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리그 7년차 송인석의 퀵오픈이 대한항공 코트에 떨어지며 NH농협 2007~2008 V리그 플레이오프는 현대캐피탈의 기적적인 역전승으로 끝이 났다. 대한항공은 작년 V리그에 이어 또다시 플레이오프에서 현대캐피탈에게 패하며 아쉽게 시즌을 마감했다.
올시즌 27승 8패로 선두 삼성화재에 3경기 뒤지는 2위로 선전하며 V리그의 흥행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대한항공은 신영수,장광균으로 대표되는 젊은 에이스들과 검증된 외국인 선수 보비, 후반 신예의 패기로 팀을 이끌어낸 한선수,진상헌으로 대표되는 젊음과 패기의 구단이었다. 국가대표 신영수와 장광균은 왼쪽 날개로 팀의 공격을 책임지고, 보비는 여전한 위력을 과시했으며, 김영석의 부상으로 새롭게 주전 세터로 등장한 한선수는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팀을 정규리그 2위로 이끌었다.
하지만 백전 노장 김호철 감독과 후인정, 국가대표 중앙의 버팀목 이선규와 윤봉우,하경민이 보여주는 노련미, 그리고 패기와 경험이 모두 갖춰진 젊은 에이스 박철우가 버틴 현대캐피탈의 관록을 이기기에는 아직까지 선수들의 경험이 미치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후인정과 같이 위기시에 팀을 하나로 뭉쳐줄 구심점이 될 선수가 없다.
주전 선수들이 대부분 너무 젊어서 위기 순간 집중력 유지기 쉽게 되지 않으며, 주장 이영택은 진상헌과의 주전경쟁에서 밀리면서 주장역할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세터 한선수는 아직까진 경험이 일천한 새내기였고, 문용관 감독의 카리스마로 팀을 휘어잡기에는 아직까지 갈길이 멀다. 3차전 3세트 11:2의 완전한 리드를 박철우의 원맨쇼로 내주는 순간, 대한항공 선수들의 동요는 사실상 경기를 체념한 것 같은 눈빛이었다.
이렇듯 팀의 응집력이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에 비해 약했기에, 그동안 대한항공의 효율적이지 못한 배구 스타일이 결정적인 순간 약점으로 작용했다. 시즌 내내 지적됐던 지나친 좌우공격 의존은 또다시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대한항공의 발목을 잡았다. 2차전과 3차전 현대캐피탈의 철벽 블로킹을 이끈 이선규,윤봉우에게 무모하게 정면대결을 고집하다가 블로킹을 헌납하며 무너진 대한항공은 서브와 좌우공격, 그리고 수비의 강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장기를 극대화하지 못하고 현대캐피탈에게 역전의 기회를 넘겨주고 말았다.
또한 대한항공의 강점으로 인정받던 두터운 선수층 활용에서 문용관감독은 실패했다. 부상문제와 경험부족을 이유로 신영수,장광균,보비의 3인 체제를 끝날때까지 고수했던 대한항공은 1차전 신영수의 맹활약으로 승리했지만, 2차전,3차전 신영수가 현대캐피탈의 블로킹에 막히자 해법을 찾지 못하고 무너졌다. 시즌 후반부터 드러났던 보비와 장광균의 체력저하를 현대캐피탈의 높은 블로킹이 놓치지 않고 잡아냈지만 대한항공은 비장의 카드 박철우와 신예 임시형을 적재 적소에 기용해 성공을 거둔 김호철 감독의 용병술을 막아내지 못했다.
결국 단기전 승부는 단기전의 묘미가 있기에 재미가 더한 것이다. 승패가 단지 선수들의 키와 타점, 팔힘만으로 갈려질 수 있다면 대한항공은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을 압도할수 있는 기본 자질을 가졌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좋은 구슬을 골라내고 꿰어내서 멋진 목걸이로 만드는 것은 선수들과 감독이 혼연일체가 된 노력을 해야 만들어낼 수 있는 것.
패했다고 기죽지 마라. 젊은 날개들이여. 오늘 패배의 쓴 잔에는 새로운 도전으로 가는 길이 비춰져있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도 그 쓴 잔을 마시며 승리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연구하고 도전해왔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의 젊은 날개들은 아직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선수들이다.
올 시즌은 끝났지만, 내년 시즌의 젊은 날개는 또다시 하늘로 날아오를 날개짓을 시작할 것이다.
[사진=올 한해 인천의 배구를 사랑해준 많은 인천 시민들께 큰 감사를 보낸다. (C) KOVO 포토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