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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전을 통해 본 '사우디 공략' 핵심 키워드

기사입력 2008.11.15 03:56 / 기사수정 2008.11.15 03:56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결론은 세트플레이와 수비조직력'

축구대표팀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경기를 앞두고 가진 카타르와의 평가전은 '수능'을 위해 치르는 '모의고사'처럼 다양한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남겼다. 박지성, 이영표, 박주영 등 해외파가 빠진 순수 국내파 선수들로 치러진 이번 경기를 통해 본 사우디와의 경기에 필요한 핵심 키워드를 뽑아 정리해 봤다.

세트플레이
 
이미 대표팀 공격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자리매김한 세트플레이는 카타르전에서도 진가를 드러냈다. 선발 출장해 교체 전까지 프리킥, 코너킥을 전담한 이청용(서울)은 측면, 정면 가릴 것 없이 위협적인 킥력을 과시하며 수차례 카타르의 문전을 두드렸다. 결국, 전반 6분에 절묘하게 감아차 바운드된 것이 그대로 골로 연결되는 정확성을 보여주었다.

K-리그 최고의 프리키커로 꼽히는 김형범(전북)도 이청용과 교체돼 들어가자마자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아티스트'다운 모습을 과시했다. 카타르에 동점골을 허용한 직후 곧바로 얻은 코너킥 찬스에서 절묘하게 감아차 올려 강민수의 결정적인 헤딩슛으로 연결되기도 했고, 먼 거리에서 직접 때린 프리킥은 절묘하게 땅볼로 깔아 차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이날 허정무 감독은 염기훈, 김치우 같은 킥력이 좋은 다른 선수들을 제외하고 이들에게만 킥을 전담시켜 실전 감각을 키우게 했다. 결국, 사우디전에서 이들이 올리는 한 방의 킥이 경기 전체를 좌우할 수 있는 포인트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투 톱 공격

월드컵 최종예선 2차전인 아랍에미리트전에 이어 한 달여만에 다시 투 톱 공격에서 호흡을 맞춘 이근호(대구), 정성훈(부산)은 지난 경기에 비해 상대 수비에 막혀 이렇다 할 찬스를 많이 얻지는 못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빠른 돌파에 이은 이근호의 측면 돌파는 막혀 있던 대표팀 공격에 활력소가 되기도 했고, 제공권을 앞세워 측면에서 포스트 플레이를 하며 근근이 찬스를 만들어간 정성훈도 어느 정도 대표팀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공격수들의 가장 큰 지상 과제인 골을 결국 뽑아내지 못하면서 허 감독으로서는 '해외파' 박주영(AS모나코)에 거는 기대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높아졌다. 박주영은 주로 원톱 형태로 경기에 나섰지만 최근 소속팀에서도 투톱에 나설 만큼 적응은 이미 끝난 상황이다. 17일 새벽(한국시각) 벌어지는 프랑스리그 경기에서 박주영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사우디를 겨냥할 골게터의 윤곽이 완전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중앙 수비

'골넣는 수비수' 곽태휘(전남)의 부상으로 넉넉지 않은 상황을 맞게 된 중앙 수비. 카타르전에서는 허정무호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냈던 강민수(전북), 조용형(제주)이 선발로 나서 집요한 중앙 돌파를 통해 찬스를 만들어 간 카타르 공격을 막아냈다.

그러나 전반 중반 이후, 미드필드진과의 간격이 벌어지며 잦은 중거리슛을 허용하는 등 호흡 면에서 문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후반전에는 포백 대신 스리백으로 전술 운영을 완전히 바꿨고, 선수도 김치우 대신 김치곤(서울)이 교체 출전해 센터를 맡으면서 강민수와 조용형이 좌우측 수비를 전담하게 됐다. 하지만 전혀 달라진 전술에 적응하지 못한 듯 전반전에 보여주었던 협력 수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였다. 자주 상대 선수를 놓치다 보니 위험 지역에서의 파울성 플레이가 이어졌고, 결국 이것이 빌미가 돼 프리킥골을 허용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스리백보다 포백에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인 대표팀으로서는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중앙수비수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리드해주는 사람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풀백 이영표(도르트문트)나 골키퍼 이운재(수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직력

지난 달 치른 2경기 A매치에서 톱니바퀴같은 조직력을 뽐냈던 우리나라는 카타르전에서 균형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미드필드진 내에서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패스플레이와 찔러 들어가는 위협적인 공격은 돋보였으나 공격에서 수비로 이어지는 속도가 늦고, 상대 공격 선수를 자주 놓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수비 조직력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아기자기한 발재간으로 수많은 찬스를 만든 카타르 공격수에 의해 조직력 자체가 와해되면서 결정적인 찬스를 수차례 허용하기도 했다. 탄력적인 몸놀림과 카타르보다 더욱 조직화된 사우디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 안에 공격과 수비 사이의 유기적인 조직력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캡틴 박'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 조절 능력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으로 꼽을 수 있다.

해외, 국내파 조화

허정무 감독이 골키퍼 김영광을 제외한 전 선수를 투입시킬 만큼 사우디전을 위한 '옥석고르기' 성격이 강했던 카타르전. FIFA(국제축구연맹)의 해외파 선수 소집 규정에 따라 박지성, 이영표, 박주영, 오범석(사마라FC)은 사우디전 48시간 전인 17일 경에 대표팀 합류가 예정돼 있다. 그러기에 해외파 선수를 비집고 주전에 들기 위한 국내파 선수들의 치열한 '엔트리 경쟁'은 대표팀 소집부터 이어졌고,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한 선수들의 '투지 있는' 플레이는 카타르전에서도 이어졌다.

'대표팀 주전 붙박이'인 박지성, 이영표 자리에 출전한 염기훈, 조원희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격과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김동진의 부상으로 측면 수비 자원이 마땅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장한 조원희는 후반전에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나서 다양한 활용 능력을 보여주며 허정무 감독의 '눈도장'에 들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었다. 염기훈은 오랜만에 대표팀에 승선해 몸이 덜 풀린 듯 초반에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중반 이후, 자기 위치에서의 활발한 홀딩과 특유의 파이팅넘치는 플레이로 많은 찬스를 만들었다.

그밖에도 오범석이 들어갈 왼쪽 풀백 자리에 선발 출장한 김치우는 활발한 몸놀림으로 상대 공격을 적절하게 차단했고, 후반 교체 출전한 또다른 풀백 카드, 최효진은 중앙에서 침투해 들어가는 카타르의 위협적인 플레이를 커버해 막아내면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결국, 사우디전에서는 해외파의 활약을 기대하는 것과 동시에 상대의 집중 견제에 막혀 분위기가 가라앉을 경우 '반전 카드'로 국내파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전략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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