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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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이제 반걸음 걸었어요"…정가람은 아름다운 도전 중

기사입력 2017.10.06 07:30 / 기사수정 2017.10.05 21:57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지난 해 4월, 정지우 감독의 영화 '4등'으로 스크린에 등장해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안기며 주목받은 배우가 있다. 그해 각종 영화제의 신인상을 휩쓸며 충무로의 새로운 얼굴의 탄생을 알린 정가람이 그 주인공이다.

정가람이 올해는 영화 '시인의 사랑'(감독 김양희)을 통해 다시 관객들을 만났다.

'시인의 사랑'은 인생의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사랑을 맞닥뜨린 시인, 그의 아내 그리고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감성 드라마. 정가람은 어느 날 시인(양익준 분)과 아내(전혜진) 앞에 나타난 해사한 얼굴의 소년 역할을 맡아 불안한 감정을 누르며 세상을 향해 첫 발을 디디는 소년의 모습을 특유의 진정성 있는 눈빛과 연기로 소화해냈다.

'시인의 사랑' 개봉 후 만난 정가람은 "(영화가) 두 번째인데, 첫 번째 때는 뭔가 너무 정신이 없었거든요. 영화를 찍은 지 체감 상 한 달밖에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반년 이상이 지났다는 게 정말 신기한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또 정가람은 영화가 개봉한 날을 '뜻 깊은 날'이라고 칭했다.

"뜻 깊은 날, 가슴 찡한 날인 것 같아요. '4등'때는 지금보다 더 어렸고 아무것도 몰라서 '영화가 개봉하는구나, 어떡하지' 그냥 긴장되고 그랬던 느낌이라면, 진짜 영화 한 편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애를 쓰시는 것이잖아요. 지금은 좀 더 책임감 있게 영화에 대한 여러 일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가람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를 떠올리며 "소년뿐만이 아니라 시인이나 아내 모두가 갖고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보면서 '이 영화 뭔가 좀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면서도 소년 입장에서의 여러 가지 감정들이 있는데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제가 연기를 한 지 얼만 안됐고 영화도 이제 두 번째 작품을 하는데, 뭔가 그런 복잡한 것들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이 되면서 도전하고 싶어지더라고요"라고 설명했다.


김양희 감독은 정가람에 대해 "피사체로서의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며 정가람을 향한 믿음을 보여준 바 있다. 정가람 역시 '시인의 사랑' 언론시사회를 통해 오디션 당시 김양희 감독에게 "'강렬한 눈빛'을 보냈었다"며 작품을 향한 애정을 보여 신인 배우와신인 감독, 두 사람의 남다른 시너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정가람은 "그런데 또 정말 신기하게도 오디션을 보고 합격이 됐을 때의 성취감보다는, 걱정이 더 많이 되더라고요. '이제 어떻게 이걸 내가 풀어낼까, 진짜 이걸 내가 하기로 했구나' 이런 생각이요"라고 회상했다.

영화는 개봉 전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선을 보인 바 있다. 당시 영화를 봤었지만, 본 개봉 후 만나는 영화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영화 자체의 색깔이나 분위기가 정말 좋고, 요즘 들어서 한국에서 좀 보기 드문 색깔이지 않나"라는 것이 정가람의 설명이었다.

영화는 정가람이 연기한 소년의 다양한 얼굴과 감정, 또 시인과 시인의 아내와의 만남 등 다양한 상황 속에서 그려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다.

정가람 역시 "시나리오에 없었던, 소년이 자라온 환경들을 많이 생각했죠.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 것들을 뭔가 앞에 많이 채워 넣으려고 했죠"라고 설명하며 함께 호흡을 맞춘 양익준에게도 많은 의지를 했다고 전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양익준 선배님이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섬세하게 접근하셨던 것 같아요. 처음과 중간, 그리고 나중의 감정이 모두 달랐던 것 같거든요. 또 저는 촬영을 하면서 느꼈던 것이 뭔가 항상 시인의 뒷모습을 따라가면서 바라보게 됐는데, 그 뒷모습이 그렇게 듬직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그 뒷모습을 힐끔 볼 때의 그 감정도 정말 좋았고요. 실질적으로 영화에서 나오지는 않지만, 촬영을 하면서 그런 부분들에서 좀 더 와 닿고 든든한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정가람은 "'시인의 사랑'은 정말 딱 한 가지의 시선이 아니고, 보는 사람마다 경험하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에 따라 다 다르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미소를 보였다.

촬영 당시에는 고충도 있었다. 정가람은 "연기를 할 때 저는 그 감정이 실제로 제가 느껴서 나와야 된다고 생각하면서 하는 게 제 연기의 길이라면 길인데, 이번에는 소년의 복잡한 감정을 오래 가지고 긴 호흡으로 연기해야 했어요. 굉장히 여운이 많이 남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정말 우울하려면 끝없이 우울해야 하면서, 또 그것을 다 토해냈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부분이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아직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좀 그럴 수 있지만, 배우로서 그런 점도 잘 조절하고 해낼 수 있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죠"라고 말을 이었다.

'시인의 사랑'의 여정이 끝난 지금, 정가람의 시선은 여전히 스크린 위에 머물러 있다. 연기를 하고 싶어 고향인 경남 밀양에서 서울로 올라왔고, 2012년 시트콤 '스탠바이'를 시작으로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등에 이어 스크린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4등'과 '시인의 사랑' 이후 정가람은 '악질경찰'과 '독전' 그리고 '기묘한 가족'에 합류하며 다양한 캐릭터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정가람은 "계속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라며 웃었다.

"지금은 작품을 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즐겁고 재미있는데, 양익준 선배님에게 그런 말을 하니까 선배님이 '한 번쯤은 좀 재미없을 때가 온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게 잘 생각해보면 좀 무섭기도 했어요. 저는 앞으로 연기로 먹고 살고 싶고, 이것(연기) 하나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더 열심히 할 것인데 만약 이 일이 재미없다면 정말 힘들 것 같거든요."

현재의 자신은 출발선에서 반걸음 정도를 뗀 상태라며, 앞으로를 향한 신발 끈을 더욱 단단히 조여 매겠다는 의지를 함께 내보였다.

정가람은 "이제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또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질 수 있는 것 역시 달라질 수 있겠죠.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겠지만, 최선을 다할 거예요. 도전한다는 그 자체가, 굉장히 아름다운 것이잖아요"라며 미소 지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매니지먼트 숲, CGV아트하우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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