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2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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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따라하기에 대한 우려

기사입력 2005.03.11 15:44 / 기사수정 2005.03.11 15:44

임건순 기자


너도 나도 선동열 따라하기

올 스프링캠프를 돌아보면 단연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가 바로 선동열 배우기다. 지난해 삼성에 부임해 권혁과 권오준, 배영수와 지승민 등을  크게 성장하게 해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그 뒤에는 3000개투구 소화와 많은 런닝소화 등 이른바 일본에서 배운 선동열식 투수조련이 있었다. 이를 통해 크게 성장한 삼성 투수들을 보고 부러운 나머지 너도 나도 지금 선동열식 투수조련을 따라하고 있다.

사실 국내 투수들의 연습량이나 훈련하는 방법 등을 볼 때 평소 문제의식이 많았다. 투수의 어깨는 분필이라면서 겨우내 몸 사리고 시즌 들어가서 많은 이닝과 투구수 소화를 한다. 그러니 투수들이 그간 어떠했을까. 이런 어설픈 미국식 이론과 조련이 투수들의 발전을 저해해왔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역시 투수조련은 일본식처럼 원시적인(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절대 원시적이지 않다. 다만 강도가 높을 뿐)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했고 작년에 선동열이 일본식 투수조련 방식을 도입한다고 했을 때 크게 반겼고 성공을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선동열 배우기 그리고 일본식 투수조련방식의 대대적인 도입을 볼 때 우려와 걱정이 앞선다.


우리 현실에 맞는가, 그리고 제대로 배우고 하는것인가?

런닝과 유연성 하체단련에 포커스를 맞추는 훈련방식과 지도는 백번 환영이다. 문제는 3000개 투구로 일컬어지는 겨우내 많은 투구수 소화. 그게 한국현실에 맞을까라는 의심이 든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기후가 따뜻하다. 따라서 그들은 어린시절부터 따뜻한 기후와 겨울에서 자라왔다. 또한 따뜻한 겨울 동안 동계훈련을 치루면서 겨우내 많은 공을 던져왔다. 특히 투수조련에 대한 노하우도 상당해 투구폼부터가 깔끔하고 부드러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추운 겨울속에서 훈련을 해왔고 겨울에 공을 적게 던지면서 커왔다. 그래서 어깨 근력과 유연성에서는 일본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다. 그리고 투수조련에 미숙한 부분이 많아 투구폼이 부드럽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일본투수들보다 떨어지는 유연성과 어깨근력 그리고 부드럽지 못한 폼. 이런 한국투수들을 똑같이 일본투수들처럼 겨울에 많은 투구수 소화를 하게 유도한다는 것 자체가 부작용이나 역효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여기서 선동열의 일본식 투수조련방식이 지난해 크게 성공을 거두었지만 더 넓고 주의 깊게 선동열이 투수조련을 했던 것을 봐야 한다. 선동열은 무엇보다 일본야구를 직접 경험했고 많은 노하우를 배워왔다. 그리고 트레이너코치로서 명인인 하나마쓰까지 영입해 자신의 지도와 조화시켰다. 또 그 뒤에는 국내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삼성만의 의료재활시스템이 있다,

선동열처럼 세부적이고 알짜배기 일본야구 노하우도 없이 그리고 훌륭한 트레이너 코치도 없이 그리고 삼성처럼 수준 높은 의료 재활시스템도 없이 그저 많이 던지고, 3000개를 겨우내 던져라. 그건 수박겉햛기식 접근으로 보이기도하고, 자칫하면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식의 일밖에 되질 않는다.

사실 이런 선동열식 투수 조련은 선동열이 먼저한 게 아니다. 과거에 김성근이 했었고 그와중에서 무수한 투수를 겨울에 길러냈다. 무명의 선수들을 에이스로 만들어 내면서 놀라운 성과물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김성근은 일본야구 노하우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깊이 있는 체계를 아는 사람이었다. 투수 어깨를 짚어보기만해도 상태를 안다할 정도로 투수에 대해서 잘 아는 지도자이다. 따라서 깊이 있는 일본식 조련법에 대한 노하우가 없는 지도자들과는 얘기가 다르다.

이런 이유로 선동열 따라하기를 너도 나도 실행하다가는 심한 역효과 내지 부작용이 우려가 된다. 특히 SK는 일본인 투수코치가 영입이 되었지만 원래 투수들이 잔부상이 많거나 몸이 유연하지 않은 선수가 많아 , 무척이나 우려된다.


올시즌이 끝난후 냉철히 되짚어 봐야

정리해보면 일본투수보다 떨어지는 어깨 근력과 유연성, 폼부터도 다듬어지지 않아 부드럽지 못한 투구폼. 그리고 깊이 있고 세부적인 일본야구의 노하우 도입과 체계적이고 과학적 선수관리. 이 모든 것이 병행하지 않은 막연한 따라하기는 자칫 여러 투수들 드러눕게 할지 모른다.

일본야구는 분명 우리보다 선진야구다, 앞선 기술과 노하우가 많고 배워야한다. 하지만 배울때는 깊이 있게 배우고 제대로 수용을 해야지 막연하게 겉만 보고 따라한다면 절대 안된다. 차라리 우리 실정에 맞게 융통성 있는 범위안에서 변화를 꾀해야지 이건  무리가 따르는 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겨울 너도 나도 선동열 따라하기를 하면서 많은 투구수를 소화를 강요했는데 지켜 볼일이다. 생각의 차이가 수준의 차이를 만든다고 한다. 수준향상을 위해 그간 해왔던 투수조련 방식을 만들어온 마인드에서 생각을 바꾸고 변화를 꾀하는 것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 현실을 제대로 짚어보고 배울려면 확실히 배우려는 자세가 있어야한다.

올시즌을 지켜보면서 그리고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선동열 배우기와 따라하기에 대한 냉철한 되짚어보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선동열 따라하기에서 부작용이 생겼고 실패가 보였더라도 무작정 일본식 조련은 안된다는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제대로 따라하고 배웠는지를 점검해봤으면 한다.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보이는 SK, LG와 기아가 특히 명심해야할 부분으로 보인다.


 



임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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