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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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규의 클리닝타임] '야구' 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이들

기사입력 2008.05.19 14:48 / 기사수정 2008.05.19 14:48

박형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5월 11일 일요일 화창한 초여름 날씨.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야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이들은 바로 중앙대학교 중앙야구동아리 '랑데뷰'다. 학점, 토익, 면접……평범한 대학교 생활을 거부하는 이들은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약30여개의 학교가 참가하는 AUBL(대학아마야구리그)에 참가하여 당당하게 학교의 이름과 명예를 걸고 우승을 목표로 전진하고 있는 팀이다.

지난 11일 중앙대학교 대운동장을 방문하여 뜨거운 사회인 야구의 열기를 느껴봤다. 

▲사진=단체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는 랑데뷰

5월 11일은 이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바로 졸업생 선배님들과의 경기인 YB vs OB전이었다. 1987년 87학번 학생 7명을 주축으로 탄생한 '랑데뷰' 는 20여 년간의 유구한 전통과 200여 명의 인적네트워크를 자랑하는 팀으로서, 매년 1~2회의 YB,OB전을 치르고 있다.

최고령자이신 아버지뻘(?)인 84학번부터 아들뻘인 신입생 08학번까지 비록 나이 차로 인한 세대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야구'를 통해 세대 간을 초월하여 모두가 하나로 뭉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 아름다운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이들이 야구를 통해서 무엇을 얻고 느끼는 지에 대하여 취재했다.

'중앙대학교 랑데뷰 OB' 그들을 말한다.



▲사진=랑데뷰 OB 멤버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1987년 창단한 '랑데뷰'는 1988년 9월에 제8회 추계 전국대학 아마추어 야구선수권 대회에 처녀출전하여 그 이름을 널리 알렸다. 1989년에는 보라매공원에서 미국 선교사팀과 친선경기를 갖기도 할 정도로 활동영역을 점차 넓혀갔다.

점차 야구팀으로서의 기반을 잡아갔던 랑데뷰는 1993년도 봄에 제13회 춘계 전국대학 아마추어 야구선수권 대회에서 경희대를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으며, 가을에는 제16회 춘계 전국대학 아마추어 야구선수권 대회에서 동국대를 꺾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통합우승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보낸 한해였다. 그 이후에도 1995년과 1996년 춘계대회에서 2회 연속 우승을 일궈내며 대학 아마추어야구 대회에서 최강자로 군림했다.

1990년도 초, 중반 랑데뷰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이들은 어엿한 한집안의 가장이 되어 사회 곳곳에서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젊었을 때 못지 않다. 예전에 함께 땀을 흘렸던 동료와 일주일에 1번 이상씩은 모여서 야구연습을 하고, MJ리그에 참가하여 각계각층의 사회인들과 자웅을 겨루고 있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한집안의 가장으로서의 말 못할 고민을 동료와 공유하며, 야구를 통해 이를 해소하는 이들이야말로 진정 야구를 사랑하는 사회인이 아닐까.

'중앙대학교 랑데뷰 YB' "올 시즌 우승으로 부끄럽지 않은 후배가 되겠다."



▲사진= 랑데뷰의 YB 선수들  

1990년도 초,중반은 해태가 한국프로야구를 호령했듯, 랑데뷰가 대학아마야구리그를 평정했었다. 그러나 수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1996년 우승이후, 아직 우승의 경험이 없으며 2000년도 들어서서 전력의 급약화로 항상 하위권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2008년, 이들에게 10여년만의 우승의 기회가 왔다. 2008 대학아마야구리그 6경기를 치룬 이시점에 랑데뷰의 성적은 6전 6승으로 E조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더욱더 놀라운 점은 5연속 콜드승에 득점 92점, 실점 32점으로 득실차에서 +60점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에 4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은 선배님들을 위해 2008년 우승을 받치겠다는 이들은 다른 대학생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높은 학점을 얻기 위해, 고득점의 토익점수를 얻기 위해 학교-도서관을 들락날락 거리는 여타 대학생들과는 달리 매주 다른 학교들을 순방하며 야구경기를 통해 다른 학교 학생들과 친목도모도 하고, 야구 경기 후에는 '자신들의 미래'에 관한 건설적인 얘기도 나눔으로써 현재 대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말 못할 고민을 함께하기도 한다.

랑데뷰에서 1년 이상만 생활하면 서울, 수도권의 거의 모든 학교를 누빌 수 있으니, 대학생활 중에 이러한 낭만은 없을 것이다.

5월 11일(일) YB vs OB전의 시작

사진: 플랫카드, YB와 OB의 라인업
   
5월 11일 일요일 낮 3시. 세대는 다르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다르지 않은 그들만의 야구 경기가 시작된다. YBOB전의 열기만큼은 프로야구 경기 못지않게 과열된 양상을 띠었다. 보통 야구경기는 양팀 통틀어 54개의 아웃카운트가 잡혀야 경기가 끝난다. 하지만, 이들의 규칙은 약간 다르다. 낮3시부터 저녁7시까지 4시간 동안 지속된다. 9회 말이던, 15회 말이던 7시가 되어야 경기가 끝난다. 경기의 승패에 연연하기보다는 모든 팀원들이 다 참여할 수 있게 만든 전통적인 랑데뷰 YBOB전의 룰이다.

OB는 자신이 속한 사회인리그에서 YB들은 대학아마추어야구리그에서 그간 쌓은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초반부터 치열한 경기가 진행되었다. OB가 점수를 내면 YB가 따라가는 식으로 스코어의 변동폭이 심했다. 이때까지의 YBOB전에서 거의 모든 게임을 OB가 승리하였다고 한다. 역시나 젊음의 패기보다는 연륜이 대세였나보다. 하지만, 올시즌 YB의 전력을 감안한다면 무작정 OB의 승리를 점칠 수 만은 없었다.

배종우(체육교육과 04학번)와 이태희(기계공학과 02학번)의 홈런으로 멀찌감치 달아나는 듯 햇던 YB였지만, 역시나 OB형님들의 저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곧 바로 터진 1995년 우승당시 최우수 투수상과 홈런왕 상을 거머진 경험이 있는 YBOB전에 참가한 최고령자 양화승(영어영문 92)의 동점홈런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그러나 올해 5연속 콜드승을 거두며 6연승을 달리고 있는 YB는 곧바로 다음 회에 1점을 뽑아내며 8-7 캐네디 스코어를 만들었다.

어느덧 시간은 6시45분이 되었고 마지막 OB의 공격. 투아웃 주자 2,3루, 단타 하나가 끝내기 안타가 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들어선 후속타자는 2003년 YB의 감독을 역임했던 김정윤(영어영문 99학번). 1스트라이크 3볼에서 휘두른 그이 방망이에 맞은 공은 좌중간을 꿰뚫으며 오늘 경기를 매조 지었다. 덕아웃에 있던 OB의 모든선수들이 달려나와 헹가래를 해주었다.

9-8로 올해도 역시 OB의 승리로 끝이났다. 운동장에 모든 YBOB의 선수들과 매니저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손을 잡고 수고했다며 격려하였다. 정말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YB의 주축선수들 인터뷰
 
박형규 기자] 오늘 게임 어떠셨나요?

김성민] 정말 즐거웠습니다. 경기도 박진감 넘쳤습니다. 역대 YBOB전중에 최고의 게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경기의 승패를 떠나 대선배님들과 이렇게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저희에게 큰 기쁨입니다. 저희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역시 선배님들은 이기기가 힘드네요.

박형규 기자] 요즘 YB팀 잘 나가고 있던데요?

이태희] 현재 6경기에서 5연속콜드승 포함하여 6연승을 내달리고 있습니다. 최근에 OB형님들 뵐 면목이 없을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았었는데, 올해는 드디어 우승 전력을 갖췄고 잘나가고 있는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12년 만에 우승을 일궈낼 생각입니다.

꼭 우승을 해서 위대하신 선배님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후배들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 사진=이태희(기계공학과 01학번), 감독-김성민(법학과 02학번)

박형규 기자] YB팀에 있어서 '랑데뷰'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김성민] 제 대학생활의 최고의 동반자이자 쉼터입니다. 우리 동아리에는 프로야구 8개구단의 팬이 다 모여있어서 야구얘기만 해도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서로 같이 야구하며 땀흘리며, 야구 경기 후 술 한잔 하며 대학생활과 취업에 대해 여러 정보도 공유하고
스트레스도 풀고 있습니다.

OB 주축선수의 인터뷰

박형규 기자] 오늘 경기하신 소감은?

김민균] 오늘 정말 즐거웠습니다. 선, 후배 간에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 인데, 경기까지 이렇게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어서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YB의 올해의 전력이 급상승한것을 제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네요. 

박형규 기자] 직장생활과 병행하며 이렇게 야구 경기를 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으신지?

김민균]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일주일간 쌓였던 스트레스를 주말에 모두 야구로 날려버릴 수 있어 좋습니다. 예전 학창시절 같이 땀흘리며 야구 경기를 했던 선·후배들과 같이 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죠. 다만, 와이프한테 좀 눈치가 보입니다. 제가 사실 결혼한 지 2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주말에 많은 시간을 야구에 할애하다 보니 좀 미안합니다. 그래도 야구는 제 인생의 일부이기에 멈출 수 없습니다.

▲사진=김민균(경영학과 96학번)

박형규 기자] 인생에 있어서 '야구'란?

김민균] 제 인생에 있어서 야구는 제 삶의 활력소입니다. 기쁠 때나 힘들 때나 야구를 했고, 지금 이렇게 제 주위에 평생 함께할 선, 후배들 이 있지 않습니까. 여태껏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힘이 닿는데 까지 야구를 할 생각입니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한국 야구가 더욱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유소년 야구와 사회인 야구의 저변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사회인 야구의 발전은 프로야구의 발전과 흥행의 기반이 되는 초석을 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신분에 맞게 열심히 인생을 살아가는 그들. 비록 나이 차이는 있으나 '야구'를 통해 하나 된 이들. '야구'를 통해 세상과 의사소통하는 이 아름다운 광경을 통해 한국 야구의 장밋빛 미래를 그려본다.



박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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