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최민식이기 때문에, 더욱 단단한 믿음이 생긴다. 2013년 영화 '신세계' 이후 4년 만에 현대극으로 돌아온 배우 최민식이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최민식은 '특별시민'에서 차기 대권을 노리고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현 서울시장 변종구 역으로 정치인 변신에 나섰다. 영화는 공교롭게도 5월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일과 비슷한 시기인 지난 26일 개봉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여태까지 한국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선거라는 소재 역시 신선하게 다가왔다. 영화는 개봉 후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인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특별시민' 개봉을 앞두고 이른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민식은 전날 열렸던 대선 TV 토론을 언급하며 "어제 시사회가 있어서 (생방송으로는 보지 못하고) 아침에 하이라이트로 봤어요"라고 소탈한 웃음으로 인사를 전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특별시민' 속 서울시장 후보 변종구와 양진주(라미란 분)의 토론회 이야기로 이어졌다.
"정말 재미있었어요. 실제 방청석이 있어서 보조출연하시는 분들이 쭉 앉으셨는데, 이 분들이 리액션을 진짜 잘 해주시더라고요.(웃음) 옛날에는 의무적으로 하는 느낌이 있어서 연출부가 '이렇게 해 달라'고 얘기하는 게 있었다면, 지금은 저희가 하는 것을 잘 들으시고 재밌게 해 주신 것이 있어서 현장감이 더 살았죠. 특히 토론은 리액션도 중요하잖아요. 양진주가 변종구를 공격하는 그런 나름대로의 유머코드가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좀 빠진 것은 아쉽긴 하네요.(웃음)"
어떤 작품의 어떤 캐릭터든지, 최민식을 거치면 그 무게감이 남달라진다. 최민식은 "모든 창작에 있어서 인간의 욕망은 파도 파도 끝이 없어요. 그 욕망과 욕망이 충돌하고 굴절해서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낳기도 하죠"라고 진지하게 말을 이어가며 "너무 거창했나요?"라고 농을 던져 분위기를 풀었다. 결국, 그것이 비단 정치드라마라는 장르로 구현되지 않더라도 '욕망'이라는 것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관심은 작품을 만들고, 연기하는 사람들에게는 계속 염두에 둬야 할 소재라는 것이 최민식의 생각이었다.
최민식은 '특별시민'에 대해 "정치드라마가 어렵기는 하죠. 하지만 필요하다고 봐요. 소재가 만만치 않긴 하지만, 우리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죠"라고 차분하게 답하며 "정치에 대한 드라마를 만드는 것에 대한 심적 부담은 없어요. 그런 것을 두려워하면 사실 뭘 어떻게 하겠나요"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평소에 갖고 있던 정치드라마에 대한 갈증은 '특별시민'에 쏟아 부은 노력과 열정으로 해소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는 이 이야기를 보는 이들에게 어떻게 짜임새 있게 조합하고, 캐릭터들의 충돌과 상관관계를 설득력 있게 전달할지에 대해 고민을 이어갔다.
"아주 드라마틱하죠. 욕망의 결집체라고 하는 그 바라보는 지점이 아주 분명하잖아요.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온갖 권모술수, 애증, 복수, 감동 속에서 하나의 소신을 관철시키는 인물이 있는 그런 드라마틱한 면이 굉장히 끌렸어요. 그런 부분에서 기존의 드라마보다 많은 스트레스가 되는 것은 사실이었죠. 그렇지만 시도해보고 싶은 용기가 생겼고, '우리가 한 번 만들어보자'는 마음이 있었어요. 100% 만족하는 것이 어디 있겠나요. 이것이 출발점이 돼서 본격적인 정치드라마가 나왔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있죠."
현장의 소통은 그 어느 작품들보다 활발하게 이뤄졌다. 정제이(문소리)와 변종구가 싱크홀 재난 현장에서 만난 장면, 아내(서이숙)에게 뺨을 맞는 장면 등은 배우들의 아이디어가 더해져 작품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 힘을 더했다.
"정말 자유로웠어요"라고 말문을 연 최민식은 "캐릭터 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인물들이 서로 충돌하고, 또 그런 부분이 두드러지는 영화기이 때문에 배우들끼리도 토론이 활발했었죠. 즉석에서 생각나는 게 있을 것이잖아요. 그런 것들에 대해 박인제 감독에게 들려주고, 감독 의견도 첨가하고 해서 완성했어요"라고 설명을 이었다.
최민식의 다양한 얼굴이 넓은 스크린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최민식은 변종구를 '말 잘하는 사람, 달변가이자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화술에 능한 사람'으로 해석했다고 전했다.
"변종구가 그런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설정했죠. 변종구 이면의 아주 조악한 행위들이 더 돋보이려면 일단 변종구가 말을 잘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권모술수에 능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설득을 잘 시키는 그런 사람이어야 이 양면성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겠다는 계산을 했었거든요. 정치인이 말을 잘한다는 것은 굉장한 무기를 장착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여기에 래퍼 변신까지, '정치는 쇼'라고 생각하는 변종구의 정치관을 오프닝부터 만나볼 수 있다. 다이나믹 듀오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이 장면에 대해서도 최민식은 "다이나믹 듀오 친구들이 대본을 보고 본인들도 너무나 좋다고 흔쾌히 수락을 해줬죠. 바로 미팅을 했고, 섭외가 됐어요. 그 친구들과 같이 부대끼니까 스웨그(SWAG)가 자연스럽게 전염되던데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선거를 앞두고 개봉하게 된 것에 대한 솔직한 마음도 덧붙였다. 최민식은 "진짜 이런 상황에 개봉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이렇게 돼서 말이 많아지겠다는 생각은 들었었어요"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진심을 다해 일해 줄 사람을 뽑는 것이잖아요. 옳은 판단이든 그른 판단이든 참여를 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면 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변종구 얼굴에 침을 한 번 뱉어주고 가셔도 괜찮으니 (영화가) 지겹다고만 생각하실 게 아니라요.(웃음) 우리가 어떤 한편의 영화를 만들어서 느끼는 포만감 같은 게 있거든요. 흥행 여부와는 관계없이 '진짜 한 번 제대로 박 터지게 했다'는, 밥숟가락 들 힘이 없는 와중에서도 열심히 싸운 사람들이 할 일을 다 했을 때 받는 느낌들이 있어요. '특별시민'을 보고 사람들이 '진짜 우리 투표하고 놀러가야겠다' 이런 생각을 갖는다면 저희로서는 정말 더할 나위 없는 포만감이 완성되는 것이죠."
'특별시민'을 통해 최민식이 다시 한 번 흥행작 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지 여부도 많은 이들의 관심사다. 2014년 '명량'으로 1761만 명이 넘는 흥행의 중심에 섰던 최민식은 차기작 '대호'(2015)로 176만 명을 동원, 다소 아쉬운 성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민식은 이 역시 담담한 시선으로 받아들였다. 반성하고 고민하되, 본질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 생각이, 바로 배우 최민식이 1992년 데뷔 이후 한결같음을 지켜올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내가 출연한 영화는 다 대박이 나야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영화의 흥행법칙이라는 건 저도 몰라요. 어쩌다가, 모든 것이 다 잘 맞아떨어진 것이죠. 만드는 사람은 의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또, 어떤 부분이 소통이 되지 않았는지는 반성해야죠. 하지만 '내가 이런 작품에서 이런 연기를 했는데 관객이 안 들었으니까 다음에는 관객이 좋아하는 무엇을 해야 돼' 이런 것은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서 어떻게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겠으며, 또 작품으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까요?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 살아보고 싶은 캐릭터에 들어가서 처절하게 머리 깨져라 생각해서 고민해도 될까 말까인데 그런 것까지 주판알 튕기면서 하는 것이 결코 저는 좋은 작업이 아닌 것 같아요. 새로운 것을 표현하는데 즐거움과 설렘도 있지만 왜 부담이 없겠나요. 그렇지만 재미있어요. 재밌게 해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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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