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 '초인가족 2017'로 본격적인 연기의 문을 두드렸다는 김기리. 앞으로는 좀 더 연기에 집중해보고 싶다고 말한 그는 어엿한 신인 배우의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개그맨으로서의 아이덴티티도 포기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자신을 '희극배우'라 말하는 그, 김기리가 말하는 희극배우의 길은 무엇일까.
'초인가족'의 김기리는 실제 회사에 있는 듯한, 회사원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호평을 받아다. 이같은 호평을 직접 들은 적이 있냐고 묻자 "주인공들 위주로 돌아가는 극이라 그런지, 사실 나에 대한 평을 찾아보긴 어렵다"고 말하며 멋쩍게 웃는다. 하지만 그도 안다. 자신의 연기를 싫어하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김기리는 처음부터 좋은 소리만 들었던 건 아니라고 고백했다. 특히 김기리를 좋아해주는 동네 닭집 사장님께서, 초반부 김기리의 연기를 보고 "너 그렇게 연기하면 안돼"하고 욕을 해주셨다고. 김기리는 그 문제점을 무대 연기와 카메라 연기의 차이에서 찾았다.
"'개그콘서트'에서 제가 하던 것도 연기다 보니, 어떤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어요. 오히려 표현력을 줄여야 했었죠. 무대 위에서 '입을 벌린다'는 지문이 있을 땐 있는 한 껏 벌려야 한다면, 카메라 앞에서는 조금만 벌려도 됐어요. 그런데 저는 그 차이를 몰랐던 것 같아요. 또 잘하려고 힘이 들어가다보니 오버하는 여기가 심해졌어요. 점점 힘을 빼면서 좋은 연기가 나온 것 같아요."
그렇게 입을 벌리는 연기를 선보이는 그의 모습은 개그맨 그 자체였다. 문득 그가 첫 인사부터 "안녕하세요 개그맨 김기리입니다"라고 말했던 게 떠올랐다.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고 싶다는 그는 아직까지 '개그맨'일까.
"당연하죠. 어렸을때부터 꿈이 개그맨이었어요. 이 직업을 부르는 단어가 여러 개가 있죠. 개그맨, 코미디언, 희극배우 등. 그중에서도 저는 희극배우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흔히들 개그맨은 예능을 하는게 정석이라고 생각하는데, 옛날 우리 선배들을 보면 연극, 드라마에도 자유롭게 출연하셨거든요. 저도 그런 희극 배우가 도고 싶어요. 그렇게 개그맨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싶어요."
김기리와 함께 '개그콘서트'를 했던 동료들이 최근 '개콘'으로 많이들 돌아가고 있다. 그가 현역에서 뛰던 '개그콘서트'의 위상과 현재의 위상이 달라진 가운데,우리나라 최장수 코미디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해 베테랑 개그맨들이 나선 것. 그에게도 혹시 돌아갈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진작에 생각 했었죠. 저도 어느새 선배 기수가 됐고, '개콘'을 쉰 지 오래됐지만 아직까지도 후배 개그맨들과 교류하며 아이디어도 짜고는 해요. 그만큼 사랑하는 프로그램이에요. 그렇지만 제가 '개콘'과 연기를 병행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개콘'은 일주일에 한 번 방송되는 프로그램이지만, 일주일 내내 준비를 해야하거든요. '개콘'에 집중못하는 제가 참여하는 건 민폐인 것 같아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건 욕심이죠."
그렇다면 연기와 병행할 수 있는 예능 무대에서 웃겨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최근 예능과 연기가 많이 무너지고 있고, 배우들도 많이들 예능에 진출하기 때문. 특히 그가 MBC 공채 개그맨 시험 당시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를 만나 떨어진 일화가 유명해진 지금, 혹시 김태호 PD에게 연락이 오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돌아오는 그의 대답은 의외다. 웃기고 싶은 모든 방송인에게 꿈의 무대인 줄 알았던 '무한도전'에 나가는 것이 무섭다고 했다. 그는 "예능은 정말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하는 것 같아요. 저는 동료들과 회의를 해서 개그를 만들고, 짜여진 각본대로 연기를 해서 웃기는 건 재미있는데 아무것도 없이 웃겨라고 던져지면 못 웃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자신의 답변이 불만족스러웠는지 조금 더 생각했다. 이어 "공개 코미디에서는 무대 위에 올라가 있는 그 시간동안만 철판을 깔고 있으면 되는데, 예능에서는 그 철판을 오래 깔고 있어야하잖아요. 또 낯도 안거려야하고, 저는 그런 면을 미루어보면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라고 설명했다. (인터뷰③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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