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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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김연아의 가치, 관객을 사로잡는 스케이터

기사입력 2008.12.06 03:55 / 기사수정 2008.12.06 03:5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진정한 '토털 패키지' 김연아 - 하

대중들에게 감동을 주는 연기력, 피겨스케이팅의 차원을 바꿔놓다

피겨스케이팅 올드 팬들이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는 선수 중 한 명은 카타리나 비트입니다. 비트는 피겨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스포츠 경기인 피겨가 예술로 승화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시킨 스케이터이기도 합니다.

80년대부터 피겨스케이팅을 관전한 골수팬들 중, 비트가 1988년 캘거리올림픽에서 선보인 프리스케이팅 '카르멘'을 역사상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손꼽는 이들이 많습니다.

트리플 토룹 + 더블 토룹으로 시작해 트리플 살코, 트리플 룹으로 이어지는 점프도 일품이지만 비트의 위대함은 관객을 사로잡는 '연기력'에 있었습니다. 비트와 동시대에 활약한 선수들 중, 기술적으로 비트보다 나은 선수들은 충분히 존재했었죠. 그러나 궁극적으로 그들이 비트를 넘어서지 못한 까닭은 심판과 관객들을 휘어잡는 표현력에 있었습니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소름이 돋게 하는 표정연기와 강렬한 눈빛은 그 시대에 비트만이 가질 수 있었습니다. 기술의 배점에 의존해서 점수를 따는 것이 아닌, 뛰어난 표현력으로 피겨스케이팅을 승화시킬 수 있는지를 비트는 충실하게 해냈었습니다.

비트는 동계올림픽 2연패, 세계선수권 4회 우승, 그리고 유럽선수권 9회 연속우승이란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었습니다. 은퇴한 이후로도 비트는 기술만 앞세우는 피겨는 의미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동작이라고 좀 더 우아하게 해낼 수 있고 관객들에게 호소력을 줄 수 있는 스케이터가 진정으로 뛰어난 선수인 것을 비트는 자신의 연기를 통해 증명했습니다.

카타리나 비트가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카르멘'을 선보이고 난지 20년이 흐른 이후, 세계 피겨 사를 뒤흔든 절정의 연기가 공개됐습니다.

비트가 입었던 스페인 풍의 강렬한 의상과 화장을 한 한국에서 온 소녀가 '록산느의 탱고' 맞춰서 전율이 흐르는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심판은 물론, 대중들을 한눈에 사로잡은 표정연기와 우아함, 여기에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탄력적인 점프와 스피드까지 갖춘 이 선수는 2007 세계선수권 쇼트프로그램에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해냈습니다.

이 기록의 보유자인 김연아(18, 군포 수리고)는 '록산느의 탱고'를 통해 '연기력'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증명시켰습니다. 물론, 미셀 콴 같은 위대한 스케이터도 김연아 이전에 존재했었죠. 또한 현역 선수들 중,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스케이터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김연아는 비트 이후로 음악과 완전히 혼연일치가 돼, 창의적인 동작을 보여준 선수였습니다. 2007 세계선수권 쇼트프로그램을 중계한 유로스포츠는 김연아의 연기를 보고 '음악에 맞춰 저렇게 연기를 하는 것은 여자 싱글에서 난생 처음 본다'라는 찬사를 보냈었습니다.

그동안 김연아에 대해 '표현력이 뛰어나다'라는 의견은 일반적으로 통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정확하게 얼마나 뛰어나고 그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받는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뛰어난 안무와 표현력으로 예술적인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는 종목이 바로 피겨스케이팅입니다. 김연아는 주니어 시절, 국제대회에서 다른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무기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기술적으로 완성된 김연아에게 놀라운 연기력이 있다는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당시 지도자였던 김세열 코치의 조련 하에 빼어난 연기력까지 습득한 김연아는 캐나다 전지훈련에서 자신을 진정한 토털 패키지로 완성시켜줄 안무가를 만나게 됩니다.



팔을 휘두르지 말고 가볍게 움직여라. 그리고 손끝에도 감정을 넣어야한다

발레도 마찬가지이지만 피겨스케이팅에서 빼어난 연기력을 보여주려면 가장 우선시 될 '기본'이 있습니다. 유연성과 연기에 필요한 기본 동작도 물론 중요하겠죠. 그러나 이러한 것들을 한층 섬세하게 표현할 '감정'은 달걀의 노른자와 같습니다.

같은 팔을 들어 올리면서 손끝을 움직여도 감정이 들어간 것과 그냥 움직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팔과 얼굴의 동작이 각각 따로 움직이는 것은 기본적인 움직임이 결여된 점이 큽니다. 그러나 마음속에서 울리는 호소력을 등한시 한 점도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피겨스케이팅은 강한 체력과 기술이 요구됩니다. 또한, 섬세한 감수성과 연기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김연아는 남자 선수들에 버금가는 점프를 구사하는데 필요한 스피드와 파워를 갖췄습니다.

여기에 섬세한 연기를 하는데 필요한 풍부한 감수성마저 지니고 있었죠. 김연아의 어머니인 박미희 씨도 딸의 감춰져 있었던 뛰어난 연기력을 확인하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었습니다.

피겨스케이팅에서 기술의 비중은 매우 큽니다. 점수의 배점이 매겨져 있는 기술을 성공시켜야 만족할 수 있는 점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관객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무미건조한 연기를 한다면 뛰어난 스케이터로 인정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만약 김연아가 점프만 잘하는 선수가 되었다면 오늘의 위치에 올 수 없었습니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피겨스케이팅에서 표현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외면하지 않았던 김연아는 진정한 '토털 패키지'로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김연아와의 같은 '토털 패키지'가 계속 배출되려면

훌륭한 안무를 소화하려면 기본적으로 스케이팅 기술이 뛰어나야 합니다. 점프 일변도로 이루어지는 국내 훈련환경에 비해 북미와 유럽에서는 어릴 적부터 체계적인 스케이팅 기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것이 갖춰지면 빙판에서 이루어지는 안무를 빼어나게 구사할 수 있습니다.

국내 유망주들도 점프만 잘하는 선수가 아닌, 김연아와 같은 '토털 패키지'로 거듭나려면 어릴 적부터 스케이팅 기술과 안무, 그리고 표현력 등의 훈련을 등한시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성장하려면 많은 개선점이 필요하지만 김연아 이후로 피겨와 관련된 모든 부분에서 재능을 갖춘 '차세대 토털 패키지' 선수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올 가을에 벌어진 2008 꿈나무 대회와 국내 랭킹전 여자 2그룹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소연(11, 전남 나주초)입니다.

박소연은 나이에 비해 탄력과 높이가 좋은 점프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어린 선수치고 질이 좋은 점프를 구사하는 박소연은 최근 트리플 살코와 토룹도 거의 완성시키고 있습니다. 점프와 더불어서 박소연은 표현력에서도 재능이 풍부합니다.

이러한 선수가 지속적으로 발전을 이루려면 기본적인 체력 훈련이 꾸준하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피겨와 관련된 기술과 연기력 등을 고르게 배워나가는 점도 중요하겠죠.

김연아는 한국 피겨 계에 있어서 자신의 성공만을 남긴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토털 패키지' 선수로서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야 할지를 여실히 증명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피겨 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연기력이 피겨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도 일깨워 주었었죠. 아사다 마오의 전담 코치인 타티아나 타라소바가 '트리플 악셀'과 같은 고난도의 기술을 강조한다해도 '토털 패키지'와 비교한다면 트리플 악셀의 의미는 퇴색되고 맙니다.

김연아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앞서나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녀가 진정한 '토털 패키지'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팬들과 언론들은 이번 2008 SBS ISU(국제빙상연맹)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김연아가 우승할 수 있을지의 여부에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아무리 잘하는 선수라도 우승은 경기 당일 날에 결정되는 것입니다. 그 순간까지 섣부르게 예상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김연아가 늘 보여준 것은 이번에도 계속될 것입니다. 바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연기를 펼칠 것이라는 거죠. '감동'을 주는 스케이터가 되고 싶다는 김연아의 약속은 항상 지켜져 왔었습니다.

[사진 = 박소연 (C) 오규만 기자, 김연아 일러 = 배은미]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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