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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격투기] 통계로 다시 보는 표도르 주요 7경기

기사입력 2008.07.24 13:47 / 기사수정 2008.07.24 13:47

강대호 기자

[엑스포츠뉴스=강대호 기자] 7월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혼다센터에서 열린 종합격투기(MMA) 대회 어플릭션 밴드에서 프라이드 +93kg 챔피언 예멜리야넨코 표도르(28승 1패 1무효)가 전 UFC 헤비급(-120kg) 챔피언 팀 실비아(26승 6패)에게 1라운드 36초 만에 조르기로 기권승을 거뒀다.
 
이로서 표도르는 MMA 선수로 2001년 링스 +90kg 토너먼트 우승, 2002년 링스 무제한급 토너먼트 우승, 프라이드 +93kg 챔피언(2003년 3월 16일-현재, 3차 방어), 2004년 프라이드 +93kg 토너먼트 우승에 이어 세계종합격투기연합(WAMMA) 헤비급 챔피언이라는 직함을 추가했다.
 
헤비급 최강자로 꼽히는 표도르는 2000년 MMA 데뷔 후 현 체급별 세계 10강 중 이번에 격파한 실비아 외에 2000년 올림픽 그레코로만형 레슬링 -76kg 2위 맷 린들랜드(21승 5패, 미들급), 2006년 프라이드 무제한급 토너먼트 우승자 미르코 필리포비치(별칭 크로캅, 23승 2무 6패), 현 UFC 헤비급 잠정챔피언 안토니우 호드리구 노게이라(31승 1무 4패 1무효)를 이겼다.
 
여기에 세계 유일의 입식타격기 메이저단체 K-1의 +100kg 챔피언·8강 토너먼트 3연속 우승자 세미 스휠트(MMA 25승 1무 14패, 입식타격기 28승 1무 3패)까지 포함, 강적 5명과의 7경기를 통계로 다시 볼 것이다. 스휠트는 MMA로도 판크라스 무제한급 챔피언이란 경력이 있기에 여기에 포함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과연 표도르는 숫자상으로도 헤비급 최강자일까?



표도르는 컴뱃삼보와 유도, 두 종목에서 러시아 국가공인의 스포츠장인 자격을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유술은 28승 중 기권승이 15회라는 공격뿐 아니라 아직 유술에 항복한 적이 한 번도 없는 수비력으로 이어진다.
 
상대인 실비아는 킥복싱 기반의 타격으로 26승 중 KO·TKO가 17회인 강력한 공격과 KO·TKO 패가 없는 수비를 겸비했지만 6패 중 유술에 기권한 것이 4회인 취약한 유술방어가 약점으로 지적된다. 표도르의 유술공격력이 노릴만한 부분이다.
 
표도르의 약점을 굳이 꼽자면 당시 보호대 없이는 금지됐던 팔꿈치 공격에 머리가 찢어져 당한 TKO 패를 비롯하여 피부 상처 과다로 기록한 1패 1무효다. 타격수비 자체의 문제는 아니지만, 피부내구력도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요인임에는 분명하다. 따라서 실비아의 타격위력이 표도르의 피부 강도를 시험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표도르는 그래플링에서 가드패스 이후 조르기 시도로 항복을 받았고 이는 경기 전 예상했던 실비아의 유술수비 약점에 대한 공략이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36초 동안 15회나 적중한 하이파워 공격이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60%가 넘는 KO·TKO 승률의 실비아를 타격으로 압도한 것이다.



린들랜드는 올림픽 은메달의 레슬링과 UFC 미들급 타이틀전 경력의 강자다. 미들급(-84kg) 선수지만 표도르와의 대결을 위해 99kg로 증량하여 경기 전날 계체에 임했다. 표도르의 계체량은 106kg이었다. 이와 같은 원초적인 힘의 차이와 함께 5패 중 KO·TKO와 유술 기권이 각 2회인 린들랜드의 수비 약점은 경기 전부터 표도르의 우세를 점치는 이유였다.
 
팔 관절 공격으로 기권승을 거둘때까지 2분 58초 동안 표도르는 린들랜드에게 1회의 하이파워 공격과 가드패스를 허용했지만, 패스 3회와 유술공격시도 2회로 승리를 만들었다.



MMA 입문 이전 아마추어 복싱 40승 5패, 입식타격기 16승 7패, 1999년 K-1 8강 토너먼트·2000년 K-1 후쿠오카대회 2위라는 경력을 쌓은 크로캅이 70%에 육박하는 KO·TKO 비율을 기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여기에 상당한 유술수비력을 갖춘 크로캅은 표도르의 유술공격을 막아내면서 타격우세로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크로캅전을 앞두고 표도르는 발차기 향상을 목적으로 K-1 8강 토너먼트 4회 우승경력자 에르네스토 호스트(98승 1무 19패), 전 세이킨도 -78kg 챔피언(1998-2002)·러시아 툴라주립대학교 무에타이 교사 루슬란 나그니베다(33승 1무 3패)에게 입식타격을 배웠다. 두 선수의 대결은 표도르의 손 부상, 크로캅이 케빈 랜들먼(17승 12패)에게 패한 것 등으로 지연됐었다.



타격훈련의 효과인지 표도르는 1라운드에서 타격의 모든 부분의 성공횟수와 정확도에서 크로캅에게 우위를 점했고 그래플링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하이파워 13-6, 성공성공률 55.2% - 45.2%, 유효점수로 90-23으로 크로캅을 압박했다.



통계상으로 1라운드는 표도르의 완벽한 우세였지만 당시를 회상하는 팬들에겐 크로캅의 선전으로 기억되는 것은 2라운드에서 표도르가 크로캅을 말 그대로 압도했기 때문이다. 크로캅은 머리에 대한 약공격에서 선전했을 뿐, 1라운드보다 더 심한 차이를 보였다. 공격정확도는 56.5% - 50%으로 비슷했지만, 이는 크로캅의 공격시도가 표도르보다 40회나 적었기 때문이다. 하이파워 18-2, 유효점수 87-6. 크로캅은 표도르를 전혀 감당하지 못했다.



크로캅이 표도르와의 격차를 1라운드보다 좁히며 선전했음에도 3라운드에 대한 평판이 별로인 것은 현재 보편적인 일반경기의 15분을 넘어 20분까지 진행되면서 두 선수 모두 체력소모로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로캅의 선전은 어디까지나 1라운드와 견줬을 때의 얘기다. 이날 경기 중 처음으로 얼굴에 대한 약공격에서 성공횟수와 정확도에서 모두 표도르에게 우위를 점하면서 전체적인 약공격에서 앞섰지만, 표도르는 크로캅과 대적할만한 약공격을 하면서 강공격에선 현격하게 앞섰다.

크로캅은 약공격의 호조로 전체공격정확도에서 65.6% - 84.6%로 표도르를 앞섰지만, 공격시도는 25회가 적었고 하이파워는 11-1의 열세였다. 게다가 그래플링에서 테이크다운 2회, 패스 2회를 허용하면서 3라운드도 내줬다.



표도르는 크로캅전이 자신의 MMA 경기 중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표도르는 공격성공률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통계에서 크로캅을 앞섰다. 아마 약공격 위주이긴 하나 최정상급 입식타격기 선수였던 크로캅에게 얼굴 공격을 58회 허용한 것이 ‘가장 어려운 경기’의 주된 이유로 여겨진다. 그러나 경기는 하이파워 42-9, 유효점수 256-53으로 표도르의 완승이었다.



표도르의 챔피언 1차 방어전이자 노게이라와의 3차전이었다. 노게이라는 복싱 기반의 타격위력은 표도르에게 뒤지나 헤비급 최고의 타격·유술 수비력을 지녔다. 브라질유술 검은띠의 노게이라가 유술공격력에선 표도르를 앞서나 방어가 좋아 유술로 항복을 받는 것은 서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타격에서 앞선 표도르의 판정승이 유력하다는 것이 객관적인 예상이었다.



1패 1무효를 안고 임한 3차전에서 노게이라는 1라운드 표도르와 타격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약공격에선 선전했지만 강공격에선 열세가 확연했고 다운까지 1회 허용하면서 타격의 강도와 정확도에서 모두 열세였다. 그래플링에서도 테이크다운과 패스를 각 1회 성공했지만 테이크다운을 3회나 내줬다. 하이파워 16-5, 공격정확도 51.4% - 36.7%, 유효점수 134-54로 표도르 우세의 1라운드였다.



노게이라는 2라운드에도 강공격의 열세는 여전했고 약공격의 격차도 벌어졌다. 하이파워 20-9, 공격정확도 62.5% - 38.6%, 테이크다운 1-0, 유효점수 109-47로 2라운드도 내주며 패색이 짙었다.



2라운드의 경기양상은 3라운드에도 유사하게 반복됐다. 노게이라는 강공격과 약공격의 격차를 전혀 좁히지 못했고 테이크다운도 1회 허용했다. 하이파워 16-5, 공격정확도 65% - 43.5%, 유효점수 91-28로 3라운드도 표도르의 우세였다.



중단과 하단의 약공격, 하프가드 패스를 제외한 모든 통계에서 표도르가 앞섰다. 하이파워 52-19, 공격정확도 60.2% - 39.3%, 유효점수 353-129로 표도르의 무난한 만장일치 판정승이었다.

5. 2004년 8월 15일 對 노게이라 / 2004년 프라이드 +93kg 토너먼트 결승

4강 토너먼트로 진행된 대회에서 표도르는 1991년 유도 세계선수권 무제한급 우승자 오가와 나오야(7승 2패), 노게이라는 2003년 중앙아시아게임 복싱 +91kg 2위 세르게이 하리토노프(15승 3패))를 꺾고 결승에 올라왔다.



두 선수의 2차전은 3분 52초 만에 노게이라가 표도르의 머리와 우발적인 충돌로 경기 속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정된 상처가 나면서 무효가 됐다. 중단 전까지 표도르는 타격의 우위와 노게이라의 유술 공격·테이크다운 시도에 대한 무난한 방어로 우세한 경기를 했다.

6. 2003년 3월 16일 對 노게이라 / 프라이드 +93kg 타이틀전

표도르는 프라이드 데뷔 후 스휠트와 챔피언결정전 경력자 히스 헤링(28승 13패 1무효)에게 2연승을 거두고 챔피언도전권을 확보했다. 2001년 11월 3일 헤링을 꺾고 챔피언에 오른 노게이라는 표도르를 상대로 1차 방어전에 나섰다.




챔피언의 위용과 도전자의 긴장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충격적인 1라운드였다. 헤비급 최강 표도르의 전설은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분 동안 66회의 강공격을 시도하여 47회나 성공했고 브라질유술 강자 노게이라의 테이크다운과 관절 공격 시도를 방어했다. 얼굴에 대한 약공격의 정교함 덕분에 공격성공률은 노게이라가 앞섰지만 하이파워 38-1, 유효점수 225-23, 미국식 채점이었다면 10-8이 나왔을 표도르의 일방적인 우세로 끝난 1라운드였다.



1라운드의 폭풍과도 같은 강공격에 노게이라는 테이크다운 시도 3회로 그라운드 공방전을 노렸으나 모두 실패했다. 물론 이는 표도르의 타격전 시간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지만, 여전히 노게이라는 얼굴에 대한 약공격 외에는 이렇다 할 타격 시도를 못 했다. 약공격으로 숫자상의 성공률은 높았지만 하이파워 14-0, 유효점수 62-11로 무기력함만 따지면 1라운드보다 더 심했던 노게이라의 2라운드였다.



노게이라의 테이크다운 시도 2회는 모두 무산됐지만, 표도르는 경기 중, 단 한 번의 시도로 테이크다운에 성공했다. 표도르는 사이드 패스와 중립 각 1회, 노게이라는 관절 공격 시도 1회를 보여줬다. 노게이라가 모처럼 얼굴에 대한 강공격을 성공했으나 2회에 불과했고 표도르의 강공격 우위는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노게이라의 말뿐인 정확도는 하이파워 14-2, 유효점수 86-35의 열세를 타개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강공격의 표도르, 약공격의 노게이라의 구도로 갔던 두 선수의 1차전은 당연하게도 도전자 표도르의 완승으로 끝났다. 하이파워 66-3의 압도적인 우세와 더불어 공격성공과 시도도 표도르가 더 많았고 노게이라의 테이크다운과 관절공격 시도를 잘 막았으면서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일본 MMA단체 링스에서 2001년 12월 21일 +90kg 토너먼트 우승, 2002년 2월 15일 무제한급 토너먼트 우승을 차지한 표도르는 프라이드 데뷔전을 갖는다. 상대는 1999년 11월 28일 판크라스 무제한급 챔피언에 오른 후 2001년부터 UFC 1승 1패, 프라이드 3승을 거둔 스휠트였다.
 
현재 세계최고 입식타격기 선수의 위용은 MMA에서도 56%의 KO·TKO 승률로 나타나고 유술 공격력도 나쁘지 않지만 14패 중 유술로 기권한 것이 6회로 수비는 단점이다. 따라서 스휠트의 타격에 피부 내구도 등의 문제가 드러날 수도 있지만, 표도르가 유술방어의 약점을 공략할 것이라 보는 것이 객관적인 예상이다.



스휠트의 타격능력은 성공률 100%라는 경이적인 통계로 드러난다. 그러나 이런 스휠트를 상대로 더 많은 공격시도와 성공을 한 것은 표도르였다. 하이파워 14-5, 그래플링에서 테이크다운 1회와 패스 7회, 관절 공격 시도 3회로 압박한 표도르가 유효점수 166-48로 우위를 점한 1라운드였다.



스휠트의 공격정확도는 여전했으나 공격시도가 29회 적었으니 많은 공격에 성공할 수가 없었다. 하이파워 6-1, 테이크다운 1회 성공한 표도로가 유효점수 41-9로 우세했다.



이미 승기를 잡은 표도르는 오히려 2라운드보다 활발한 공격을 했지만 스휠트는 공격시도가 더 줄었다. 그래플링에서도 테이크다운과 사이드 패스, 마운트 패스를 각 1회씩 성공하며 압박한 표도르는 하이파워 10-2, 유효점수 82-11로 3라운드도 가져갔다.



스휠트의 타격 정확도는 역시 대단했다. 그러나 이런 스휠트를 상대로 표도르는 정교함과 위력, 적극성을 모두 겸비한 공격을 보여줬다. 게다가 그래플링에선 테이크다운 3회, 패스 9회, 관절 공격 시도 3회로 우위를 점했으니 하이파워 30-8, 유효점수 289-70의 결과는 당연할 것이다. 표도르의 무난한 판정승이었다.

8. 마치면서

현 체급별 10강 5명과의 경기에서 표도르는 단 한 라운드도 상대에게 내주지 않으면서 도중에 경기를 끝내거나 일방적인 판정승을 거뒀다. 자신보다 타격이 좋은 실비아와 크로캅, 스휠트를 맞아 크로캅과 스휠트에게 정확도에서 열세를 보였을 뿐, 시도·성공횟수·하이파워에서 모두 우위를 점했다. 유술방어가 약한 린들랜드에겐 유술공격시도와 패스에서 우세했고 스휠트는 표도르의 테이크다운과 패스를 감당할 수 없었다.
 
표도르는 9월 28일자로 만 32세가 된다. 기량에서 기술 못지않게 운동능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평을 받는 표도르는 실비아전에서 헤비급 최상급의 몸놀림으로 건강을 입증했다. 표도르가 신체의 노쇠화라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에 맞서 과연 언제까지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참고: 이 글은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과 현지시각을 반영했다.

[사진= 예멜리야넨코 표도르 (C) 어플릭션 밴드 공식홈페이지]



강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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