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6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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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씁쓸한 한송이의 흥국생명 行

기사입력 2008.05.15 09:49 / 기사수정 2008.05.15 09:4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이번 시즌 여자배구 FA 최대어인 한송이가 흥국생명 행을 결정지었습니다. 여자팀 5개 구단 간의 전력 균형을 위해 한송이가 다른 팀에 가는 것이 합당해 보였지만 결국 여자부 최고의 강팀인 흥국생명이 한송이마저 영입하게 되었습니다.

한송이와의 우선협상권을 가진 현 소속팀인 도로공사가 공기업으로서 선수에게 제시할 금액을 더 많이 보태지 못해 한송이와의 우선협상권에서 실패하자 도로공사는 현 FA 폐지 및 대폭 수정이 안 되면 V리그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여기에 한송이를 영입하고자 하는 다른 구단들에게 공사 사업권 협상까지 들먹이며 한송이의 타 팀 영입을 강력하게 저지했습니다. 아무리 특정 선수를 잡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이런 방법을 써가며 다른 구단들에게 압력을 넣어야 했던 점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리고 다른 팀들과는 달리 사기업이 아닌 공기업으로서 몸값이 올라가는 선수에게 많은 금액을 제시하기 어려운 조건과 현행 FA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한송이를 잡기 위해 이런 방침을 내세운 도로공사의 방침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선수 영입에 있어서 공기업인 도로공사에게 문제점이 있다면 여기에 대한 이의제기를 정식적인 절차로 표명했어야 합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특정 선수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는 점입니다.

현재 여자배구에서 시행되고 있는 FA는 다른 종목들에 비해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당초, 5개 구단 간의 균형 있는 발전과 선수들의 실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자 만들었다는 FA 제도지만 지금까지 실질적으로 나타난 것은 선수의 선택권과 의지는 사라진 채, 오직 구단 간의 이익 쟁탈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당초, 한송이는 지난 시즌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자신과 같은 윙 스파이커의 존재가 절실히 필요하며 친언니인 한유미가 있는 현대건설 행을 원했습니다. 만약 전체적인 여자배구의 발전과 팀 전력의 평준화를 생각한다면 처음부터 한송이가 생각한 현대건설 행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도로공사가 사업안으로 협상을 벌일 수 있는 회사인 현대건설은 처음엔 한송이 영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왔지만 어느 순간 한송이 영입에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도로공사와 직접적인 사업권이 전무한 흥국생명이 한송이 영입에 가장 유리한 팀이 되는 촌극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한송이 본인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일체의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자신의 미니홈피와 배구관련 게시판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내가 가고 싶은 팀에 가지 못하게 됐다.’라고 전하면서 ‘이렇게 된 이상 다른 구단을 생각해 봐야 하는 입장이다.’라고 자신의 뜻을 표명했습니다.

이 말에서도 드러나듯 FA에서 한송이가 FA에서 본인의 의지를 쉽게 관철하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현재 한국의 배구선수들은 비단 FA 제도뿐만이 아니라 어떠한 협상권에서도 선수 본연의 목소리를 내기에 불합리한 환경 속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벌어진 한송이의 사건은 현행 FA 제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습니다. 지금과는 차별화된 FA 제도의 개선과 구단들의 일방적인 행동방침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프로배구에서 뛰는 여자선수들의 선택권은 앞으로도 전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배구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서라면 5개 구단이 고르게 전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최고의 거포인 김연경과 황연주를 보유하고 있는데다가 한송이마저 영입한 흥국생명은 한국 여자배구에서 내놓으라 하는 윙 스파이커들을 싹쓸이하게 됐습니다.

한송이의 영입으로 외국인 선수를 미들 블로커로 뽑아야 된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는 흥국생명은 다른 구단들에 비해 더욱 업그레이드된 전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편중된 팀 간의 전력은 전체적인 리그에 반감을 가져오게 되고 흥미도 떨어뜨리게 됩니다.

이번 한송이의 흥국생명 행이 결코 달갑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한송이 본인의 뜻이 흔쾌히 관철되지 않았다는 점과 현행 FA 제도의 문제점과 구단들의 이기심이 단도직입적으로 노출됐다는 점입니다.

[사진=한송이 (C) 한국배구연맹]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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