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청춘들을 울고 웃게한 '쌈, 마이웨이' 판타스틱 포(4)를 떠나보낼 시간이 다가오고있다.
종영까지 단 2회만 남겨두고 있는 KBS 2TV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 속 네 주인공은 30살을 코앞에 둔 29살 청춘들이다. 고작 1년의 차이지만 20대의 마지막과 30대의 처음은 뭔가 다른 기분이다. 아직까지는 방황해도, 어설퍼도 되는 청춘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들 네 명은 여타 드라마의 주인공들처럼 멋드러진 직업을 갖고 있지 않다. 김주만(안재홍 분)이 누군가에겐 꿈의 직업일 대기업 대리로 근무중이지만, 재벌 2세가 턱턱 나오는 다른 드라마에 비하면 그리 멋진 왕자님도 아니다.
다른 작품들이 "꿈을 가져라"고 이야기할 때, '쌈, 마이웨이'는 꿈이 있어 더욱 불행한 현실을 다룬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다. 꿈이란 단어에서 주는 희망을 품고 있던 청춘들은 그 희망을 빼앗길 때 더 큰 절망을 느끼게 된다.
모두가 꿈을 향한 열정과 노력만을 이야기할 때, '쌈, 마이웨이'는 열정과 노력을 다 할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은 진짜 이야기를 다룬다. 일단 먹고 살아야 꿈도 꿀 수 있는 법. 아나운서를 꿈꾸던 애라(김지원)는 그 목소리를 백화점 인포 데스크에서, 태권도 선수를 꿈꾸던 동만(박서준)은 상대 선수 대신 해충과 대결해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행복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꿈은 포기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포기를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연륜과 경험을 살려 꿈을 살짝씩 변형시킨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그래서 애라는 딱딱하게 뉴스를 전하는 아나운서가 아닌, 마이크 하나로 장내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는 격투기장 아나운서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동만 역시 자신의 과거와 무관하며, 격투비를 벌 수 있는 격투기 선수로 발차기를 날린다. 처음 꾸던 꿈과 달라졌다고 해서, 이들이 꿈을 포기했다거나 꿈을 이루는 데 실패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모습은 꿈과 현실 사이에 막혀 허우적 거리는 청춘을 위로해준다.
애라와 동만이 꿈의 민낯을 보여준다면, 주만과 설희(송하윤)는 연애의 민낯을 보여준다. 6년이나 만나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둘이지만, 그것이 둘 관계를 마냥 윤택하게 만들어주진 않는다.
서로에게 가장 편안한 존재가 된 두 사람은 거의 부부, 가족과 같았다. 문제가 있다면 그 사이에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것. 자신의 아들이 설희보다 낫다고 생각한 주만네 가족은 설희를 제 집에 이미 들어온 며느리인마냥 부려먹었고, 그러면서도 주만과 설희가 결혼을 하지 않기를 내심 바랐다.
주만은 자신이 반한 설희의 젊은 시절을 닮은 후배 직원에게 자꾸 끌렸다. 각종 거짓말과 핑계를 대고 몰래 인턴 사원 장예진(표예진)을 만났다. 설희는 주만이 예진을 만나는 것 보다, 그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것에 대해 더 실망했다. 주만도 아니라고 하지만 어린 설희를 떠올리게 하는 예진을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했다.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둘은 결국 이별했다. 자신이 조금 더 희생하면 둘이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 설희와, 그런 설희가 안쓰러워 일적인 성공이 결혼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주만. 누구하나 틀렸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둘은 6년 연애의 종지부를 찍었지만, 주만은 구남친의 정석을 보여주며 설희에게 매달리고 있다. 이 구질구질함마저 지독하게 현실적이다. 이들이 다시 사랑을 확인하고 결혼까지 가든, 아니면 완전히 끝이 나든 두 가지 방향 모두에 길은 열려있다.
한편으로는 너무 지질해서 짜증나기까지 했던 둘의 연애가 어떻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작가와 제작진이 알고 있다면 둘의 관계가 어떤 결론을 맞이하든 시청자는 이 커플을 인생 커플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닌 납득이 가고, 공감이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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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