 표현했지만, 홀로 남겨진 아기를 끝까지 책임졌다는 것부터 아버지의 역할이 시작된다. '아기와 나' 영화에서도 그렇듯 그저 아이 옆에 있어 주는 것조차 못하는 아버지들이 많기 때문.
배우 이이경에게도 아버지는 특별한 존재다. 대기업 CEO인 아버지가 관심을 끌었고,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기를 한다는 이이경의 이야기가 주목을 받았다. 특별해 보이는 부자(父子)지간이지만 이이경은 "평범한 무뚝뚝한 아버지와 살갑지 못한 아들의 관계"라고 둘 사이를 정의했다.
"사실 밝은 이미지와 달리 집에서는 말이 없는 편이다. 혼자 산 지도 12년이다. 그사이에도 나는 많이 바뀌었는데 집에서는 내가 여전히 말이 없는 막내아들이라고 생각한다. 말을 많이 하면 오히려 어색해지지 않을까."
같이 있어도 아버지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이이경.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버지이지만 아버지의 마음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고.
"같이 있어도 어떤 주제로 이야기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너무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버지지만, 표현법을 아직 못 배운 것 같다. 주변에 아버지와 친구처럼 지내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내 친구 중에도 아버지 앞에서 취할 수 있을 정도로 편하게 지내는 친구가 있는데 이야기를 들으면 재미있다. 그 친구는 '어른인데도 아버지에게 의지해서 문제'라고 이야기하던데 복에 겨운 소리인 것 같다."
또한 이이경은 아버지에게 먼저 다가가야 할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도 인식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여전히 무뚝뚝하고, 연락도 자주 하지 않지만 아들 이이경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 그 변하지 않는 진리는 인식하고 있었다.
"현재 아버지가 나를 보며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 예전에는 내가 연기하는 걸 심하게 반대하셨지만, 현재는 그냥 내버려 두신다. 연락을 안 하셔도 그게 아버지만의 응원인 것 같다. 아버지의 마음은 잘 모르지만 나를 사랑하는 건 맞지 않는가.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바뀌는 건 어렵다. 내가 먼저 다가가야한다. 그래서 요즘엔 집에 몰래 안마의자를 보내드리기도 하고, 가족 여행도 계획해봤다. 가족과 많이 소통하는 시간이 중요한 것 같다."
'아기와 나' GV 중 가수 하림은 이이경과 손태겸 감독에게 영화 '아기와 나' 속 도일의 가정이 화합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으로 둘째 출산을 제안했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를 좁힐 수 있는 것도 결혼과 육아가 아닐까. 아버지를 보고 자란 아들이 아버지가 되어갈 때, 그를 이해할 수 있는 법.
"연애를 안 하고 있다. 주변에서 소개해주시려고 하는데 내가 관심이 없다. 연락처 주고받고 연락을 하다가도 만나는 타이밍을 놓치면 그냥 무산되곤 한다. 주변 배우분들이 많이 소개해주시는데 내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연애도 안 하고 있으니 결혼 계획도 당연히 없다. 하하."
이이경이 아버지를 대하기 어려워하듯, 그에게 어려운 존재가 또 하나 있으니 바로 아기다. '아기와 나' 촬영 때도 자신의 아들로 출연한 예준이에 맞춰 모든 촬영이 진행됐다고. 그는 "아기는 감독님의 지시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아기가 가장 좋은 컨디션일때 무조건 촬영했다. 너무 귀엽지만 다시 한 번 애기와 영화에서 파트너로 출연해보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고 당시 고충을 설명했다.
영화를 찍기 전과 찍은 후의 이이경의 삶에 달라진 것 중 하나는 바로 누나가 딸 쌍둥이를 낳았다는 것. '아기와 나 '출연 전에는 아기와 별다른 인연이 없이 살아왔던 이이경이지만 영화 촬영 후 아기와 놀아주는 것에 자신감도 가졌다고.
"예준이가 참 얌전한 편이었다. 그래서 아기를 데리고 있어도 촬영에 크게 지장은 없었다. 점점 얼굴이 익을수록 낯가리는 걸 풀어가는 게 보였다. 그래서 아기를 돌보는 것에 대해 자신감까지 가졌지만, 나만 보면 많이 우는 쌍둥이 조카 때문에 다시 하락했다. 나중에는 애들이 나 때문에 너무 울어서 가는 게 민폐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 지금은 좀 커서 울지는 않는다."(인터뷰③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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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