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6.30 20:02 / 기사수정 2008.06.30 20:02
[엑스포츠뉴스=이재호 기자] 프랑스는 이번 '유로 2008'이 가장 실망스러운 국가 중 하나일 것이다.
개막 직전에는 2006년 월드컵 우승국인 이탈리아와 함께 우승 후보로까지 일컬어졌던 프랑스이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본 프랑스는 조별리그에서 1무 2패, 1득점 6실점이라는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조 최하위로 탈락하고 말았다.
이제 2010년 월드컵을 준비해야 하는 프랑스. 과연 이번 유로 2008에서 드러난 프랑스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
1. 포스트 지단
지겨운 이야기지만, 프랑스의 문제는 역시 지네딘 지단의 공백이 크다. 바꿔 말하면, 지단의 공백을 느끼게 한 도메네크 감독의 전술적인 패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단이라는 걸출한 플레이메이커를 갖춘 프랑스는, 그만큼 다른 미드필더들이 전방으로의 공 배급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지단은 그야말로 마에스트로의 기량을 선보이며 전방으로의 볼 배급을 해냈고, 다른 미드필더들은 그러한 '연결 고리'로서의 역할은 지단에게 맡긴 채 자신들의 임무에 전념하면 되었다.
그러나 지단이 은퇴하고, 그 없이 맞은 유로 2008에서도 프랑스는 지단이 있을 때와 똑같은 축구를 하려고 했다. 그러자면 지단에 뒤지지 않는 능력을 지닌 플레이메이커가 있어야 하지만, 당연하게도 현재의 프랑스에는 그런 플레이메이커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단의 뒤를 이어 레블뢰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프랭크 리베리는, 뛰어난 선수이지만 지단과는 달리 활발한 돌파를 장기로 삼는 윙플레이어이며, 그에게 지단의 역할을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떠오르는 신성 사미르 나스리 역시 재능은 풍부한 선수이나, 아직 그에게 지단의 짐을 지우기에는 그는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지단이 없는데도 파트리크 비에라와 클로드 마켈렐레를 내세우려고 했던 프랑스. 비에라는 부상 때문에 결국 경기에는 단 한 번도 나서지 못했고 그의 대타로 제레미 툴라랑이 투입되었지만, 툴라랑은 물론이고 비에라가 만일 제 컨디션으로 투입되었더라도 프랑스의 운명은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세 선수 모두 플레이메이커로서 뛰어난 선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첼시에서 지난 시즌 내내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플로랑 말루다는 팀의 공격에 전혀 활력을 불어넣지 못했고, 그나마 리베리 홀로 고군분투했지만 주변의 도움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리베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극히 한정되어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마지막 이탈리아전에서 리베리가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그나마 유일한 공격 루트마저 사라진 프랑스는 전혀 위협적인 공격을 보여주지 못하고 속절없이 0-2로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프랑스가 지단의 공백을 느끼지 않으려면, 과감하게 팀 전술을 바꾸는 것이 선결과제이다. 지단이 없는데도 지단이 있던 시절의 전술을 밀고 나간다면, 앞으로도 그들은 지단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포스트 지단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과감하게 리베리, 그리고 나스리, 벤 아르파 등의 신예들을 중심으로 공격 전술을 개편하는 결단이 요구된다.
2. 중앙수비라인
릴리앙 튀랑은 네덜란드전에서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대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튀랑이 놓친 상대를 매번 갈라스가 커버 하기에는 네덜란드의 화력은 너무나 막강했다.
결국, 도메네크 감독은 이탈리아와의 3차전에서는 튀랑을 빼고 에릭 아비달을 중앙수비로 기용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비달 역시 루카 토니를 뒤에서 잡아채면서 페널티킥을 허용하고 자신은 퇴장당하면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프랑스의 중앙수비라인의 선수층이 불안한 것은 대회 전부터 공공연하게 거론되어 왔다. 튀랑은 30대 중반을 넘기는 나이로 과연 국가대표팀의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는 나이인지 의문이 제기되어 왔고, 아비달은 물론 중앙 수비도 소화 가능하기는 하지만 그의 본업은 측면 수비수였다. 붐송은 빅리그에서의 적응 실패가 발목을 잡았다.
AS로마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필립 멕세스를 선발하지 않은 도메네크 감독의 선택은 미스테리다. 지금 프랑스가 선발할 수 있는 중앙수비 자원들 중 지난 시즌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여 준 선수가 바로 멕세스이지만, 도메네크 감독은 결국 경험을 믿은 것인지 그와 갈라스, 아비달을 중앙 수비로 내세웠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3. 공격진의 딜레마
티에리 앙리와 다비드 트레제게라는 해묵은 논란은 접어두더라도, 앙리가 그의 화려한 클럽 커리어에 비해 국가대표팀에서는 별다른 활약이 없었던 것은 언제나 논란거리였다.
이번 대회에서도 앙리는 네덜란드전에서 한 골을 터뜨리는 데 그치며 조국의 탈락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지난 시즌 아스날에서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앙리는 예전만 못한 기량을 선보였고, 고질적인 부상에도 시달렸으며, 집안 문제로 정신적으로도 좋지 못한 한 해를 보냈다. 물론 앙리는 그 이름만으로도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이며, 그런 그를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앙리는 자신의 전성기였던 아스날 시절에도, 본래 윙포워드를 소화했던 때문인지 최전방 공격수의 움직임보다는 측면 또는 후방으로 처지는 플레이를 주무기로 했었다.
2선으로 물러나며 수비를 유인했다가 특유의 스피드를 이용, 순간적으로 전방으로 침투하며 상대의 허를 찌르는 그의 움직임은 상대에게는 위협적이었고, 그는 이런 움직임을 무기로 아스날에서 많은 성공을 거두었다.
그럼에도, 이런 그의 움직임은 미드필드에서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리베리 이외에는 경직된 움직임을 보이는 미드필드 라인과 그를 함께 내세운다고 해도, 그의 움직임은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다. 하물며 현재의 앙리는 전성기의 앙리도 아닌 것이다.
이제 앙리가 대표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염두에 둔다면, 비록 이번 유로에서는 눈에 띄는 활약은 선보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카림 벤제마가 앞으로 팀의 중심 공격수로 활약해야 할 것이다.
리베리와 아르파, 나스리 등을 축으로 벤제마를 내세워 좀 더 역동적인 공격이 가능한 체제로 팀을 개편한다면, 그리고 이들 젊은 선수들에게 필요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면 앞으로 2년 후 다가올 월드컵에서는 프랑스의 아트 사커에도 한 줄기 빛이 비칠 것으로 보인다.
아트 사커가 지단의 그림자를 벗어나 또 다른 변신을 꾀할 수 있을까? 레블뢰 군단의 포스트 지단 시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진 (C) = 유로 2008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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