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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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동국과 프랜차이즈 스타

기사입력 2008.07.27 02:36 / 기사수정 2008.07.27 02:36

김도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결혼 생활의 파경을 맞은 신부가 돌아갈 곳은 친정뿐이다.

물론 모처에 몸을 의지할 수도 있겠지만 파경의 이유가 무엇이든 친정만이 몸도 마음도 편히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힘들고 어려울 때 고향을 떠올리는 것과 같다.

이동국이 돌아온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한 지 1년 6개월만의 귀환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명문구단에서 뛰었던 것도 아니었고 박지성처럼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그는 우물을 벗어나 바다로 떠났다가 돌아오는 길이다.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짧은 외유를 마치고 돌아오는 그의 귀환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돌아와야 할 그였기에 국내 리그로의 복귀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K-리그에서 그는 포항이 아닌 성남의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붉은 바탕에 검은색 가로줄 무늬가 아닌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이다. 포항과는 조건이 맞지 않아 협상이 결렬되었지만 성남은 비교적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25일 일부 언론에 의해 '입단확정'으로 알려졌던 성남이 26일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기에 아직은 그의 행보를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현재로서는 성남으로의 진출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하지만, 왠지 그가 성남의 유니폼을 입은 모습은 상상만 해도 어색하게 느껴진다. 물론 프로선수는 자신의 역할을 최대화시킬 수 있는 팀에서 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스타팅으로 출전할 수 있고 선수들과의 융합을 통해 자신의 기량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팀에서 활동하는 것이 팀에게도 선수 자신에게도 최상의 선택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들스브로에서 출전 기회가 적었던 이동국으로서는 성남에서 축구인생의 꽃을 피우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오랫동안 포항을 대표하는 선수였다. 포항과 이동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98년 포항으로 데뷔했던 이동국은 15경기에 출장하면서 7득점 2어시스트로 그해 부산의 안정환(17경기 출장 5득점 2어시스트)을 제치고 신인왕 타이틀을 따낸다. 2006년 빅리그로 떠나기 전까지 K-리그에서는 통산 62골 27어시스트를 기록한 포항의 대표 공격수였다. 물론 그가 K-리그에서 포항에서만 뛰었던 것은 아니다. 2003년과 2004년에는 광주의 유니폼을 입었었다. 하지만, 광주 상무가 군입대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니 그가 포항을 떠난 적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국내 프로축구가 침체를 면치 못하는 이면에는 그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탓도 크다고 봐야 한다. 이미 프로야구에서는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팀에 대한 로열티를 증대시키고 관중을 동원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됐지만 축구에서는 선수들의 이동이 심하기에 팀에 대한 로열티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즉 지난 시즌 수원에서 안정환의 부활을 응원하던 팬들은 올 시즌 여전히 수원을 응원하고는 있겠지만 안정환의 부산을 만나면 심란해질 것이다. 같은 이유로 수원의 이관우도 마찬가지다. 그를 성원했던 대전팬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제 프로축구도 프랜차이즈 스타를 육성해야 한다. 구단은 선수를 잡기 위해보다 다양한 노력을 해야만 하고 선수도 자긍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팬들은 팀도 응원하고 선수도 응원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승부의 세계에서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릴 때 계약이 성사될 수 있겠지만 서로 대의를 위해 조금씩만 양보하고 타협한다면 굳이 못할 일도 아닐 것이다. 의지가 중요한 것이지 여건이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K-리그로 돌아온 이동국. 그가 어디에서 무슨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서든 1998년 열었던 'K-리그 르네상스 시대'가 다시금 재현될 수 있도록 투혼을 발휘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축구팬에게 있어 그는 여전히 '황태자'이자 '라이온 킹'이기 때문이다.



김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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