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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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 올림픽와이드] '신수지'를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

기사입력 2008.08.05 02:29 / 기사수정 2008.08.05 02:2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척박한 환경에서 인재들은 '가뭄에 콩이 나듯'이 어렵게 탄생합니다.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남자 수영의 기대주 박태환(19, 단국대)과 '피겨 여왕' 김연아(18, 군포 수리고)등은 각각 수영과 피겨스케이팅을 많은 이들에게 알린 공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재들처럼, 국제대회에 나가서 한국이 좀처럼 힘을 써보지 못한 종목을 많은 이들에게 알린 선수가 또다시 출연했습니다. 리듬체조에서 아시아선수로서는 유일하게 이번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는 신수지(17, 세종고)는 한국리듬체조계가 배출한 '특별한 재능'을 가진 선수입니다.

TV 화면으로 지켜본 리듬체조, 어린 신수지를 강렬하게 이끌다

재능의 발견은 다른 데서 나오지 않습니다. 타고난 재능은 그 아이를 통해 자연적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신수지 역시 자신이 리듬체조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시절의 신수지는 우연하게 TV 브라운관을 통해 나타난 리듬체조의 동작을 자연스럽게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딸의 이러한 행동을 유심히 지켜본 신수지의 부모님들은 아이가 원하고 있던 것이 바로 리듬체조였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신수지가 리듬체조를 배울 수 있도록 졸라대자 마침내 길을 열어주었으며 신수지는 지금까지도 개인코치를 담당하고 있는 김지희 코치를 만나게 됩니다.

김 코치가 처음 만나본 신수지는 리듬체조를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매우 컸습니다. 체조선수의 생명력인 유연성이 너무나 뛰어났으며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발레리나처럼 발가락으로 서서 걷는 자세까지 곧잘 해냈습니다.

그리고 마루를 돌며 자연스럽게 회전하는 폼 역시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리듬체조를 하기에 타고난 감각과 끼가 있다는 점을 김 코치는 발견했지만 알고 보니 신수지는 신체적인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다리가 안짱다리였던 것입니다.

김 코치는 먼저, 안짱다리를 가진 신수지의 약점을 보충하고자 부단하게 노력했고, 이에 충실히 따라준 신수지는 어느새 성장하면서 리듬체조 선수가 갖춰야 할 최상의 체격조건을 갖추게 됐습니다.

신수지는 유난히 얼굴이 작고 동양선수치곤 팔과 다리가 긴 편입니다. 특히, 잘록한 허리선과 길게 뻗은 다리는 서양선수들 못지않게 예쁘다는 평을 들을 정도입니다. 자신의 재능을 스스로 찾아내서 열심히 달려온 결과는 국내대회의 우승으로 나타났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시절부터 참가하는 대회마다 모두 우승을 휩쓸던 신수지에게 국내무대는 좁기만 했습니다.

더 넓은 무대로 나가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룰 수 있는 기량을 연마시켜야 한다는 김 코치와 신수지의 계획은 예상보다 수월하게 이루어졌습니다. 리듬체조의 최고 강국인 러시아에서 신수지가 넓은 견문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었습니다.

유연성과 표현력, 그리고 발레와 기구들을 모두 잘 다뤄야 하는 리듬체조

리듬체조를 잘하려면 그저 유연성만이 좋아서는 안 됩니다. 리듬체조는 곤봉, 리본, 줄, 후프, 볼 등 총 5가지의 수구(手具 : 체조를 할 때, 손에 드는 도구)을 가지고 각기 다른 다양한 연기를 수행해야 합니다. 여러 가지 동작들을 지속적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강인한 체력도 필요하고 코치가 가르쳐 줄 수 없는 '끼'도 가져야 하는 것이 바로 리듬체조입니다.

신수지는 러시아에서 머물면서 국내선수들과는 확실히 차원이 다른 표현력과 연기력을 꼼꼼히 눈으로 보고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넓은 무대로 시선을 옮긴 것은 신수지의 성장에 큰 영향을 주었고 참가하는 국제대회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자신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신수지는 온 종일 체육관에서 연습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도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를 모니터하며 그 선수들의 장점과 자신의 단점을 발견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그리고 외국선수들보다 결코, 떨어지지 않은 체격조건을 가진 자신의 장점을 살려서 세계적인 선수들이 구사하는 고난도의 기술들을 조금씩 습득해 나갔습니다.

리듬체조의 여러 종목 중, 신수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리본'입니다. 다른 종목들에 비해 리듬체조가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이 가장 크게 나타난다는 리본을 선호하는 신수지는 처음엔 고난도의 기술들을 익히려고 노력했지만 지금은 더 아름다운 표현력을 기르도록 애쓴다고 밝혔습니다.

열악하기 만한 국내의 훈련환경, 그리고 마침내 만난 체조의 전설



러시아에서 신수지는 뛰어난 선수들과 경쟁을 하면서 자신의 기술과 표현력을 기를 수 있었지만 국내에 들어오면 열악한 환경 속에서 훈련에 임해야만 했습니다. 신수지의 모교인 세종고 체육관은 겨울엔 난방이 되지 않아, 옷을 세 벌 이상 껴입고 장갑에 두꺼운 양말도 몇 켤레씩 신고선 훈련에 임해야 했습니다.

어느 종목이건 낮은 기온 속에서 훈련하면 부상의 위험이 크고 만족할만한 훈련을 소화해내기 어렵습니다. 또한, 리듬체조선수들의 체중감량과 음식조절은 눈물겨울 정도입니다.

신수지는 신장이 165cm가 넘지만 몸무게는 45kg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리듬체조선수들은 대체로 마른 몸매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인생의 유희 중 하나인 '먹는 낙'을 포기해야만 합니다.

신수지가 보통 하루에 먹는 것은 칼로리가 높지 않은 식단으로 이루어진 적은 양의 식사와 물, 그리고 과일과 영양제 6알 정도가 전부입니다. 조금이라도 살이 찐다면 그것은 리듬체조선수에게는 치명적인 일입니다. 그저 먹는 유혹을 뿌리치려고 인터넷으로 맛난 음식 사진을 보면서 마음을 달래고 자기최면을 거는 것이 전부라는 신수지는 눈물겨운 노력으로 작년 9월에 그리스에서 열린 제28회 세계리듬체조선수권에 참가하여 베이징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에는 '체조의 전설'인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나디아 코마네치를 직접 만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신수지는 코마네치가 총연출을 담당한 '세계체조 갈라쇼 서울투어'에서 연기를 펼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세계적인 체조선수들과 무대를 같이하며 또 하나의 소중한 경험을 가진 신수지는 올림픽 참가에 이은 또 하나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코마네치는 신수지를 비롯한 한국의 체조 유망주들에게 "모든 선수들이 다 겪고 지나가는 부상을 두려워하지 마라. 부상이 없는 선수는 그만큼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뜻하며 열심히 한 선수들은 의례 부상을 당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시련도 잘 극복해야만 진정한 체조선수로 거듭날 수 있다"라고 조언을 남겼습니다.

베이징올림픽의 최종 목표는 경험 쌓기, 메달획득은 2012년 런던올림픽을 노린다

리듬체조선수들의 생명력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다소 높은 편입니다. 현재 세계무대를 호령하고 있는 현역 선수들의 나이는 평균 20대 중반에 이르고 있습니다. 신수지는 이번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하는 리듬체조선수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최연소'선수입니다. 바로 이 점이 신수지의 앞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입니다.

올림픽 출전 경험이 전혀 없는 것보다는 경험을 쌓는 것이 런던올림픽에 대비하는 데에 가장 필요한 요소입니다. 애초, 신수지는 이번 올림픽에서 10위권 진입을 노렸지만 현재 예상을 뛰어넘는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신수지는 최근 '백 일루션' 기술을 9번이나 연속적으로 성공해내 많은 이들을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백 일루션'은 한쪽 다리를 머리로 올린 뒤, 수직으로 원을 그리는 기술로서,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알라나 카바예바(러시아)도 4회전에서 그쳤던 고난도의 기술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미 신수지가 하는 연기의 요소들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하나의 연기로 완성하는 부분은 아직도 미흡하다고 밝혔습니다. 아직 어린나이로 경험이 부족한데다가 힘과 체력이 떨어지는 것이 신수지의 약점이지만 20세를 넘겼을 때의 신수지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신수지로 하여금 한국의 리듬체조가 새로운 탄력을 받게 된다면 신수지 이후의 인재들도 지금보다 더욱 많이 배출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자신감을 채운 뒤, 2010년에 있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이 신수지가 계획하고 있는 목표입니다. 

그리고 다음 올림픽인 2012년엔 한국 최초로 리듬체조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는 것을 신수지는 꿈꾸고 있습니다. 먹고 싶은 것과 어린나이에 즐길 수 있는 유혹들을 모두 뿌리치면서 신수지는 자신이 선택한 리듬체조에 더욱 전념하고 있습니다. 비록 이번 올림픽에서는 강력한 메달후보가 아니라 하더라도 차기 올림픽을 대비한 유망주들 중, 신수지만한 인재는 드물 것입니다.


[조영준의 엑츠 올림픽와이드]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벌어지는 한국 팀의 경기와 전세계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종목들을 전망해 보는 프리뷰

[사진 = 신수지 (C) 남지현 기자, 남궁경상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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