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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택시운전사' 박은경 대표 "관객들의 힘, 영화에 녹아들어"

기사입력 2017.09.04 06:50 / 기사수정 2017.09.04 00:12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가 여름을 달궜다. 8월 2일 개봉해 4일까지 118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택시운전사'를 만든 제작사 더 램프의 박은경 대표의 2017년도 쉴 틈 없이, 또 뜨겁게 지나가는 중이다.

'택시운전사'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쇼박스 사무실에서 박은경 대표를 마주했다. 사진 촬영을 마친 후 환한 얼굴로 인터뷰 장소에 들어선 박은경 대표는 "인터뷰도 쑥스러운데 사진까지 같이 찍느라…"고 웃어 보이며 "얘기를 하면서 정리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에선 (인터뷰도) 의미가 있구나 생각이 들고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박은경 대표는 '택시운전사'의 여정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얘기했다.

"8월 개봉일이 정해지고 나서는 '개봉하면 어떻게 될까'에 대한 생각이 있었죠. 시사회를 많이 하면서도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고요. 지금은 뭔가 똑바로 판단을 해서 보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나 싶어요.(웃음) 어떨 땐 이 장면이 좋아 보이고 하는, 저만 보이는 어떤 것들이 있을 것이잖아요.(웃음) 1년쯤 지나서 이 영화를 다시 보면 또 깨닫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해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의 광주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노력한 독일 기자 故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우고 광주를 향한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엄유나 작가가 각본을 맡았고,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여기에 배우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합세해 완성도를 높였다.

박은경 대표는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한 위르겐 힌츠페터의 수상 소감이 실린 신문 기사를 본 뒤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

"좋은 이야기를 만났을 때 느끼는 흥분감이 있거든요. '이 이야기 정말 좋구나!'라는 그런 기분이요. 그 에너지를 갖고 일을 해나가는 것인데, 이 기사를 소개받아 길거리에서 봤을 때 그런 기분이었어요. 가장 신경 쓰였던 것은 시나리오의 완성도였죠. 시나리오가 재미있고, 그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어야 다른 이야기들 역시 관객들을 납득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시작할 때는 그 고민이 제일 많았던 것 같아요."

좋은 연출자와 좋은 배우가 힘을 모으며 박은경 대표가 갖고 있던 확신들도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장훈 감독님과는 앞서 영화를 두 편 같이 했던 인연이 있었고, 시나리오를 개발할 때부터 호감을 보여주시고 응원해주신 게 있었어요. 시나리오도 감독님에게 제일 먼저 드렸는데 해주겠다고 하셔서, 굉장히 좋은 신호로 출발할 수 있었고요. 송강호 선배님도 마찬가지예요. 분명히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봐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선 굉장히 좋았죠."

'택시운전사'는 개봉 19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외화 포함 19번째, 한국 영화로는 15번째 1000만 영화에 등극했다.

박은경 대표는 "'택시운전사'는 후반작업을 할 때 스태프들이 "이 영화는 잘 될 것 같다"고 좋은 얘기를 굉장히 많이 해줬거든요. 스태프들이 의미를 더 많이 넣어줬죠. 그래서 그때 '아, 이 영화가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촬영할 때보다도 후반부에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고, 또 이 영화가 왜 잘될 수밖에 없는지 논리적으로 말해주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그 응원이 정말 고맙기도 했고, 그 응원에 기대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미소와 함께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택시운전사'는 일찍이 개봉 한 달 전부터 전국을 돌며 열리는 시사회를 통해 예비 관객들의 입소문을 한껏 끌어올렸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소재를 차분하고 담담하게 스크린 속에 녹여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박은경 대표는 "(개봉에 앞서) 시사회를 하면서 좋은 댓글들이 많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라면서 영화의 1000만 관객 돌파 후 열렸던 감사 무대인사에서 송강호가 얘기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관객 분들이 보내주시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송강호 선배님이 무대인사에서 '안아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하셨는데, 그 말씀 한마디로 모든 것을 표현하신 것 같아요. 정말 관객 분들에게 따뜻하게 안긴, 그런 느낌이 있죠. 이 영화가 흘러온 길을, 저는 현장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도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사람들이 이 영화를 향해 따뜻하게 모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그게 결국 영화 안에 녹아든 게 아닐까 생각해요."

'택시운전사'를 통해 수많은 이슈들도 함께 만들어졌다. 김사복과 故 위르겐 힌츠페터의 실화를 재구성한 이야기인 만큼, 자신이 김사복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이의 등장으로 관심을 끌며 여전히 현재진행중인 화제로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지난 달 13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故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와 함께 영화를 동반 관람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박은경 대표는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건 진심을 다해서 최대한 도와드리려고 하는 중이예요. 당사자 분을 뵙고 사진을 받아서 힌츠페터 기자님 앨범에 동일한 인물이 있나 찾아보자고 해서 확인했는데 거기엔 없었고요. 실제 같이 가셨던 분이 계시다고 해서 다시 확인을 했는데 돌아가셨다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얘기를 듣고 추가로 뭔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하려고 준비 중이예요. 또 문 대통령님이 영화를 관람하신 것은, 여사님이 초청을 해서 오시기로 하신 것이었죠. 문 대통령님이 힌츠펜터 기자님의 다큐멘터리를 부산에서 첫 상영한 사람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얘기잖아요. 두 분이 만나면 좋겠다고 청와대 담당자에게 연락을 드렸고, 청와대 쪽에서 '영화를 같이 보면 좋겠다'는 뜻을 전해 와서 성사가 됐어요"라고 설명을 이었다.

이어 "이 영화로 또 다른 이야기들이 파생된 부분들이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더, 신중하게 지켜보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서강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박은경 대표는 제일기획과 한국IBM을 거쳐 2003년 영화 투자·배급사 쇼박스에서 마케팅, 투자 팀장으로 일했다. 지금의 '더 램프'를 세운 것은 2012년으로, 이후 '동창생'(2013)과 '쓰리 썸머 나잇'(2015), '해어화'(2016)를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계획하고 (제작사 설립을) 시작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전한 박은경 대표는 "계획하고 준비했으면 더 잘했었으려나요"라고 사람좋은 웃음을 내보이며 "지금도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이런 부분들을 생각하고 잘해나가려고 하는, 그 과정 안에 있는 것 같아요. 영화가 잘 안 되고 또 잘 돼도, 그 다음을 어떻게 하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은 생각이 많이 드나 봐요. 좀 괜찮은 어른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늘 있죠"라고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택시운전사'를 향한 시선을 계속 따라가면서도 박은경 대표의 눈은 다음 작품을 생각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차기작으로는 일제강점기 시절, 민족정신을 다잡기 위해 조선의 모든 말들을 모아 우리말을 지키려 했던 말모이 작전을 소재로 한 '조선어학회'를 준비하고 있다. 엄유나 작가의 입봉작이 될 예정이다.

"제작자라는 것은 어쨌든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이 연출을 맡아주고 그렇게 누군가 제게 기회를 줘야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이잖아요. 그 기회를 준 영화 시장에 대한 감사함을 항상 느끼고 있어요.(웃음)"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쇼박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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