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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삼국지] 설움 가득한 아이스하키 대표팀, 그들의 아름다운 도전

기사입력 2008.04.11 09:44 / 기사수정 2008.04.11 09:44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3월 12일부터 한 달간의 합숙 훈련을 마친 대한민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11일 세계 선수권 대회를 위해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로 출국합니다. 그동안 태릉선수촌에 입촌, 합숙 훈련을 하면서 오전 오후로 나눠 강도 높은 훈련을 계속해온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연세대를 비롯 역시 세계대회를 앞둔 U-18세 주니어 대표 팀과도 몇 차례 연습경기를 가지며 실전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을 거듭했습니다.

애초 대표로 선발되었던 김동환과 유문수가 부상을 이유로 대표 팀에서 제외되고 김원중(F,안양한라) 오현호(F, 연세대 4년)와 신상우(F,고려대 3년)가 대표 팀에 새로 발탁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죠. 


위에 모습의 마지막 연습 경기였던 지난 4일 목동 지하링크에서 안양 한라 선수들만 따로 모여 찍은 사진입니다. 파동 아닌 파동으로 여느 해 보다 늦게 진행 된 드래프트 때문에 07-08 시즌동안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늦게 입단하게 된 연세대 출신 두 거포 김기성, 박우상 또한 한라 선수로 함께 했죠. 보통 다른 종목의 대표 팀과는 달리 선수 선발에 있어 아이스하키는 선택의 폭이 무척이나 좁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 존재하는 실업팀은 두개 뿐이고, 대학 팀도 선수 선발을 포기한 광운대를 제외하면 4개로 매우 적죠. 그렇다보니 대표 팀을 선발하고 나면 이렇게 한 팀에서 전체 선수의 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곤하죠.


이 날은 마지막으로 치러지는 연습 경기이기도 했고, 이번 세계 선수권 대회 단장을 맡은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이 직접 경기장을 찾기도 해 선수들은 평소 입던 연습복 대신 새로 지급받은 깨끗한 새 유니폼을 입고 연습 경기를 치렀습니다. 상당히 오랜만에 새로 지급 된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을 보자니 나름 감개무량하더군요. 제일 먼저 기자가 살피게 된 것은 선수들의 등이었습니다.


아이스하키,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세요? 기자가 아이스하키를 접하게 된 후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그거, 돈 있어야 한다며?’였습니다. 물론, 어느 스포츠가 돈 없이 할 수있겠습니까만 도련님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유난히 깊게 뿌리박힌 스포츠 중 하나가 아이스하키였죠.


그런 이미지에 비해 아이스하키는 상당히 척박한 환경에서 계속 자라나고 있습니다. 대표 선수라고는 하지만, 연습할 때 다 같이 입을 수 있는 연습복이 따로 지급되는 것도 아니고, 유니폼 또한 마찬가지였죠.


지난 해 한국에서 세계 선수권 대회가 열렸을 때 안양 한라의 김한성 선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니폼은 선수에게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보면 된다.’며 아쉬운 마음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엔 중국 창춘에서 동계 아시안 게임도 있었습니다. 대표 팀 선수들은 그때 입었던 유니폼을 다시 입어야했고, 배번이 바뀐 선수들은 그 당시의 유니폼을 교환해서 자기 이름을 직접 달아야 하는 상황까지 갔었습니다. 그래서 한 선수는 이름이 뒤집혀 바느질 된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기도 했었고, 대부분의 선수들은 어설프게 자신이 직접 자신의 이름을 바느질해 유니폼을 입어야 했습니다.


어느 날인가 연세대와의 연습 경기를 보러 갔을 때였습니다. 협회 관계자인 듯 한 분이 경기를 마치고 관전 중인 박우상 선수에게 다가와 유니폼 샘플을 건네며 ‘그 동안 오래 입었으니 새 유니폼으로 바꿔주겠다.’며 사이즈 확인만 하라고 하는 걸 보고 ‘그래도 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인데......’라며 씁쓸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난해의 기억과 겹쳐져 새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을 보자마자 제일 먼저 눈을 줬던 곳은 다름 아닌 등이었습니다. 이번엔 그나마 깨끗하게 모든 선수의 이름이 제대로 붙어있더군요. 안심했습니다. 



주장에는 하이원의 이명우가, 부주장에는 안양 한라의 주장인 김우재와 역시 안양 한라 소속의 이권준이 선발 되었습니다. 이 들 가슴에 새겨진 주장을 나타내는 C와 부주장을 나타내는 A는 여전히 어설프게 바느질한 태가 역력해 조금은 씁쓸했지만요.  그래도 이게 어딥니까, 많이 나아졌는데요.


그렇게 비인기 종목의 설움, 그에 따른 정당하지 못한 대표 선수에 대한 대우, 이런 저런 아픔을 뒤로 하고 선수들은 원정길에 오릅니다. 첫 경기는 오는 13일 개최국인 오스트리아와 맞붙게 됩니다. 세계 랭킹 32위, 어찌 보면 꽤 높은 자리에 올라 있는 것 같지만 세계 아이스하키 연맹에 등록되어 있는 팀의 수는 총 46개 팀 뿐입니다. 같은 리그를 운영 중인 이웃나라 일본은 22위, 리그 내에선 동네북인 중국조차 우리보다 위인 27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아직 세계무대를 향한 발걸음은 멀고도 멀었죠. 

 

비록 대표 팀을 위한 전용 링크도 아닌 차갑고 어두운 지하링크에서 힘들게 연습 경기를 치를지라도 웃으면서, 최선을 다해 그 두 시간에 임하고 있는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이 들이 우리나라 아이스하키의 토양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버릴 수 없습니다. 당장 자신들의 기쁨과 만족을 떠나서 앞으로 아이스하키를 시작하게 될 누군가를 위해서 험하고 굽이진 이 길을 조금은 걷기 편하게, 다독이기 위해 오늘도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그들이 있어, 언젠가 우리의 하얀 링크에도 인기와 실력이라는 커다란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드리워지겠죠. 그날을 꿈꾸며 먼 원정길을 떠나는 그들에게 이번 대회의 무운을 빕니다. 


* 최종 선발 명단


감독 : 변선욱 코치 : 윤성엽 (연세대 감독)


선수 : 최정식(F), 곽재준(F), 이용준(F), 이승준(F), 이명우(D,주장),황병욱(D), 김윤환(D), 엄현승(GK) - 이상 하이원


김규헌(F), 이권재(F), 이유원(F), 박우상(F), 김원중(F) 김기성(F) 박성민(D), 김우재(D,부주장), 이권준(D,부주장), 윤경원(D), 손호성(GK), 김선기(GK)- 이상 안양 한라


조민호(F),신상우(F) - 고려대학교

정병천(F),오현호(F) - 연세대학교


* 경기 일정


4월 13일 (일) 오후 8시30분 vs 오스트리아

4월 14일 (월) 오후 5시 vs 카자흐스탄

4월 16일 (수) 오후 1시30분 vs 영국 
4월 18일 (금) 오후 5시 vs 폴란드

4월 19일 (토) 오후 1시30분 vs 네덜란드

*모든 경기 시간은 개최지 오스트리아의 현지 시각에 따릅니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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