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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의 새로운 활력소가 된 삼인방

기사입력 2008.06.01 12:03 / 기사수정 2008.06.01 12:03

장준영 기자



'국가대표 데뷔 첫 경기 박지성에게 어시스트를 하다.'

김남일이 전방을 보고 길게 패스를 했다. 요르단의 골문으로 빠르게 뛰어들어 승천하는 선수가 있었다. 골은 아쉽게 빗나갔지만 그 빠른 움직임과 공중에서의 논스톱 슈팅은 충분히 뇌리에 남을 만 했다. '블루드래곤' 이청용(20, FC서울)의 요르단전 장면이다. 대표팀 소집 첫날 벌어진 고양 국민은행과의 연습경기부터 경기 전의 연습까지 오른쪽 윙어 설기현(29, 풀럼 FC)의 컨디션은 좋지 못했다. 

그리고 경기 당일 좌측에 박지성(27, 맨체스터 UTD)와 중앙에 박주영(23, FC서울)과 함께 우측면 공략에 나설 윙어로 이청용이 이름을 올렸다. 이청용은 2004년 FC서울에 입단을 했고, 2006년 19세 이하 청소년 대표로 발탁되어 활약을 했던 유망주였다. 작년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아시아 투어 경기 때는 자신감 있는 플레이로 박수를 받았었다. 올 시즌에도 12경기에 출전해서 3골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FC서울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이청용은 국가대표 데뷔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몸놀림으로 축구팬들의 시선을 끌었다. 중앙으로 파고들어 2선에서 찔러주는 롱패스를 기습적인 발리슛과 헤딩슛으로 연결하는가 하면, 본연의 임무인 우측면 돌파도 적극적으로 실행했다. 우측 풀백으로 출전한 오범석(23, 사마라 FC)과의 연계 플레이도 있었고, 처진 스트라이커로 출전한 안정환(32, 부산 아이콘스)과의 스위칭 플레이도 보여줬다. 그리고 마침네 박주영의 코너킥연결을 재차 슬라이딩 헤딩으로 박지성에게 전달하여 한국의 첫 골을 만들어 냈다. 경기 내내 박지성, 박주영, 안정환 등 내로라하는 공격수들과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요르단 골문을 위협하는 장면은 충분히 박수받을만한 일이었다.

'반지의 제왕 상암벌에서 부활하다.'

요르단 수비수들에게 공이 넘어가면 지체하지 않고 슬라이딩 태클을 가하는 선수가 있었다. 패스 미스로 공이 상대편에 넘어가면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고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박지성의 모습이 아니다. 올 시즌 수원 삼성에서 부산 아이콘스로 옮기고 점차 예전의 플레이를 보여주던 '반지의 제왕' 안정환의 모습이다. 이동국-고종수와 더불어 K-리그 흥행의 키였던 기억을 뒤로하고 유럽리그를 방랑자처럼 떠돌던 안정환은 작년 시즌 수원 삼성에서 제기를 노렸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올 시즌 부산 아이파크에 새로 부임한 황선홍 감독을 따라서 친정팀 부산으로 복귀했고,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감독이었던 히딩크 감독조차도 안정환을 길들이기 위하여 벤치에 앉혔었다고 밝힐 정도로 자기 위주의 플레이가 강했던 안정환은 올 시즌 철저하게 자신을 버렸고, 그것은 요르단전에서도 나타났다.

기술과 슈팅 타이밍에서 국내 공격수들 중 최고 수준이었던 안정환이었지만, 수비 가담을 하지 않고 기회만 오면 자신이 슈팅을 시도하던 플레이로 인해서 아쉬운 점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오랜 무적 신세로 인해 대표팀까지 낙마했다. 절치부심한 안정환은 복귀한 대표팀에서 거칠게 태클을 하고, 상대 선수와의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으며 쉴새없이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박지성, 박주영, 이청용의 움직임에 맞춰 패스를 제공하거나 공간을 찾아서 파고드는 움직임은 분명 예전 '귀공자'의 모습은 아니었고, 진정한 '축구선수'의 모습이었다. 안정환은 이날 전반전에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후반전 골을 허용한 후에는 공을 향해서 더욱더 열심히 달리며, 대표팀 맏형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뛰어난 기술에 적극성까지 더해진 안정환에게 더 이상 공격포인트는 중요치 않다. 국제무대 경험이 가득한 안정환의 플레이는 존재만으로 팀에 활력소가 될 것이다.

'대표팀의 허리로 거듭난 아드보카트호의 황태자'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아드보카트 감독체제하의 오른쪽 윙백으로 데뷔한 조원희(25, 수원 삼성)는 당시 데뷔전에서 골을 넣으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7년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윙백으로서 중요한 백업 능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의 자리를 경쟁자들에게 뺏겼다. 소속팀에서는 송종국이 있었고 대표팀에는 오범석이 있었다. 하지만, 작년 시즌 리그 후반기부터 김남일(31, 빗셀 고베-당시 수원)과 더불어 중원을 지키면서 팀의 상승세에 일조했다. 올 시즌에는 김남일이 이적한 후  소속팀에서 부동의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수원의 무패행진을 이끌었던 활약을 발판으로 대표팀에도 승선했고, 요르단전이 김남일과 함께 선발 출장했다.

공격과 수비의 시작인 수비형 미드필더의 특성상 상대 선수를 묶는 대인 방어 능력과 공-수 간격을 유지하며 플레이를 해야 하는 지역 방어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체력과 전술 이해능력이 요구된다. 또한, 수비수 못지않은 태클 능력과 함께 공격수 못지않은 패스, 슈팅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역할을 할 수 있는 멀티 능력이 요구된다. 이미 윙백으로 체력과 대인 마크 능력, 공격 전개 능력에서 합격점을 받았던 조원희는 소속팀에 이어서 대표팀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새로운 허리 자원으로 거듭났다. 요르단 공격수들의 예봉을 사전에 차단하고, 미드필더 싸움을 전개한 후 공격수들에 패스를 연결하거나 직접 돌파를 시도하는 모습은 팀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급기야 후반 시작 후 드리블 돌파를 하다가 페널티 킥을 얻어내며, 팀의 두 번째 골에 기여했다. 아직 수비력에서는 패스를 차단하는 부분이 아쉽고, 공격에서는 조금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드리블을 길게 끄는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뛰어난 허리 자원이 될 수 있고,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대표팀에게 남은 월드컵 3차 예선 세 경기

허정무 감독은 당초 4경기에서 승점 9점 이상을 목표로 했다. 3승 1무 혹은 3승 1패 정도를 거두면 가능한 수치였지만 이미 홈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다. 남은 3경기에서 목표를 달성하려면 세 경기 모두 이겨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남은 일정이 만만치 않다. 6월 7일 요르단 원정을 시작으로 6월 14일 투르크메니스탄 원정에 이어 6월 22일 북한과 홈에서 맞붙는다. 올 초 투르메니스탄에 4대0으로 대승을 거두면서 기세를 올리긴 했지만, 북한과 요르단 모두 무승부를 기록했을 정도로 두 팀이 만만치 않다. 요르단전에서 집중 견제를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최상의 모습은 아니었던 박지성과 이영표가 살아나고, 컨디션 난조로 벤치를 지켰던 설기현 살아난다면 팀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이근호와 고기구 등 젊은 선수들의 활약과 더불어 요르단전에 출전한 '수원 수비라인' 이정수-곽희주 조합외에도 다양한 조합을 테스트해서 만족할만한 수비진을 만들어 낸다면 남은 일정에서 3전 전승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엑스포츠뉴스=장준영 기자]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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