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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을 꺾은 김학범 감독, 과연 다음은?

기사입력 2008.09.29 23:55 / 기사수정 2008.09.29 23:55

이상엽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상엽 기자] 김학범 감독은 매우 고집쟁이다

그는 2005년부터 감독으로서 리그 전면에 나온 이후로, 순위가 바닥을 치고 있을 때나, 올라와 있을 때나 항상 공격 세 명, 미들 세 명, 수비 네 명을 두는 4-3-3 전형을 고수해왔다. 성남의 좌우 윙백들은 항상 공격적인 위치에서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하였고,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전방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지원하였으며, 전방의 원톱 밑에서 두 명의 윙포워드가 자유로운 스위칭으로 골을 노리는 형태였다. 그리고 이러한 김학범 감독의 전술은 김도훈, 모따, 김상식과 같은 훌륭한 선수들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06시즌 챔피언, 07시즌 리그 1위라는 업적을 이루어내었다.

탄탄한 전술과 리그에서 손꼽히는 피지컬 및 패스 훈련은 성남 선수들을 톱니바퀴와 같은 조직력으로 무장하고 리그에 나서게 하였다. 기계와 같은 조직력에 더하여 그의 지론인 '패스 타이밍을 빠르게 하면 다칠 일이 없다.'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빠른 패싱 게임은 성남의 선수들을 수원이나 서울과 같은 팀에 비하여 부상 없이 한해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2006시즌 우승 뒤에 찾아온 2007시즌에서는 경기전 미리 예상할 수 있는 선수와 전술이라는 말이 들려오기 시작하였고, 수원, 서울, 포항과 같은 재능있고 활력있는 팀에는 항상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서울과의 경기에서는 진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이기지도 못하였고, 수원에는 연패를 포함하여 1승2패였으며, 포항과는 챔피언 결정전을 포함하여 1무 3패라는 성적을 2007년에 기록하게 되었다.

올해도 성남은 이들과는 비슷한 상대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2008년 9월 28일 현재 성남은 서울과 1무, 수원과 1승 1무, 포항과 2패 중이다. 서울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수원과는 좋아진 성적을, 그리고 포항과는 현상 유지를 하고 있다.

이렇듯 포항과 악연을 이어나가고 있는 성남 김학범 감독에게는 과거와 같은 경기 운영을 하는 것은 패배의 횟수만 늘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듯 하다. 지난 27일에 열린 포항과의 경기에서 성남은 예전과는 다른 전술적 움직임을 보았고, 이러한 변화된 움직임은 성남을 2년 만의 승리로 이끌 '뻔' 하였다.

성남이 전술적으로 변화를 준 부분은 우선 수비적으로 변한 윙백들의 위치였다.

성남의 윙백인 장학영과 박진섭은 미드필더와의 협력수비는 물론 1대1 수비도 매우 뛰어난 수비수들이다. 반면에, 이들의 공격적인 위치에서 생기는 뒷공간은 발 빠른 윙어들을 가진 팀들에는 좋은 공략대상이 되었다. 리그에서 윙백들의 주력이라면 두 번째로 꼽기에는 아쉬운 포항은 성남을 상대할 때 이 뒷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승리를 가져갔었다.

그러나 지난 경기에서 보여준 성남 윙백들의 수비적인 자세는 포항의 윙어들을 공략을 적절히 대처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 되었고, 실제로 최효진의 역전골 어시스트 장면을 제외하고는 사이드에서 뚫리며 위험을 초래하는 장면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최성국의 적극적인 수비가담이 인상적이었다.

기존의 성남 포워드는 좀처럼 수비진영 깊숙이 들어가지 않아왔다. 만약 07시즌에 모따나 최성국이 수비 진영에서 공을 받기 위해 내려간다면 그것은 성남의 공격이 잘 풀리지 않는 증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난 포항과의 경기에서 최성국은 좌측 사이드 깊숙이 내려오며 김상식과 장학영의 수비를 보조하였다. 이러한 최성국의 폭넓은 움직임은 1차적으로는 미드필드 숫자 싸움에서 밀리지 않게 하였고, 본연의 공격적인 자리로 돌아왔을 때에, 장학영의 수비부담을 줄이고 남은 체력을 공격에 쓸 수 있게 하였다.
첫 골 상황에서 이동국에게 공이 가기 전, 장학영의 자유로운 볼 소유는 최성국이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작품이었다. 최성국의 교체 아웃, 모따의 투입은 공격력을 증가시키기는 했을지언정, 수비에서 보이지 않는 균열을 불러 일으킨 용병술이라고 볼 수 있었다.

세 번째로,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보여주었던 선 굵은 전진 패스들이다.

성남의 이미지는 자잘한 패스 플레이로서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윙백과 미드필더들을 통한 패싱 게임을 보여주는 팀이었다. 그러나 포항과의 경기에서는 기존의 패싱 게임뿐만이 아니라 전방의 원톱인 이동국을 활용하는 패스를 자주 보여주었다. 그간의 경기에서 보아왔던 미드필드에서 포항이 펼치는 강한 압박에 번번이 공을 뺏기는 모습을 생각하면 이러한 선택은 틀리지 않았고, 이동국은 성남 입성 이후 가장 좋은 몸놀림을 보여주며 김정우의 골을 도왔다.

성남은 지난 경기에서 포항에 2년 만에 처음으로 선제골을 뽑아내는 분전을 보였지만 동점골과 역전골을 허용하며 또다시 승리를 얻지 못하였다. 동점골을 허용한 이후, 분위기를 탄 젊은 선수들의 기세를 노련하게 처리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리그 최고의 지장이라는 찬사를 듣는 김학범 감독에게는 자신의 고집을 꺾으며 시도한 결과가 패배였기에 또다시 쓰린 속을 부여잡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남의 선수들이 보여준 절반의 성공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다음번의 완벽한 승리를 위하여 지난 경기에서 본 패배요인들을 수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의 성남과 포항의 경기에 더욱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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