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4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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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즈 '턱돌이' 가 알려준 관중 수 증가의 비밀

기사입력 2008.06.04 09:57 / 기사수정 2008.06.04 09:57

박종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종규 기자] 공수교대 시간. 우리 히어로즈의 마스코트 턱돌이가 두 손에 야구공을 들고 그라운드에 나선다. 그리고는 원정팀 관중석을 향해 함성을 유도한다. 뜨거운 반응. 원정팀 관중에게 공 하나를 선물한 뒤, 이번에는 홈팀 관중석을 향한다. 그러나 환호성은 들리지 않는다. 다시 원정팀 관중석 앞에서 귀에 손을 갖다댄 턱돌이는 폭발적인 함성에 만족한 듯 남아있는 공까지 던져준다.

이 장면은 우리 히어로즈의 안방인 목동 야구장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진지한 얼굴과는 달리 익살스런 행동으로 야구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턱돌이는 목동구장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턱돌이 덕분일까. 지난해까지 잠잠하던 목동구장에 관중의 함성이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우리'는 예전의 '현대' 가 아니다

우리 히어로즈는 전신인 현대 시절보다 관중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히어로즈는 지난 1일까지 치른 홈 28경기에서 141,898명(평균 5,068명)의 관중 수를 기록, 지난해의 134,559명(평균 2,136명)을 넘어섰다. 지난 시즌(63경기)의 반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결과인 점에서 더욱 주목해 볼만 하다.

시즌 초, 히어로즈는 과연 많은 관중을 동원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져주었다. 서울 입성에는 성공했으나 LG와 두산으로 양분된 서울팬들을 끌어모으는 일은 쉽지 않아 보였다. 연고지 이전에 따른 고통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해의 기록을 가볍게 넘어서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1999년 이후 8년 만에 홈 20만 관중을 돌파할 태세다.

숫자 뒤에 숨은 비밀 - 원정팀들의 큰 도움

왜 히어로즈가 그토록 서울 입성을 갈망했는가에 대한 해답이 나오고 있다. 바로 서울이라는 '큰 시장'의 효과. 서울에는 두산과 LG의 팬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고향팀의 경기가 있을 때면 잠실구장을 찾았던 이들이 이제는 목동구장으로도 향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구단으로 롯데와 KIA, 삼성을 꼽을 수 있다. 30,500명을 수용하는 잠실구장의 절반인 15,000여 석을 꽉 채우는 그들이 14,000석 규모의 목동구장을 가득 메우는 것은 쉬운 일이다.

올 시즌 목동구장은 4번의 만원사례를 기록했는데, 그 중 롯데전과 KIA전이 각각 2번이다. 이쯤 되면 관중 수 증가의 비밀이 어느 정도 짐작이 된다. 수원에서는 불가능했던 일들이 서울에서는 가능함이 증명되고 있다. 원정팀 관중 덕분에 목동구장은 '주인 없는 야구장' 이 되는 건 아닐까.

실제로 지난 1일 우리-롯데의 경기가 열린 목동구장에는 관중석의 절반을 약간 넘는 관중이 롯데를 응원했고, 우리 응원석 주변에는 소수의 히어로즈 팬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좌익수 쪽에 앉은 관중은 조용히 야구를 즐기는 순수 야구팬들이었다. 사직구장만큼은 아니었지만 분명 롯데 응원석의 열광적인 분위기가 목동구장을 장악했다.



목동에서도 관중 유치는 가능하다

히어로즈에게는 목동이 '기회의 땅' 이 될 수도 있다. 목동이 속한 양천구는 5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는 대표적인 주거지역으로, 서울시에서 인구밀도 1위일 정도로 주민들이 몰려있다. 그 한편에 목동구장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 목동은 조용한 지역이다. 노원구와 더불어 강남 8학군 못지않은 교육열로 유명하고,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의 보금자리다. 학생들은 학업에 여념이 없으며, 직장인들의 여가는 골프, 여행 등 주거지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주민들에게 야구와 같은 프로스포츠란 익숙지 않을 것이다.

목동구장의 1루 쪽 원정 응원석은 아파트단지 쪽을 향해있다. 인접한 목동 5단지와 6단지는 물론 두 블록 떨어져 있는 1단지와 2단지에까지 관중의 함성이 울려 퍼진다. 내야 스탠드가 낮고, 외야스탠드는 아예 없어 방음 효과가 전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 응원단의 "롯데의 강민호" 같은 저음의 응원가는 매우 멀리 전파된다. 목동아파트 주민들의 항의는 당연한 일.

그러나 목동 일대에 퍼지는 이 함성이 프로야구에 대한 홍보수단이 될 수 있다. 주민들에게 가까운 거리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여가의 기회가 주어졌음을 알리는 안내방송의 역할이다. 매일 지나치는 야구장인데도 입소문조차 미약한 상황에서 이 울림은 분명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아직 홍보가 미흡하고, 시일이 걸리겠지만 주민들의 여가생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구단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야구에 전념하는 히어로즈 선수들의 노력에 팬들의 성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선수들이 원정팀 응원단의 열기에 기죽지 않고 지역 주민들의 격려에 힘내기를 기대한다. 목동 주민들과 손을 잡고 프로야구의 흥행에 동참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닐까.

[사진=턱돌이 (우리 히어로즈 제공)]



박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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