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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어느날'③] '진짜' 천우희의 얼굴을 보았다 (인터뷰)

기사입력 2017.04.12 16:50 / 기사수정 2017.04.12 15:30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진짜 천우희'와 가장 가까운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천우희가 영화 '어느날'(감독 이윤기)을 통해 새로운 얼굴을 내보였다.

'어느날'에서 천우희는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은 후 영혼이 돼 깨어난 여자 미소를 연기했다. 병실에 누워 혼수상태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영혼이라는 것을 알게 된 미소는 눈앞에 새롭게 보이는 세상이 마냥 신기하다. 우연히 병원에서 만난 강수(김남길 분)에게만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에게 간절한 소원을 부탁한다.

극 초반, "뭐야, 보이나? 어머, 진짜 보이나봐"라며 영혼이 된 미소가 강수를 향해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대사부터 그동안 보지 못했던 '진짜 천우의'의 얼굴이 드러난다.

지난 해 흥행했던 '곡성'을 비롯해 '천공주', '뷰티인사이드', 해어화' 등 다양한 작품에서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던 천우희는 봄날의 따뜻하고 섬세한 감성을 담은 '어느날'에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한 뼘 더 꺼내놓으며 관객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어느날'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천우희를 만났다. 그의 데뷔 이래 가장 발랄한 캐릭터라고 얘기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매력을 아낌없이 전한 천우희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는 굉장히 의외였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윤기 감독님 작품이라고?'라는 생각이 들 만큼 의외로 다가왔어요. 제목이나 캐릭터가 주는 느낌이 제게는 와 닿지 않았던 게 사실 있었거든요. 미소라는 인물이 조금은 전형적인 인물로 보일 수 있어서, 선택하기가 쉽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한 번은 거절을 했고, 감독님과 다시 만나 얘기해보면서 감독님의 색깔을 입힌다는 부분에 믿음이 생겼어요. (김)남길 오빠와의 조화도 궁금했고요."

영혼이지만, 관객들이 봤을 때 감정과 연민을 느낄 수 있는 인물로 그려지기를 원했다. 천우희는 "기존에 생각할 수 있는 말투나 보여지는 이미지를 깨고 싶었어요.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이건 왜 이렇지, 이건 꼭 이렇게 해야지' 그런 생각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했죠"라고 설명을 이었다.

고민 끝에 자신의 말투를 가져왔고, 영화 곳곳에 자연스러운 애드리브까지 녹여내는 데 성공했다. 미소가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으로 나온 부분에 대해서도 전형적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을 깨기 위한 나름대로의 옷을 입혔다.

"(그런 노력들이) 잘 보여 졌을지는 모르겠네요"라고 쑥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인 천우희는 "지금까지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들은 '어떤 이야기를 보여줘야 된다'는 정확성을 갖는 캐릭터들이 많았거든요.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들보다는 현실적인 부분이 있던 것 같아요 . 영혼이지만, 감정 면에서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 보니까 제 것을 더 많이 붙였죠."

천우희는 자신의 연기, 또 자신의 연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고루 신경 쓰며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저도 연기를 하는 입장이고, 보는 입장이기도 하잖아요. '식상해, 고루해'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새롭고 다른 게 (무조건) 좋다기보다, 저도 연기를 하면서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면 연기 자체가 흥미롭지 않을 것이니까요"라는 것이 천우희의 생각이다.

영화는 멜로가 아닌, 판타지가 가미된 감성 드라마로 소개되고 있다. "저는 그동안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영화들만 했던 것 같아요"라고 웃은 천우희는 "뭔가 모호한 지점?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런 것들이요. '어느날'도 물론 판타지이지만, 땅에 발붙이고 있는 느낌이 나야 하는 것이잖아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감정이나 상황이요. 저희 영화를 가장 잘 표현해줄 수 있는 말을 (영화 홍보팀에서) 잘 홍보해주신 것 같아요"라고 유쾌한 너스레를 더했다.

이전까지의 작품들보다 가장 일상에 맞닿아있는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편했던 것은 아니었다.

영화 속에서 영혼, 또 침대에 누워있는 식물인간의 연기, 시각장애인 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야 했던 천우희는 "누가,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는데 저 스스로 그 식상함이라는 것에 대한 저도 모르는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여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꼭 이렇게 보여야 한다는 저항심이 좀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라고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밝다고 하더라도 그 내면에 아픔도 있으면서, 또 사랑스러움을 우선 가져가야 되니까 제가 지금까지 연기했던 표현방식보다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영화에 대해 더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지점들이 많아서 참 좋았어요."

천우희의 공식적인 데뷔는 2004년 영화 '신부수업'으로 표기돼있다. 어느덧 1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천우희는 그 사이 조금씩 존재감을 키워오며 충무로가 주목하고, 기대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천우희는 "안 해 본 캐릭터가 정말 많아요"라고 연기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다.

"항상 얘기하는 건 멜로나 액션을 하고 싶다고 얘기해요.(웃음) 어떨 때는 그런 생각도 했죠. '조금 더 편할 수 있고, 또 여성스러운 느낌의 캐릭터도 있는데 왜 저에게는 이렇게 어렵고 복잡한 캐릭터들이 많이 올까'하는 것이요.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렇게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하는 것도 운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배우로서의 내 길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니까, 진짜 유일무이한 배우가 될 수도 있는 길을 스스로 개척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더 과감하게 하고 싶어요."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보는 시선도 잊지 않았다. 천우희는 "제게 '믿고 보는 배우'라는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너무나 기분 좋은 얘기지만 그러다 보면 칭찬이나 인정받는 게 좋아서 그것에 얽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라며 "저는 이제 막 활동을 하고, (내 것을)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에게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좌절하지 않고 계속 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졌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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