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칸(프랑스), 김유진 기자] 강렬한 첫 등장이다. 배우 김희원이 오프닝을 장식하는 영화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이 제70회 칸국제영화제에 미드나잇 스크리닝에서의 상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김희원에게는 연기의 디테일에 대해 공부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25일(현지시간) 제70회 칸국제영화제가 한창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 마제스틱 호텔 해변 인근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한국 취재진과 함께 하는 '불한당'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김희원과 설경구, 전혜진이 함께 해 지난 밤 '불한당'으로 레드카펫을 밟았던 소감들을 전했다.
김희원은 '불한당'에서 재호(설경구 분)의 왼팔 병갑 역을 맡았다. 악역이지만, 기존의 악역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부분이 있다. 병갑은 천성은 여리지만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악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반전 매력이 있는 캐릭터다.
오프닝부터 실감나게 전해지는 병갑 캐릭터의 매력, 또 김희원의 차진 연기는 현지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김희원의 등장에 뤼미에르 극장의 관객들은 열띤 함성으로 그를 응원했다.
김희원은 오프닝에서의 관객 환호를 떠올리며 "(그런 반응이 나올 줄 몰라) 깜짝 놀랐어요"라고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시나리오를 보면서 첫 장면이 저라서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제가 연극할 때는 늘 첫 장면을 책임지는 배우였는데, 영화에서는 처음이었거든요. 그래서 이 영화가 괜히 예전에 연극하는 기분도 좀 많이 나는 것 같았고, 그래서 더 잘 해야겠다고도 생각했죠"라고 얘기했다.
오프닝에 함께 등장하는 김성오와는 2010년 '아저씨' 이후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이 한 화면에 등장하는 모습이 이때를 연상시키며 눈길을 끈다. 김희원은 "김성오 씨와의 첫 장면이 나가면 사람들이 '아저씨'를 연상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에게는 좀 더 새로운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죠. 김성오 씨와 많이 맞춰봤고, 설레면서 찍었어요.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라고 다시 한 번 미소를 보였다.
미드나잇 스크리닝도 떠올렸다. '불한당'은 지난 24일 뤼미에르 극장에서의 공식 상영을 통해 전 세계의 팬들을 만났다. 7분간의 기립박수와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칸의 밤을 달궜다.
김희원은 "영화가 끝나고 박수를 막 치시는데 저는 살짝 울컥하더라고요. 영화가 끝나고 못 일어나고 가만히 있었는데 불이 켜지고 관객들이 다 일어나는 걸 보고 '일어나야 되지'라는 생각이 나중에 들었어요. 그리고 칸에 오면 기립박수를 으레 쳐주신다고 하는데, 기립박수가 진심으로 치는지 안치는지도 궁금했고 기립박수의 길이도 많이 얘기가 되기에, 우리는 그게 짧으면 어떡하나 많이 걱정했었죠"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7분을 쳤다고 하는데, 느낌은 1분 같더라고요"라고 너스레를 떤 김희원은 "마음이 색달랐어요. 얼떨떨하고 정신이 없어서 괜히 막 손을 흔들고 그랬었죠. 저는 나름대로 긴장 하지 않고 여유로웠다고 생각했는데 그 시간이 정말 짧게 느껴진 것을 보니 제가 긴장했었나봐요"라며 멋쩍게 웃어보였다.
처음에는 '불한당'을 거절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변성현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기존의 악역보다는 좀 더 새로운 악역을 보여주는 쪽으로 이야기를 조율했고, '친구에게 잘 보이려고 나쁜 짓을 하지만 본성은 나쁘지 않은' 지금의 병갑 캐릭터를 완성해나갔다. 결과적으로는 자신에게 공부가 된 시간이었다. 칸국제영화제에서의 '불한당'은 불어와 영어 자막으로 번역돼 스크린에 나타났다.
타국의 언어로 온전히 해석할 수 없는 우리 식의 표현들도 외국 관객들은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다. 문자로만 설명할 수 없는 느낌적인 부분이 함께 존재하는 모양새다.
김희원은 "한국정서의 코미디가 좀 있었는데 많이 웃어주시고 또 박수도 많이 쳐주셔서 정말 색달랐어요. 외국 분들도 이렇게 똑같은 사람 사는 세상에 있구나 싶었죠.(웃음) 그리고 다음에는 자막이 없이도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있는, '좀 더 디테일하게 표현해야겠다, 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는 사실 언어에 의지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언어에 의지하지 않고도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디테일했으면 하는 바람을 얻었죠"라고 웃었다.
"마음을 다지는 계기가 됐어요"라고 되새긴 김희원은 "칸이 공부가 됐죠"라고 강조하며 생애 첫 칸국제영화제에서 온 몸으로 느꼈던 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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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