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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갈등고조' 여자 배구, 선수들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기사입력 2008.04.23 10:10 / 기사수정 2008.04.23 10:1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21일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2007~2008 V리그 시상식은 예전과 비교하면 조촐하고 한편으로 긴장감이 흐르는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한국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인 김연경과 황연주(이상 흥국생명), 그리고 정대영(GS 칼텍스)등은 부상으로 인해 시상식에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여자배구 선수들의 국가대표 합류 결정에 대한 협회와 연맹, 그리고 각 구단들 간의 갈등은 극도로 고조에 이르고 있었습니다.  바로 국가대표 선수 차출에 대한 갈등 때문이죠. 태릉에 모였던 선수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고 여기에 황연주 같은 경우는 구단 관계자의 손에 이끌려 야밤에 무단이탈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일어났으니 태릉에 모였던 초심과 열정은 상당히 궁색해졌을 겁니다.

이런 사건들이 일어나고 난 뒤, 대한배구협회는 국가대표 소집에 불응한 김연경과 정대영, 그리고 황연주 선수들에게 상벌위 위원회 회부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런 사건들을 일관적으로 따져보면 가장 억울하고 최종적으로 희생당하는 약자는 결국 선수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오해는 꼬리를 물고 이 선수들을 향한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여자배구선수들이 어떤 선택을 자의적으로 결정할 시스템은 한국배구 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서 과연 배구 선수를 꿈꾸는 유망주들을 비롯한 기존의 프로선수들도 얼마나 한국에서 배구를 계속 하고 싶어 할까요.

이번 사태에서 일어난 상황을 순전히 선수들의 시선에 맞춰보면 해답은 쉽게 나옵니다.

우선 예전부터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정대영은 오래전부터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활약해 준 그녀를 생각했다면 대표팀 제외를 보다 신중하게 검토하고 그녀를 대신할 수 있는 뛰어난 미들블로커들의 양성을 생각해야 했었습니다.

이미 GS 칼텍스로부터 거액의 연봉을 받고 들어간 만큼, 우선적으로 정대영은 소속팀에 열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오랜 선수생활을 통해 부상도 많은 만큼 그녀의 의사를 존중해 빈자리를 메울만한 미들블로커를 새롭게 찾아보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방법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정대영은 여전히 국가대표 최종엔트리 명단에 선발되었고 구단과 정대영 본인은 수술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정대영보다 더한 논란의 중심은 바로 김연경과 황연주에 있습니다. 이 두 선수는 한국여자배구의 좌우 공격수들 중 가장 뛰어나고 국제무대에서도 통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김연경과 황연주는 가장 중요한 올림픽예선을 앞두고 또 수술대에 오르고 말았습니다.

우선적으로 이번 대표팀 합류를 살펴볼 때, 흥국 구단은 가장 먼저 김연경을 대표팀에서 제외했지만 실제적으로 더 부상의 상태가 안 좋았던 선수는 황연주였습니다. 특히 이번 시즌 들어서서 황연주의 높이는 지난해에 비해 극히 낮아 있었고 그녀의 강점인 빠른 스피드와 움직임도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그런 모습은 리그의 초반인 1, 2라운드 때부터 나타났습니다. 비록 그녀가 잘해주는 시합도 있었긴 했지만 리그 초반부터 황연주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면 과연 재활을 다 끝마치고 나온 선수인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리그가 가장 빡빡했던 서울 중립 경기를 걸쳐 리그 막바지인 7라운드와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너무나 힘들어하는 모습이 한눈에 여실히 비쳐 보였습니다.

그리고 황연주의 부상은 막상 시즌이 끝나고 나서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닙니다. 너무나 빡빡한 일정의 리그를 쉴 새 없이 뛴 것도 문제였지만 처음부터 완전하지 못한 몸으로 이렇게 강행군을 벌였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죠.

적어도 황연주의 이번 사태를 막으려 했다면 초반 1, 2라운드 동안은 충분한 재활을 거쳐서 경기에 출전시켜야 했을 것입니다. 아무리 흥국의 라이트 위치가 백업으로 뛸 선수가 전무하다고해도 이렇게 부상에서 완전하게 완쾌되지 않은 선수를 처음부터 내보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런 면을 본다면 김연경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연경 역시 작년에 있었던 월드컵대회의 출전은 되도록 삼가고 충분한 재활을 좀 더 거친 뒤, 2라운드나 3라운드부터 기용되었다면 현재의 부상을 어느 정도 충분히 대비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결정권이 선수들에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뛸 기력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선수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코트에 들어서야 합니다. 현재 흥국구단에서는 선수들의 보호를 위해 올림픽 출전에 강한 열정을 나타낸 김연경의 의견을 잠재우고 이미 태릉에 들어가 있는 황연주를 무단이탈시켰다고 답변하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선수들의 부상을 염려했다면 구단 측에서 그동안 이 두 선수가 매 시즌이 끝날 때마다 수술대에 올랐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프로화로 인해, 선수들에 소집과 국가대표에 대한 개념이 예전과는 확연하게 바뀐 점을 생각한다면 대한배구협회도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새로운 대우 개선과 장차 미래의 국가대표가 될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양성해야 할 것입니다.

구단과 연맹, 그리고 협회 등은 자신들이 치러야할 경기에서는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출전시켰지만 부상 선수들에 대한 책임은 서로에게 미루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리고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저 이들의 진흙탕 싸움에서 헤어날 수 없었던 선수들은 최종적으로 본인들이 피해를 입고 국가대표 거부에 대한 비난의 화살까지 맞고 있습니다.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표명한 정대영은 아테네 올림픽 이전부터 지금까지 가장 꾸준하게 대표팀에서 활약해 준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김연경은 국내 리그보단 자신의 기량을 더욱 점검하고 다져나갈 수 있는 국제대회를 선호했었고 이번 올림픽 출전에 대한 열망이 그 누구보다도 강했습니다.

또한, 황연주 역시 아픔 몸을 이끌고도 이번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 올림픽 출전에 대한 의지 충만했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꿈은 바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것이라고 예전부터 밝히곤 했었죠.

이런 점들을 따져볼 때, 이번에 벌어진 초유의 사태들의 화살은 도저히 선수들에게 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국가대표를 피하는 것보다 아직도 선발되기를 바라는 선수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며 올림픽 출전과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은 그녀들이 현역시절에서 이룩하고 싶은 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선수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그릇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동료가 계속 빠져나가고 새로운 멤버들로 대치되는 상황 속에서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태릉의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어떠한 형태로도 비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번 올림픽 티켓의 획득여부를 떠나서 진정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뛴 선수들에게 격려와 성원을 보내는 것이 여러모로 힘들어할 그녀들에게 베풀 선물입니다.
 
 [사진(C)대한배구연맹]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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