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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 다이어리] '선수들을 다룰 줄 아는 따뜻함' 이상범 감독대행

기사입력 2008.11.27 15:30 / 기사수정 2008.11.27 15:30

김혜미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혜미 기자] 현재 안양KT&G의 감독은 이상범 감독대행입니다. 코치에서 현재 감독대행으로 있지요. 벌써 2라운드 시작인 지금, 아직 그는 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있진 못합니다.

사실 이상범 감독대행은 안양의 오랜 팬이라면 아주 잘 알고 있을 얼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안양에서 정말 오래 있었기 때문이지요. 프런트가 바뀌어도, 팀의 이름이 바뀌어도 그는 늘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이쪽을 찾아와도 그는 늘 항상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안양은 이전에도 감독이 조금 자주 바뀌었습니다. SBS시절, 단테 효과를 톡톡히 누렸던 김동광 감독이 시간이 지나며 성적 부진 이유라는 이름 아래 사퇴하고, 그 이후 유도훈 감독이 작년 시즌까지 있다가 또 그 자리를 그만두었습니다. 그 자리를 계속 코치진에 머물러 있던 이상범 감독대행이 채워 주었지요. 몇 년간 몇 번씩 바뀌어서 선수들도, 팬들도 조금 혼란스러웠을 겁니다. 아무래도 감독이라는 자리는 그 사람만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것이니까요.

지휘하는 사람이 바뀌면, 아무래도 그 이후는 팀이 삐걱거리기 마련입니다. 고수해왔던 모든 것이 그대로 있는 것도 있을 수 있고, 아니면 싹 바뀌는 것도 있으니까요. 유도훈 감독 사퇴 이후로, 선수들도 그랬고 이상범 감독도 얘기했지만, 솔직히 많이 당황하였다고 얘기하더군요. 당연한 얘기입니다. 아마 그 일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 그랬을 수도 있고요.

작년 시즌 4강이라는, 무시할 수 없는 성적을 거둔 팀이었기에 이번 시즌 또한 기대를 모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감독 사퇴 이외에도 여러 일도 많았을 거고요. 그 속에서 이상범 감독대행은 시즌이 시작하기 전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팀을 꾸려갈 것인지,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서요. 특히나 한 번도 감독 경험이 없었기에 많은 우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즌이 시작되고, 몇 경기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제 겨우 1라운드가 지났지만, 현재 안양의 성적은 7승 3패로 단독 1위입니다. 성적으로만 보면 나무랄 데 없는, 아주 훌륭한 출발이지요. 하지만,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건 성적보다도, 그가 경기 중이나 후에 선수들에게 대하는 태도입니다.

11일 KCC와의 경기가 전주에서 있었지요. 무려 3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이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몇 번 경기가 끊기는 상황도 있었고, 심판을 불러서 얘기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경기 중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경기 상황이나 주심의 판정을 이해하지 못하여 화를 내거나 하는 것 말입니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그리고 종료 시각이 다가올수록 심각한 분위기 그대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경기가 풀리지 않고 맘먹은 대로 풀리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요. 계속되는 실책, 들어가지 않는 슛 등등. 답답한 상황이면 감독의 경우엔 그 답답함이 얼굴 그대로 나오는 경우가 당연합니다. 선수가 실수했을 땐 그것을 거침없이 지적하거나 이건 아니라는 등 고개를 흔드는 것처럼요.

이상범 감독대행은 어떨까요. 팀이 지고 있을 때, 그리고 선수가 실수하여 공격 기회를 날렸을 때 어쩌면 정석인 짜증을 내는 표정보다 웃는 표정이 더 많습니다. 아이러니하지요. 그 웃음이 정말 좋아서 웃는 게 아니라 허탈하다거나 이런 등의 표정이라는 것은 물론 누구나 다 아는 것이지만요. 얘기하고 싶은 건 그 웃음을, 그가 경기 중엔 항상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23일, SK와의 경기가 안양에서 있었습니다. 경기 중반, 주희정 선수가 테크니컬 파울을 범하며 자칫하면 분위기가 반전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물론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때 중계에 비친 이상범 감독대행의 표정은 화난 게 아닌, 허탈하다는 표정이었지만 결코 찡그린 얼굴은  아니었습니다. 

언젠가 중계에서 캐스터의 말이 떠오르더군요. 이상범 감독은 웃는 거 빼면 없을 정도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계속됩니다. 경기 내용과는 상관없는 질문이었죠. 경기 중반이나 후에 웃는 표정이 많다는 얘기였습니다.

그에 대한 이상범 감독대행의 답변은 간단했습니다. 즐기는 경기를 하고 싶다는 말이었죠. 그리고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경기가 안된다고 나까지 화내면 애들이 주눅이 들어요. 그러면 경기가 더 안 풀리게 되죠"라고요.

그에게는 웃는 것뿐만 아닌, 또 하나의 일관된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경기가 지든, 이기든, 선수들에게 잘했다는 말을 꼭 덧붙이는 것입니다. 경기가 이겼을 땐 선수들이 잘해준 거라며 웃고, 경기를 졌을 땐 그래도 수고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웃습니다. KCC와의 3차 연장 후에 가진 인터뷰에도, 끝까지 수고해준 선수들에게 매우 고맙다는 얘기부터 꺼냈습니다.

이런 그를 두고 항간엔 이런 말도 있습니다. 투쟁심이 없는 것 아니냐, 긴장감 같은 것도 없느냐 등등의 우려가 섞인 말들입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요. 경기는 매 순간 중요하니까요. 경기에 졌는데도 웃는 것을 보고 조금 황당해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나쁘다고 탓하는 게 아니라, 그래도 경기 중에는 그러면 안 되지 않느냐는 식의 얘기들입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짜증보다 미소를 짓는 것, 그리고 선수들에게 모든 공을 돌리는 식으로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 분명히 긍정적인 면이 더 많을 것입니다. 모든 판정이 결정난 상황에서, 짜증을 내봤자 소용이 없으니까요. 이미 실수한 선수에게 화를 내봤자, 소모적이니까요. 이상범 감독은 그것을 알기 때문에 판정에 짜증을 내다가도 곧 웃음으로 마무리하고, 선수에게 지적하기보다 손뼉을 쳐 주었습니다.

덕이 있고 인을 갖춘 감독에게 덕장이란 말을 씁니다. 반면에 경기 등에 최적인 흐름으로 풀어나가는 감독을 명장이라 부릅니다. 현재 KT&G는 7승 3패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모든 공을 돌리며 화보다는 웃음으로 대하는 이상범 감독.

덕장과 명장이라는 이 두 단어를 지금 그에게 붙여주기엔 아직은, 당연히 무리일 것입니다. 시즌은 아직 초반이고, 경기 중 그런 모습이 100% 긍정적인 것은 아니니까요. 어찌됐든 선수들을 통솔하는 감독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해야 하고, 유연하면서도 날카로워야 합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쌓아온 연륜과 경험치라는 말이 바탕으로 있어야 하고요. 이상범 감독대행은 이번 시즌이 감독으로 맞는 첫 시즌입니다. 앞으로의 성적도, 앞으로의 능력도 지금으로서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

그러나 그가 가진 그 긍정적인 면들이, 선수들을 얼마나 변화시키고 팀을 꾸려가는 데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는 벌써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분위기도, 그리고 현재 지금의 성적도 말이죠. 선수들이 어떤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는지 헤아릴 줄 알고, 선수들이 코트에서 2시간 동안 얼마나 열과 성을 다해 뛰는지를 그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화보다는 웃음을, 항상 선수들에게 수고했다며 인터뷰 끝에 빼놓지 않고 말해 주고 있습니다.

명장과 덕장, 둘 다 지니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말을 한 번에 정리하는 것처럼, 이상범 감독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경기를 즐기다 보면 승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라고요.

말에는 힘이 있다고들 하지요. 그의 그 말이 지금 팀을 좋은 성적으로 이끌고, 선수들 또한 좋은 분위기로 뛰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아직 초보인 그에게 명장과 덕장이란 말은 너무나도 섣부르겠지만, 시간이 흐르고 지금 모습 그대로라면 충분히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난 후라면 그에게는 앞으로 남은 시간이 많아집니다. 또한, 자신을 보는 모든 사람에게 보여줘야 할 것 또한 너무나도 많아지니까요.

 



김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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