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금주 기자] "커플 매칭 프로가 아니잖아요" 전현무의 말처럼 언제까지 참가자와 가수를 러브라인으로 엮는 모습을 봐야 하는 걸까.
9일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판타스틱 듀오2'에서는 박정현, 김범수가 각각 '사랑보다 깊은 상처', '보고싶다'를 부르며 등장했다.
이날 '판타스틱 듀오2(이하 판듀)'는 김범수, 박정현이 각자의 판듀를 찾는 모습이 꾸며졌다. 또한 두 사람은 아이유, 임슬옹의 '잔소리'를 부르며 즉석 콜라보 무대를 선보이기도. 다음 주 본 경연이 더욱 기대되는 무대들이었다.
하지만 이날 방송에선 '판듀'의 고질적인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일반인 참가자와 가수 사이에 '러브라인'을 형성하려는 뻔한 레퍼토리가 또 등장한 것. 심지어 재미도 없다.
경연에 앞서 한 일반인 참가자가 김범수에게 노래를 부르자 서장훈은 "작전을 바꾸겠다. 김범수 씨가 져도 좋다. 두 분이 잘 이루어질 수만 있다면"이라고 밝혔다. 이에 MC 전현무는 "커플 매칭 프로가 아니지 않냐. 왜 자꾸 엮으려고 하냐"라고 지적했지만, 서장훈은 "두 분이 잘됐으면 좋겠다"라며 끈을 놓지 않았다. 김범수는 출연자의 손을 잡고 대기석에 데려다주기도.
이어 또 다른 참가자가 김범수의 옆에 서자 서장훈은 "이 그림도 나쁘지 않다. 발라드와 민요의 만남"이라고 말했다. 전현무는 다시 한번 "커플 매칭 프로가 아니다. 그만 좀 엮어라"고 밝혔지만, 서장훈은 자신을 "매칭 팀장"이라고 칭하며 웃음으로 넘겼다. 자막엔 '커플매니저 서 팀장 강림'이라고 등장했다.
익숙한 그림이다. 시즌 1부터 진행하던 방식이다. 준수한 외모의 참가자나 이성 참가자가 나오면, 일단 무턱대고 '커플 매칭'부터 시도한다. 그러다 혹여나 참가자가 싱글이 아닌 사실을 밝히면,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각된다. 패널들은 허탈해하고, 참가자는 갑자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된다.
일반인 출연자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다. 기존 방송인들도 비슷한 상황에서 보통 웃음으로 넘긴다. 그렇지 않으면 '분위기'를 망친 '센스' 없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이 그런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선택받아야 하는 입장이니, 가수들에게 더 이성적인 매력을 어필할 수밖에.
가장 큰 문제는 제작진이다. 편집은커녕 오히려 자막으로 예능적인 상황임을 강조하며, 이런 상황이 재미있는 상황으로 여겨지게끔 부추긴다. 반면 이날 "커플 매칭 프로가 아니다"란 전현무의 말은 자막화되지 않았다. 물론 비단 '판듀'만의 문제는 아니다. 싱글인 남녀만 보면 잠재적 연애, 혹은 결혼의 대상자로 보고, 어떻게든 남녀 사이를 이어주려는 사회 분위기의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를 굳이 '판타스틱 듀오'에서 재현할 필요는 없다. '판듀'의 일반인 참가자나 가수들은 남성 혹은 여성으로 짝짓기 프로그램에 나온 것이 아니다. 제작진은 '대한민국 최고 가수의 명곡을 일반인과 듀엣 가수가 함께 부르며, 음악이란 공통분모 아래 가수와 일반인의 정서적 교감을 극대화시킨다'는 '판타스틱 듀오'의 기획 의도를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enter@xportsnews.com / 사진 = SBS 방송화면
대중문화부 ent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