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4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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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가.com] 과연 '라모스 마드리드'는 성공할까?

기사입력 2008.12.11 21:00 / 기사수정 2008.12.11 21:00

유형섭 기자



[엑스포츠뉴스=유형섭 기자] 지난 12월 10일 레알 마드리드는 후안데 라모스를 레알 마드리드의 새로운 감독으로 돌연 발표하며 여러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다.

라모스 감독의 계약 기간은 이번 시즌 종료까지이다. 레알 마드리드 팬들은 토트넘에서 참혹한 실패를 맛본 라모스 감독을 선임했다는 것에 놀라워하는 반응과 세비야에서는 성공했던 감독이라는 반응으로 나뉘고 있다. 한편으로는 라모스 감독의 세비야에서의 성공은 유능한 구단 수뇌부와 코치의 능력이 발휘된 결과라 생각하며 처음으로 '진정한 빅클럽의 감독'이 된 그가 과연 레알 마드리드를 다시 정상에 올려놓을 만한 역량을 지니고 있는지 우려를 표하는 의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갈락티코'라는 유령에 시달리며 우승컵을 FC바르셀로나에 빼앗겼던 레알 마드리드는 그토록 바라던 우승을 파비오 카펠로가 이루어냈지만, 그는 한 시즌 만에 자진사임이란 이름의 해임을 당했다.  그리고 카펠로의 뒤를 이어 레알 마드리드에게 31번째 라리가 트로피를 선사한 베른트 슈스터 또한 호비뉴의 방출관련 문제와 함께 보드진과 사이가 멀어졌고, 결국 일 년 반 만에 레알 마드리드 수뇌부는 슈스터의 사임공지도 없이 바로 후안데 라모스의 감독 선임 발표를 내놓았다.

라몬 칼데론이 회장으로 당선된 이후 레알 마드리드는 매해 우승컵을 손에 거머쥐었지만, 구단의 레전드 대우나 경기력적인 면에선 오히려 나빠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시즌의 레알 마드리드는 주축선수들의 부상이나 경기력적인 문제로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프리메라리가에서도 우승을 거머쥐기 힘든 상태이며 코파 델 레이는 1회전에서 탈락한 상태이다.

과연 후안데 라모스 감독은 시즌 도중 팀의 지휘봉을 잡게 된 핸디캡을 넘어 레알 마드리드에 우승컵을 안길 수 있을까?

감독 커리어

1992년 세군다B의 CD 알코야노의 감독직을 맡으면서 시작한 라모스 감독은 굉장히 팀을 자주 옮긴 것으로 유명한데, 그가 처음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00/01시즌 승격한 지 두 시즌째 되는 라요 바예카노를 UEFA컵 4강 자리에 올려놓으면서부터였다.  그리고 그 다음 시즌인 01/02시즌, 첫 승격한 베티스를 리그 6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이후 05/06시즌부터 맡게 된 세비야에서의 활약은 라모스 감독의 이름을 유럽 전역에 떨친 시기였다. 라모스 감독은 카누테, 파비아누, 아우베스를 주축으로 하여 탄탄한 조직력의 팀을 만들었고, 세비야를 UEFA컵 2연패, 코파 델 레이 우승이란 자리에 올려놓았다. 슈스터, 라이카르트, 페예그리니등 해외출신 감독이 많은 라리가에서 그는 스페인 출신 감독 중 가장 많은 명성을 쌓은 한 명이 되었다.

그러나 07/08시즌, 푸에르타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에 어수선한 세비야를 놔둔 채, 모두의 만류를 무릅쓰며 엄청난 이적료로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으로 이적하여 마틴 욜 감독의 후임 자리를 차지한다. 라모스 감독은 토트넘에서의 첫 시즌에 리그 11위라는 탐탁지 않은 성적을 거두었으나, 팬들은 그가 칼링컵 결승에서 첼시를 꺾고 실로 오랜만에 토트넘에 가져다준 트로피에 감사하였다.

하지만, 08/09시즌 주축선수인 베르바토프, 로비 킨이 떠남과 함께 라모스 감독은 토트넘에서 전술적 한계에 부딪히게 되고, 리그에서 8경기를 치르는 동안 승점 2점.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사임하게 된다.

그리고 라모스 감독은 해가 넘어가기 전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으로 선임되어 다시금 스페인 무대를 밟게 되었다.



전술과 구단

라모스 감독의 전술 : 4-4-2

그는 공격적인 4-4-2전술을 주로 사용하는데, 공격적인 측면 수비수들의 오버랩핑과 양윙어들의 조화, 그리고 피지컬을 중시하며 압박에 중점을 둔 중앙 미드필더진과 답답할 수도 있는 중앙 미드필더 라인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변형적인 양 날개 전술을 즐겨 사용했다.

세비야 : 프리미어리그의 피지컬 축구를 쫓다

후안데 라모스 감독의 세비야는 중앙의 강한 압박을 중심으로 경기를 만들어나갔다.  마레스카와 폴센의 중원은 오른쪽 수비수인 아우베스가 최대한 공격가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아드리아누와 헤수스 나바스는 아우베스를 도우며 포워드인 카누테, 파비아누가 좀 더 원활한 득점이 가능토록 했다. 특히 포워드인 카누테는 그저 골을 넣는 포워드에서 그치지 않고 전술적으로 중요한 선수로 사용되며 큰 키로 인한 제공권, 세밀한 테크닉과 패스까지 루이스 파비아누가 최고의 공격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었다. 스페인 특유의 중원에서의 패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하는 다른 프리메라리가 팀들은 강한 중원압박을 당할 수 없었고, 아우베스와 카누테가 주도하는 공격은 그 어느팀도 쉽게 막아낼 수 없었다.

세비야의 성공엔 라모스 감독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팬들사이에서 '거상'이라 불리는 델 니도 회장과 축구계 최고의 단장인 몬치, 그리고 수석코치 히메네즈의 역할이 컸다. 그 누구에게 휘둘리지 않는 미래를 정확히 주시한 영입을 하고, 최고의 선수로 성장시키며, 최고의 팀이 되도록 그를 보좌하고, 세비야가 만족할만한 가격으로 선수들을 이적.  엄청난 돈을 퍼부으며 선수들을 데려오기가 힘든 세비야 같은 구단이었기에 가능한 시스템이었고 이는 세비야 성공의 토대가 될 수 있었다.

토트넘 : 진정한 프리미어리그에 적응하지 못하다

시즌 중반에 결정된 갑작스러운 이적이었다.  주장인 레들리 킹은 출장하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고, 미드필더라인은 조코라외엔 전혀 압박이 없었다. 그는 먼저 토트넘 선수들의 식단을 조정하여 피지컬적인 우세를 유지하려 하였고, 부상만 아니면 체력적, 수비능력적으로 최고클래스인 우드게이트를 영입하였으며, 공격능력이 약한 이영표대신 심봉다를 왼쪽으로 수비수로, 허튼을 오른쪽 수비수로 기용하며 수비진을 정비하였다.  또한, 조코라의 파트너로 몸싸움이 좋은 허들스톤을 기용하며 중원의 안정화를 꾀하였고, 레논과 말브랑크를 양 측면 미드필더로 기용하며 공격적인 윙어의 역할을 주었다.

그는 데포대신 베르바토프와 로비 킨이라는 투톱을 중용하며 필드 어디에서나 공을 주고받으며 공격을 이끄는, 스트라이커인 동시에 공격형 미드필더로서의 역할을 맡기며 이들을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양 날개로 올려놓았다.  특히 07/08시즌 칼링컵 첼시와의 결승전은 그의 전술이나 선수들의 능력이 완벽히 발휘된 명경기라 볼 수 있겠다.



실패의 시작 : 살생부

08/09시즌 시작전, 라모스 감독은 토트넘을 완벽한 자신의 팀 - 공격적인 성향의 4-4-2전술 - 으로 만들기 위하여 여러 명의 선수가 포함된 방출 명단을 만들었다.  일명 '살생부'라고 불렸던 이에 따라 몇 년간 토트넘을위해 뛰던 주전선수들인 이영표, 심봉다, 로빈슨등이 많은 선수가 떠났으며, 벤틀리, 모드리치와 파블류첸코, 도스 산토스를 영입했다.

모두가 토트넘이 이번엔 빅4의 위치를 위협할 거라 평가했지만, 그 영입에는 코몰리 단장의 결정만이 작용했을 뿐, 정작 라모스 감독이 원하는 영입은 없었다.  라모스 감독은 베르바토프의 이적을 원치않았으나, 베르바토프가 노골적으로 이적을 원함을 드러냈기에 라모스 감독은 그의 대체자로 아르샤빈의 영입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적료차이로 아르샤빈은 제니트에 잔류하게 되고, 결국 라모스 감독은 그가 정작 원했던 양 날개에서 공격을 원활하게 해줄 자원을 영입하지 못한 채 시즌을 진행하게 된다.

시즌이 진행되어가면서 토트넘은 강팀이란 이름만 지닌 구단이 되어간다.  공격적인 윙백들의 역동성은 도스 산토스와 레논과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고, 미드필더진에서 압박을 가하는 선수는 조코라만이 유일했다.  투톱인 데런 벤트, 파블류첸코는 둘 다 원톱의 스트라이커 포지션에 특화된 선수들이기에 하나도 맞질 않았고, 경기에 창의력을 불어넣어 줄 모드리치는 공격수들과 자신사이의 연결고리가 될만한 선수가 없었기에 점점 혼자 하려는 성향이 강해졌다. 
또한, 라모스 감독은 잉글랜드에서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선수들과의 의사소통도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투톱 전술의 실패 이후, 라모스 감독은 원톱 시스템에 모드리치를 중심으로 팀을 짰지만 이미 단조로워진 공격패턴을 모든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간파하였고, 후안데 라모스 감독은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해임당하게 된다.

세비야에서 성공을 가져다준, 프리미어리그식 피지컬 축구를 쫓던 그의 4-4-2는 정작 프리미어리그에선 구닥다리 오래된 전술일 뿐이었다.

다니엘 레비 토트넘 구단주는 후안데 라모스 감독을 포함하여 실패한 영입의 원흉이 된 포옛 코몰리 단장까지 한꺼번에 해임하고, 새로 부임한 레드납 감독에게 선수 영입까지 모든 권한을 주었다.  새로운 감독에 대한 희망 때문인지, 영어가 통한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토트넘은 그동안 잃었던 승점을 무섭게 만회해가고 있는 중이다.

레알 마드리드 : 토트넘에서의 실패가 약이 될까?

'Tiki-Taka'로 대변되는 - 구티와 호빙요가 만들어가던 - 슈스터의 축구가 강한 피지컬과 빠른 공격에 무너지고 난 후, 라몬 칼데론 회장이 원하던 것은 중원에서의 압박으로 표현할 수 있는 후안데 라모스 감독의 축구였다.  모두의 우려 속에 펼쳐진 챔피언스리그 제니트와의 경기, 그가 보여준 레알 마드리드는 등을 돌린 베르나베우의 적은 관중에게서 박수를 이끌어냈다.

변형 4-4-2 : 라모스 감독의, 레알 마드리드의 진화

카누테이상의 잠재력을 가진 이과인과 최고의 골게터 라울의 투톱아래, 왼쪽측면은 마르셀루와 반 더 바르트가 호흡을 맞췄고, 오른쪽은 로벤과 살가도가 호흡을 맞췄다.  이는 그동안 왼쪽공격일변의 슈스터의 공격전술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또한, 반 더 바르트는 왼쪽 측면 수비수 마르셀루와 호흡을 맞추며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까지 소화하였고, 중앙의 구티와 가고는 반 더 바르트의 도움으로 공격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부담이 덜어진 듯 중원에서의 압박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이며 그동안 레알 마드리드에게 숙제였던 중원 점령을 비로소 실천해내었다.

양측면 윙어를 이용한 4-4-2전술을 사용하여 토트넘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일까, 반 더 바르트의 운용은 라모스 감독이 전술적인 발전이 없다고 생각했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참신한 전술이었다.  또한, 후반전에는 메첼더를 오른쪽 측면수비수로 기용하고 살가도를 왼쪽 측면수비수에 위치시키며 에인세, 토레스의 부상과 함께 마르셀루의 경고누적으로 인하여 엘 클라시코에 모든 왼쪽 수비수가 결장한다는 것까지 생각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과거 챔피언스리그에서 메시를 막기 위해 아르벨로아를 왼쪽 측면수비수로 기용한 리버풀의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의 의중과 같은데, 오른쪽에서 활동하는 왼발잡이를 오른발잡이로 막아보겠다는 의미이다.

후안데 라모스 감독은 슈스터 감독 재직시절 중용받지 못했던 메첼더, 하비 가르시아를 투입하는 등 슈스터 감독과는 다른, 좀 더 수비와 압박에 능한 선수들을 기용하였고, 이는 3대 0 승리라는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

라모스 감독의 세비야에서의 성공은 델 니도 회장, 몬치 단장의 도움이 컸다.  후안데 라모스 역시 레알 마드리드에게 시즌 초반의 부진을 넘어선 성공을, 다음시즌까지도 레알 마드리드의 재킷을 계속 입기 위해선 라몬 칼데론 회장과 미야토비치 스포츠 디렉터와의 연계,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의 모든 선수진을 하나로 만드는 것에도 주력해야 할 것이다.

챔피언스리그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아직 팬들은 후안데 라모스 감독을 믿고 있지 못하다. 그것은 레알 마드리드가 앞두고 있는 경기가 '엘 클라시코'이기 때문에 작은 승리를 가지고 기뻐하긴 이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라모스 감독은 토트넘에서의 실패가 밑바탕이 되어 감독 개인적으로, 그리고 전술적으로 성장했을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번 주말 열릴 엘 클라시코, 세계의 눈이 캄프 누로 모이는 그곳에서 후안데 라모스 감독은 전 세계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에게 그가 레알 마드리드라는 빅클럽 감독이라는 것의 정당함과 레알 마드리드가 타이틀 획득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내야 할 것이다.

[사진=후안데 라모스 감독 ⓒ레알마드리드 구단 홈페이지, 그림=ⓒ킹코스타]



유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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