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1.02 22:44 / 기사수정 2008.11.02 22:44
KT&G는 이로써 지긋지긋했던 홈 개막전 7연패에서 벗어났다. 지난 2001-2002시즌부터 이어졌던 연패는 관계자와 코칭 스태프, 선수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그들은 부담을 이겨내고 연패를 끊었다. 아울러 지난 31일 공식 개막전서 원주 동부에게 당한 패배를 잊고 첫 승리를 거두며 새 출발을 다짐할 수 있게 됐다.
반면 KTF는 개막 이후 2연패, 시범 경기까지 포함하면 4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우려됐던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은 나쁘지 않았지만, 답답한 공격력과 어딘가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은 너무나 아쉽다. 이 날 경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초반에는 접전이었다. KTF는 스티브 토마스가 골밑을 두드리며 안정적으로 득점을 올렸고, 신기성은 매치업 상대인 주희정과의 대결에서 다소 우위를 점하며 팀 공격을 주도했다. KT&G는 주희정과 양희종, 마퀸 챈들러, 캘빈 워너 등이 모두 공격에 고르게 가담하며 맞섰고 점수는 좀처럼 벌어지지 않은 채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다.
KT&G 입장에서는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조금 아쉬웠지만, 양희종의 대활약으로 충분히 이를 커버했다. 양희종은 3연속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바스켓 카운트를 얻어내는 등 골밑에서 투지를 불태웠다.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외곽슛도 이 날은 4개를 시도해 2개 성공하며 어느 정도 합격점을 줄 만했다.
약간 고전하는 것으로 보였던 KT&G는 갑자기 후반전부터 확 달라졌다. 초장부터 속공으로 상대를 몰아치기 시작하더니, 특유의 끈끈한 수비 조직력까지 발휘되며 조금씩 점수 차를 벌려 갔다. 이어지는 워너의 연속 덩크. 두 번째 덩크슛은 주희정이 띄워준 볼을 받아 그대로 앨리웁으로 꽂아넣으며 관중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고가기 충분했다. 기세를 탄 KT&G는 여전히 양희종이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활약하는 가운데 멀찌감치 달아나려 했다.
분위기를 빼앗긴 상황에서 KTF는 조금씩 무너져가고 있었다. 큰 점수 차를 허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경기 내용으로 봤을 때는 상대의 기세에 압도당하는 모습이었다. 이 날 경기에서 두드러졌던 '자유투 악몽'도 이때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2쿼터까지 단 3개의 자유투만을 얻어내며 2개를 성공시켰던 그들은, 3쿼터에 얻은 7개의 자유투 중 단 2개만을 성공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공격력도 무뎌지면서, 24초 공격 제한 시간에 걸리는 일이 잦아졌다. 거세게 휘몰아치는 상대에 비해 KTF의 공격은 너무도 답답했다. 제대로 볼을 주어야 할 곳을 찾지 못했고 우물쭈물하기 일쑤였다. 그나마 10점이 넘게 벌어졌던 점수 차는 겨우 8점으로 줄이며 추격의 불씨를 지필 수 있었던 것이 위안이었다.
4쿼터 들어 그나마 잠잠하던 제임스 피터스와 스티브 토마스 듀오가 득점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지만, 상대의 챈들러와 워너 역시 힘을 내며 쉽사리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여기에 주희정까지 득점에 가담하며 집중력을 잃지 않은 KT&G는 결국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는 데 성공했다. 피터스가 5반칙으로 퇴장당한 후 KTF는 마침내 힘을 잃고 무너졌다.
이상범 감독 대행이 밝혔던 '신나는 농구'의 승리였다. KT&G는 신바람을 내며 빠른 농구로 몰아치는 데 성공했고, KTF는 상대의 신바람에 휩쓸리며 답답한 농구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양 팀의 속공 숫자인 9대 2는 이런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와도 같았다.
더구나 KTF의 자유투는 악몽 그 자체였다. 20개를 던져 단 9개만을 성공, 45%의 성공률은 참담할 정도다. 반면, 승리한 KT&G는 21개를 던져 18개를 성공하며 86%의 고감도 적중률을 선보였다. 이 자유투 9개, 즉 9점의 차이가 승패에 큰 영향을 끼쳤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2연패 수렁에 빠진 KTF와 1승 1패로 균형을 맞춘 KT&G는 각각 오는 수요일과 목요일에 전주 KCC와 인천 전자랜드라는 강호를 맞상대한다. 1승을 거둬 분위기를 전환해야만 하는 KTF와, 연승으로 이어가려는 KT&G의 노력은 다음주에도 치열할 전망이다.
[사진=KTF를 상대로 승리한 KT&G 선수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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