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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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리뷰] 연극 '꽃의 비밀', 유쾌한 웃음 뒤 감춰진 여자들의 그늘

기사입력 2017.01.29 08:57 / 기사수정 2017.01.29 08:57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연극 ‘꽃의 비밀’은 한없이 웃기고 유쾌하다. 그러나 이면에는 여자들이 겪는 사회 부조리에 대한 풍자가 녹아있다.

여자 배우들이 중심을 이루는 작품이다. 평온해 보이는 이탈리아 북서부 작은 마을 빌라페로사에 사는 네 여자가 주인공이다. 어느 날 이들에게 은밀한 비밀이 생긴다. 남편들이 탄 차가 고장 나 부르노 계곡에 추락, 모두 죽게 된 것이다. 네 여자의 발칙한 작전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평범해 보이는 이 '아줌마들'은 20만 유로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각자의 남편으로 변장한다. 남편인 척 간단한 방문 검진만 받으면 보험금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해프닝을 코믹하게 담아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개와 개성 가득한 캐릭터 덕분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20대부터 40대까지 각기 다른 아줌마들이 펼치는 상황과 대화가 재기발랄하다. 소소하게 툭툭 던지는 대사들도 관객의 공감을 자아낸다.

“세상에 어떤 부부가 전화를 하니?”라며 이해되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짓는 왕언니 소피아부터 남편 때문에 속 썩어도 이혼하자는 말은 쉽게 못 꺼내는 주당 자스민,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듯하지만 어린 배달부와 썸을 즐기는 모니카, 가장 어리지만 바람난 남편에게 복수하는 대범함을 가진 지나까지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하다.

시종 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 가려진 역설적 유머를 이해하고 나면, 공연이 끝난 뒤에는 가슴 한편에 씁쓸함이 밀려온다.

이들이 얻은 건 단지 보험금이 아니다. 억압하는 남자, 혹은 남편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이렇게 사이다 같은 폭로전과 복수극이 펼쳐진 것처럼 보이나 반전이 있다. 사회적 부조리가 쉽게 바뀌지 않는 현실처럼 이들의 결말은 허무하다. 말미 이혼하길 원하지만 결국은 “남편이 보고 싶어”라고 말하는 자스민처럼, 여자들이 수동적인 ‘꽃’에서 벗어나기 힘든 사회 구조를 풍자한다.  

웰메이드 작품 속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다. 이선주, 배종옥, 소유진, 박지예의 합이 잘 맞는다. ‘왜 전화를 할까 부부끼리’라는 대사를 능청스럽게 소화하는 이선주와 우스꽝스러운 분장도 서슴지 않은 배종옥의 연기가 맛깔난다. 브라운관에서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주로 보여준 배종욱의 망가진 모습이 특히 새롭다. 네 배우 모두 이질감 없이 극 중 배역에 녹아든다. 개성이 다른 캐릭터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흡인력 있는 호흡을 선사한다. 

허당 의사 카를로 역의 최태원과 섹시한 간호사 산드라 한아련 역시 감초 노릇을 톡톡히 한다. 남장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네 여자와의 코믹호흡이 돋보인다.

2월 5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한다. 120분. 만 12세 이상.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수현재컴퍼니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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