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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과 롯데의 엇갈린 운명에 대하여

기사입력 2008.10.01 10:38 / 기사수정 2008.10.01 10:38

김도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제아무리 최악의 상황이라 할지라도 어딘가에는 희망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반면 '다 된 밥에 코 빠뜨린다.'라는 말도 있다. 한순간의 실수로 일을 그르칠 때 쓰는 말이다. 지난밤 두산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음을 실감했고 롯데는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양팀의 희비가 엇갈린 것이다.

플레이오프 직행을 위한 매직넘버를 3만 남겨두었던 두산이지만 한화와의 경기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은 27일 경기에서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되었고 그로 인해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기보다는 오히려 한풀이 마당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한화의 에이스 류현진이 출격한다는 점도 마뜩지 않은 터였다. 비록 올 시즌 단 한 번의 대결만 있었고 승패를 기록하지는 못했어도 류현진이 탈삼진 부분 선두를 고수하기 위해서라도 분노의 역투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상대의 방패에 맞서려면 그보다 강한 창이 준비되어야 하지만 지난밤 두산의 창끝은 무디기만 했다.

지난밤 두산은 류현진을 상대로 26타자가 7이닝 동안 안타 3개와 볼넷 2개만을 얻어냈다. 물론 득점은 없었고 류현진이 마운드를 내려간 8회초에야 한화의 두번째 투수 송진우에게서 이성열이 2점 홈런을 뽑아냈을 뿐이었다. 반면 한화에게는 장단 10안타를 허용하며 7실점하고 말았다. 클락과 김태균에게는 홈런까지 얻어맞았다. 더구나 롯데가 강민호의 역전홈런에 힘입어 SK에게 2대 1로 앞서고 있었다. 이대로 경기가 종료되면 매직넘버는 무의미해진다. 두산과 롯데의 승차가 불과 반경기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두산과 달리 롯데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비록 4회말에 SK 박재홍에게 홈런을 맞으며 0대1로 끌려갔지만 곧바로 이어진 5회초 공격에서 강민호가 가르시아를 1루에 두고 역전 홈런을 날렸기 때문이다. 롯데의 선발투수 장원준은 6안타 1실점으로 13승에 가까이 다가갔고 팀은 두산에게 반경기차로 추격하며 플레이오프 직행의 꿈을 이어갈 수 있었다. 롯데로서는 류현진과 한화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러나 롯데에 코르테스는 더 이상 승리의 화신이 아니었다. 지난 9월 19일 두산전에서 고영민에게 안타를 맞고 유재웅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하며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더니 지난밤에는 시즌 첫패전을 기록하고 말았다. 9회말 2사 만루의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김강민에게 적시타를 허용하였다. 더불어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도 그와 함께 저만치 멀어져갔다.

한화에게 일격을 당하며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던 두산은 SK 김강민의 9회말 끝내기 안타로 솟아날 구멍을 찾았고 9회말 투아웃까지 앞서고 있었던 롯데로서는 다 된밥에 코 빠뜨리고 마는 격이 되고 말았다. 비록 두산이 승수를 쌓지는 못했으나 롯데가 패하면서 어쨌든 매직넘버는 2로 줄었다. 두산은 남은 4경기에서 2경기를 승리로 이끌면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짓게 되는 것이다. 반면 롯데는 남은 3경기를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야만 2위자리를 넘볼 수 있게 된다.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오늘 두산은 7승의 이혜천을 선발예고했고 롯데는 12승의 송승준이 출격을 준비중이다. 두산은 최하위 LG와 그리고 롯데는 선두 SK와 일전을 벌여야 한다. 두산에 맞서는 LG는 5승의 심수창이 예정되어 있고 롯데에 맞서는 SK는 4승의 레이번이 예고되어 있다.

두산의 이혜천은 LG전에 4경기에 나와서 승패는 없으나 평균자책이 11.57에 이른다. 홈런도 2개나 허용했다. 반면 LG의 심수창은 올 시즌 두산전에는 첫 등판이다. 하지만, 최근 5경기에서는 2승1패에 평균자책이 5.88에 이른다. 팽팽한 투수전보다는 타격전을 예상케하는 대목이다. 롯데의 송승준은 SK와 3번 겨뤄 1승1패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은 5.94이다. 그러나 최근 5경기에서는 삼성을 상대로 2승을 챙겼고 평균자책도 1.74에 불과하다. 이에 맞서는 SK의 레이번은 역시 롯데전에 3번 나와서 2승1패를 기록했고 평균자책은 1.72다. 최근 5경기에서 1패만 있고 평균자책은 3.80이다.

오늘 밤 두산은 하늘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될까 아니면 또 다시 솟아날 구멍이 있음을 실감하게 될까. 롯데는 코 빠뜨리지 않고 무사히 밥을 지을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시 낭패를 보게 될까. 프로야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음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사진=두산 김경문 감독, 롯데 로이스터 감독 ⓒ두산 베어스 구단 제공, ⓒ롯데 자이언츠 구단 제공]



김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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