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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의 노크] 김동영 스톰픽쳐스코리아 대표 "여배우 중심의 영화, 늘 꿈꾼다"

기사입력 2017.02.17 13:45 / 기사수정 2017.02.17 10:35

[김유진의 노크]는 영화계 안팎에서 힘을 보태고 있는 숨은 일꾼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는 엑스포츠뉴스의 고정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첫 번째 주인공은 영화 제작사 스톰픽쳐스코리아의 김동영 대표입니다. 2015년 설립된 스톰픽쳐스코리아는 '령: 저주받은 사진', '나이트 크롤러', '버스657', '다크플레이스', '타이밍', '커터', '트릭', '대결', '춘몽' 등을 배급했고 3월 1일 '커피메이트'와 16일 '비정규직 특수요원'의 개봉을 각각 앞두고 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빌딩. 사무실을 오가는 잰 발걸음에서 에너지가 느껴진다. 김동영 대표를 만난 날 스톰픽쳐스코리아 사무실은 3월에 개봉을 앞둔 영화 두 편에 대한 각종 작업으로 직원들까지 모두 분주함이 가득했다.

깔끔하게 정돈된 김 대표의 집무실에는 영화 시나리오와 포스터 액자가 정갈하게 걸려 있다. 영화 DVD, 액자, 시나리오 속 걸그룹 구구단의 CD도 눈에 띈다. "멤버 세정의 팬"이라며 김 대표가 웃었다. 여전히 바쁜 하루였다. 오전부터 이어진 회의의 연속. 김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간 중간에도 그의 휴대전화 벨은 쉴 새 없이 울렸다.


▲ "지금은 의미를 찾아가는 시간"…김동영 대표의 쉼 없는 도전

-어떻게 영화 일을 시작하게 됐나.


"28살에 군대 전역을 하고, 일을 알아보기 시작했죠. 전역 후에 대학원을 진학해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거든요. 그 때만 해도 항공사나 호텔 쪽으로 가려는 생각도 있었고요. 대학생 때 연극반 활동도 해 보면서 막연하게 '영화 일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책상에서 할 수 있는 영화 일이 뭐가 있을까' 주변에 물어보니 투자나 수입, 마케팅 이런 분야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첫 직장으로 영화 수입사, 지금은 없어진 시나브로엔터테인먼트라는 곳에 입사했어요. 외화 수입을 많이 하는 곳이었죠. 그 곳에서 배급과 회계 관련 일을 했어요."

-그게 2002년의 이야기라고 하니, 벌써 15년이 흘렀다.

"저는 운이 좋았던 거죠. 어떤 친구들은 영화사나 영화 쪽 일을 하려고 고등학생 때부터, 또 대학생 때도 영화 관련 계통으로 진학해서 준비를 하는 친구들이 꽤 많은데, 저는 비교적 영화사 입사를 쉽게, 여러 군데 많이 붙으면서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여러 회사를 거쳐 지금의 스톰픽쳐스코리아를 만들었다. 지난 해 배급한 영화들의 면면을 보면 사실 흥행적인 면에서는 뚜렷한 결과가 없었지만, 다양한 도전을 시도했다는 점은 눈에 띄는 것 같다.

"어떤 게 맞을까, 이것저것 해 본 거죠.(웃음) 뻔하지 않은 작품들을 해 보고 싶었는데, 제 생각과는 다른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또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되지?' 그런 생각도 했었고요. 그래서 작품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다양한 작품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것이거든요. 자기 색깔이 분명한 회사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 중에서는 호평과 혹평을 받았던 작품들이 공존한다. 작품 선택에 특별한 기준이 있는지.

"일단은 심플해요. 4대 메이저배급사가 하지 않은 영화들, 그들과의 차별화가 첫 번째죠. 할리우드를 예로 들면 '라라랜드'같은 영화는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만든 영화가 아니잖아요. 우리나라에서 '라라랜드' 같은 영화를 못 만드는 이유는 '흥행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어서죠. 한국에도 그런 시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죠. 그러기 위해서 중·저예산 작품들이 상업적인 측면에서 흥행에 성공해야 하기도 하고요."

-100만 명이라는 관객 수를 놓고 보면, 참 어렵고 또 큰 의미를 갖고 있는 수치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너무 어려워요.(웃음) 1년에 한 두 편 나오기도 힘들죠. 지난해에 '날 보러 와요'라는 영화가 잘 됐잖아요. ('날 보러 와요'는 지난 해 4월 개봉해 106만 명을 모으며 손익분기점 60만 명을 넘었다) 그런 류의 영화들이 시장을 조금 풍성하게 만든 점이 있지 않나 생각해요. 강예원이라는 배우도 어떻게 보면 (영화의 중심에서) 배우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선 것인데, 100만 관객을 모았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죠. 저도 100만 관객을 해봤으면 좋겠어요.(웃음)"

-앞서 언급한 강예원은 스톰픽쳐스코리아가 제작한 '비정규직특수요원'에도 출연한다. '날 보러 와요'에서의 호연이 캐스팅에도 영향을 미친 것인가. 제작자로서 어떤 점을 눈여겨보는지.

"영향을 끼쳤죠. 저는 여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첫 번째 모토가 '주인공을 여자로 쓰겠다'는 것이었고요. 덕분에 많은 분들의 지지와 응원을 받았죠.(웃음) 실제 여배우들이 활약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시도는 중·저예산 시장에서 더 과감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큰 시장에서는 안정성을 택할 수밖에 없거든요. 저는 거기에서 차별화를 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여배우가 중심이 되는 영화 위주로 영화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요. 이번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의 강예원, 한채아 씨에 대한 믿음지수는 아주 높습니다.(웃음)"

-일을 하면서 항상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사실 그렇죠. 만드는 순간부터 객관성을 잃어버리니까요.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의사결정을 하는 부분이 늘 어려워요. 포스터 하나를 놓고 봐도 홍보부터 투자, 제작, 배급, 감독까지 의견이 다 다르거든요. 이들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는 인정받는 프로들이잖아요. 그래서 결정을 할 때 다수결에 많이 의존을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다양한 의견을 모아서 교집합을 만들고, 결정하는 일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스톰픽쳐스만의 차별화된 전략에 대해 더 자세히 얘기해준다면.


"'결국에 톱 감독과 톱 배우가 없는 영화는 못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어요. 제가 정의의 사도는 아니지만, 그렇게 시장 자체가 편향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죠. 그 틈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고, 저는 그것을 '여배우 중심의 작품을 만들겠다'고 정한 것이에요. 우리나라에 연기 잘하는 여배우들이 참 많은데, 그들이 중심이 될 수 있는 영화는 1년에 두 세 개 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실제로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다음 작품도 로맨틱 코미디 장르인데, 남녀 주인공이 모두 등장하지만 여주인공의 자아와 인생관, 가치에 초점을 맞추려고 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여주인공을 잘 활용한 영화, 즐거운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죠. 제가 그런 톤앤매너의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또 하나는 작품성이라고 하면 사실 제가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은 없지만, 작품성 있는 영화를 많이 하고 싶고요."

-그동안 수많은 작품들을 접하면서 가장 애정이 가거나 또 아쉬운 작품을 꼽아볼 수 있을까.

"정확하게 두 작품이 있어요. '경주'와 '26년'이요. '경주'는 배우들이 다 노개런티로 출연했거든요. 거기에서도 의미가 있었고요. 또 감독님이 얘기하는 게 사실 관객들에게는 굉장히 어렵지만, 그 작품이 갖는 의미와 상징성,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연구와 탐구 같은 부분들이 본질적으로 좋았던 것 같아요. '경주' 덕분에 저도 이후에 장률 감독님과 '춘몽'을 다시 할 수 있게 됐죠. '26년'은 결과적으로 296만 명이 보면서 흥행이 굉장히 잘 됐지만, 개봉했을 당시 사회적 배경 때문에 좀 그랬던 것이 있었죠."

-개봉을 앞둔 '커피메이트'와 '비정규직 특수요원'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커피메이트'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돼 호평 받았고, '비정규직 특수요원'도 강예원·한채아 배우 조합에 거는 기대가 높다.

"'커피메이트'는 근래 한국에서 굉장히 보기 드문 영화라고 생각해요. 객관적으로 보면 흥행은 좀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장르적인 측면에서 의미를 두고 가는 작품이라고 보면 될 것 같고요. 실제 '커피메이트'도 윤진서 씨의 비중이 훨씬 많기도 해요. '비정규직 특수요원'도 '미씽: 사라진 여자' 이후 오랜만에 나오는 여자 투톱 영화죠. 또 코믹액션이라는 편한 장르로 관객들에게 다가가지만, 그 안에서는 비정규직에 대한 애환 같은 사회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어요. '여배우 두 명과 액션 활극을 찍자'는 콘셉트였는데, 시나리오, 캐스팅, 촬영부터 개봉까지 정말 착착착 진행됐죠. 근래에 보기 드문 시도였다는 점에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올해에는 더 많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인가.

"올해 한 두 작품 정도 더 들어갈까 생각중이에요. 하나는 로맨틱 코미디, 하나는 액션영화요. 리암 니슨이 출연한 '논스톱' 같은,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액션 스릴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죠. 사실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는 것이 예산절약도 되거든요.(웃음)"

-일할 때의 밝은 에너지가 인상적이었다. 그 에너지가 작품에 대한 흥행까지 잘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도 안 된 영화가 많아서…(웃음) 성격 덕분에 작품 결정을 빨리 하게 되는 편인데, 또 그게 결국에는 단점이 되더라고요. 결국 흥행이죠. 흥행이 안 되다 보니까 '내가 스스로 에너지를 못 이겨서, 너무 빠른 결정을 한 건 아닌가'란 고민도 있고요. 이 회사에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분도 분명히 있죠."

-주변에서 흥행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마음이 아프지는 않나.

"물론 흥행하면 당연히 좋죠. 그러려고 투자와 배급을 하는 것인데요. 일단 시장 자체가 중·저예산 영화가 흥행하기가 너무 어려운 구조잖아요.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또 그러면 돈을 구하러 다녀야 되죠. 주변에서도, "그렇게 영화가 잘 안되는데 어떻게 다음 작품을 계속 들어가냐"고 하기도 해요. 그런데 저는, 작품을 많이 들어가야 그만큼 돈을 돌릴 수 있다고 말하죠. 저 스스로를 디스(디스카운트)하면서 희화화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면, 영화 제작 일을 하면 안 된다고 봐요.(웃음)"

-남들이 가지 않는 가시밭길을 자처해서 가는 느낌이다. 앞으로 그리고 있는 그림은.

"가시밭길을 걷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걷다 보니 가게 되더라고요.(웃음) 모든 작품이 관객, 평론가, 언론에 호평 받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춘몽'은 흥행이 생각보다 좀 저조했지만 평론과 언론에서는 좋은 평을 받아서 만족했던 부분이 있고요. 돈을 많이 주고 적게 주고를 떠나서, 또 서로 작품을 했을 때 어딜 가서 '나 이런 작품 했다'고 하면 그게 흥행이 됐든 그렇지 않든 이 사람과 함께 작업해서 좋았다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어요. 창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죠. 요즘엔 저도 주위 사람들 조언을 많이 듣고 있거든요. 어디 가서 창피하지 않은 작품을 했으면 좋겠고, 올해 내놓을 작품들을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도 꽃길을 걷고 싶습니다.(웃음)"


* 김동영 대표의 잇(IT) 아이템

김 대표는 평소에도 SNS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SNS 속에서 아이디어도 많이 얻는 편이다. 휴대전화와 아이패드도 그의 아이디어들을 담는 창구다. 실제 김 대표가 공개한 휴대전화 메모란에는 영화의 카피, 캐스팅 등 다양한 이야기가 빼곡히 담겨 있었다. 김 대표는 "갑자기, 느닷없이 생각나는 아이템들을 써놓는다. 작품도 많고, 기억해야 할 것들도 많다 보니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라고 얘기했다. "휴대전화에 써놓았던 것들은 아이패드에 옮겨놓는다"며 직접 가방에서 아이패드를 꺼내 전원을 켠 김 대표가 이내 멋쩍게 웃는다. "아이고, 업데이트를 하라네요. 주말 사이에 안 켰더니!"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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