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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 모닝와이드] '진짜' 야구 선수인 전준호가 주는 감동

기사입력 2008.09.12 09:55 / 기사수정 2008.09.12 09:5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가치를 재는 요소로 연봉을 가장 많이 꼽습니다. 그 선수의 몸값이 얼마인가에 따라서 대중들의 보는 시선은 달라지고 거액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일수록 부러움의 대상이 됩니다.

정신보다는 물질의 가치가 더욱 평가받는 시대로 흐르면서 이러한 경황은 스포츠 계에도 미치고 있습니다. 개인이 지니는 선수로서의 명예와 국가에 대한 공헌도를 떠나서 자신이 보다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실리적인 길을 걷는 것이 현재의 추세입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전년도보다 무려 72%나 연봉이 삭감된 상태에서도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은 '진짜' 야구선수가 어제 큰일을 냈습니다. 20년 가까이 프로선수로 뛰면서 일궈낸 자신의 몸값이 하루아침에 수포로 돌아갔지만 끝내 유니폼을 벗지 않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선택을 묵묵히 실행한 전준호(히어로즈)는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자신의 통산 2000번째 안타를 때려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프로야구 사에서 2000안타고지에 도달한 선수는 삼성 라이온스의 양준혁 밖에 없었습니다. 양준혁의 뒤를 이어 2000안타의 대기록을 세운 전준호의 기록이 더욱 빛나는 것은 구단의 존폐와 연봉의 큰 삭감 이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전준호는 프로에 데뷔한 이래,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1번 타자 중 한명으로 입지를 다져왔습니다. 뛰어난 타격센스로 늘 3할 대에 근접하는 타율을 기록했으며 주루 플레이도 뛰어나 지금까지 18년 연속 두 자릿수의 도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몸을 아끼지 않는 1번 타자가 이처럼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연습 벌레'라 불릴 정도로 자신에게 엄격했던 전준호는 마흔에 이르면서도 코치가 아닌 선수로서 뛰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가 전준호에게 있어서 은퇴에 대한 고민이 가장 깊었던 해였습니다. 히어로즈의 전신인 현대 유니콘스가 매각되면서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진 전준호였지만 그 상황 속에서도 '선수는 그저 훈련에만 전념하고 경기장에 들어서면 최선을 다하면 된다'라는 생각만을 가지고 더욱 배트를 힘껏 휘둘렀습니다.

그런데 이런 전준호에게 기가 막힌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아무리 새로운 구단이 형편이 어려워 선수들의 연봉을 대대적으로 삭감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년도에 비해 무려 72%나 삭감된다는 협상안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마흔의 나이에 72%나 되는 연봉 삭감은 한마디로 '선수 생활을 접어라'라는 암묵적인 대답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준호는 명예롭지 못한 은퇴를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현명한 선택으로 이루어진 은퇴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 떠밀려서 그라운드를 떠나고는 싶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전준호가 선수생활을 하면서 가장 목표를 두고 있었던 기록인 2000안타의 고지가 눈앞에 있었습니다. 프로선수가 연봉으로 자존심을 세우는 것은 사실이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과 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저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전준호는 2007년에 받았던 연봉인 2억 5000만원에서 대폭적으로 삭감된 7000만원의 연봉계약서에 서명을 했습니다. 진정으로 돈이 아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사례를 찾아보라고 한다면 단연 전준호의 사연이 꼽혀야 할 것입니다.

남에게 떠밀려서 은퇴하고 싶지 않았던 것과 2000안타의 목표를 이루고야 말겠다는 의지는 전준호의 성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올해로 만 39살인 전준호의 현재(12일 기준)까지의 기록을 살펴보면 타율 0.331리로 이 부분 4위에 올라있으며 도루도 13개나 기록해 18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라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그리고 노장 선두타자임에도 불구하고 2루타를 15개나 때려냈습니다. 지난해 성적이 부진해서 연봉이 삭감된 것이 아니라 구단의 절박한 상황과 노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연봉이 70% 이상이 삭감되면 웬만한 선수들은 야구에 대한 열의를 가지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전준호는 다시 일어섰고 자신의 목표였던 2000안타의 고지에 우뚝 섰습니다. 모든 야구팬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기억되고 싶다는 전준호는 진정한 '승리자'로 우뚝 섰습니다.

전준호 같은 선수에겐 다른 미사여구가 필요 없습니다. 오로지 야구만을 바라보고 20년 가까이 길을 걸어온 그는 '진짜배기' 야구 선수임이 틀림없습니다. 앞으로의 은퇴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으며 그저, 지금 들어서는 타석에만 전념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모든 후배 선수들의 귀감으로 삼아야할 것입니다.

[사진 = 전준호 (C) 히어로즈 구단 홈페이지]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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