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최진실 기자] "잘 생겼다"는 말을 늘 듣던 정우성. 연예인, 아니 한 사람에게 있어 최고의 칭찬이지만 정우성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꾸준히 변화했다. 꽃미남의 대명사 정우성은 그렇게 천의 얼굴을 가진 진정한 배우 정우성으로 오랜 시간 동안 사랑 받고 있다.
지난 18일 개봉한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은 정우성의 필모그래피에 있어 심상치 않은 하나의 변화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정우성은 '더 킹'에서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최고의 권력을 가지 검사 한강식 역을 맡았다.
정우성은 등장부터 압도적인 한강식을 통해 강력한 카리스마 뿐만 아니라 간담이 서늘해지는 광기, 그리고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는 풍자까지 정우성의 또 다른 새로운 얼굴을 표현해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엑스포츠뉴스와 만난 정우성은 이런 '더 킹'에 대해 유쾌한 마당놀이처럼 풍자하고 싶은 것들이 그려져 좋았다고 전했다.
정우성이 연기한 한강식은 첫 등장부터 강렬했다. 마치 한재림 감독의 전작 '관상'에서 이정재의 등장을 떠올리게 할 만큼 임팩트가 강했다. 이에 정우성은 '이 사람을 무너트려야지'하는 결심으로 한강식에 접근했고 모순을 느낄 수 있는 목소리로 연기를 해야겠다고 느꼈다. 정우성은 무너트리고 싶은, 너무나도 싫어하는 사람의 종류인 한강식과 어떻게 만났을까.
"정치 검찰, 그에 대한 스캔들 등 불합리함에 대해서는 모두가 알고 있었습니다. 상위 몇 퍼센트의 기득권이 조직을 망가뜨리는 것에 대한 분노는 모두가 갖고 있지 않았나요. 그런 분노와 불합리함의 표상을 한강식이라 생각하며 표현했습니다. 한강식을 망가뜨리기 위해 좀 더 가볍게 표현하려 했어요. 사람들이 한강식을 보며 비웃고 마지막에는 짜릿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이, 또 국민을 위한 기관에 있는 사람이라면 마지막에 얼마나 우습게 추락하는지 표현하려 했습니다."
정우성은 '더 킹'에서 '버스안에서'와 '난'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우성과 춤은 좀처럼 상상하기 쉽지 않았지만 코믹하면서도 의외로 실력도 괜찮았다. 이에 대해 정우성은 "인체의 신비는 연습하면 된다는 것이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한강식의 자아도취가 춤을 추고 노래를 할 때 자신감 있게 확실히 보여지길 원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정우성은 원톱 주연을 맡거나 '스스로가 빛나는' 중심의 역할을 주로 맡았다. 그런데 '감시자들'부터 시작해 '더 킹'에서도 본인 보다는 다른 배우들도 함께 빛나는, 어떻게 보면 중심보다는 곁에 있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의아함은 있겠죠. (웃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주인공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떤 롤을 했을 때 그 기능을 얼마만큼 파급력있게 잘 하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전체가 어우러지는 '우리' 영화지, '내' 영화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킹'도 함께 참여하고 함께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활동의 다양한 폭을 스스로에게는 좀 더 넓힐 수 있었던 선택이기도 했죠."
'더 킹'의 촬영장에서 정우성은 가장 선배 배우기도 했다. 그는 '더 킹'을 촬영하며 '후배들과 작업할 수 있는 기회 안에 있는 나'에 대해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잘 버티고 열심히 해서 후배들과 만나는 것에 대해 즐거움을 느끼고 앞으로는 어떤 선배가 될지 생각도 했다고. 멋지게 성장한 후배와 가능성 있는 후배를 봤을 때 많은 자극을 받고 교류를 할 수 있는 자신이 돼 좋다고 전했다.
정우성이 말한 후배의 전자는 조인성이었다. 조인성의 신인 시절 보고 약간은 먼 거리에서 바라보는 관계의 후배였는데 이제는 진짜 조인성이 돼, 조인성스러움이 뭔지 표현할 수 있는 '멋진 조인성'이 돼 정말 기뻤다고. 또한 류준열은 부딪히는 신이 많지는 않았지만 드라마 촬영과 겹쳐 피로가 클텐데도 상황에 잘 대처하고 통찰력 있는 모습에서 '참 좋은 배우가 되겠다'고 느끼는 기대되는 배우라 칭찬했다. 실제 정우성의 인터뷰 장소에는 같은 장소에서 인터뷰를 했던 류준열이 직접 찾아와 밝은 인사를 전하며 선후배의 훈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후배를 인자하게 안아주는 따뜻한 선배가 된 정우성은 대중에게도 있어 잘 생겼지만 어딘가 다가가기는 좀 멀게 느껴졌던 이미지에서 "잘 생긴 것은 진리"라 반박 불가의 말을 하며 이제는 편안해진 이미지로 다가오기도 했다. 정우성은 좋아진 이미지에 대해 조그만 실수를 해도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다며 피곤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데뷔 후 엄청나게 들었던 '잘생김'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잘 생김. 하하. 하나는 잘난 척 해야 하지 않을까요. (웃음) 잘생긴 것은 잠깐입니다. 질릴 수도 있지요. 아름답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내면의 가치, 생각이 중요합니다. 자아, 나라는 사람의 질문 등을 하며 자기를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해야 합니다. 그랬을 때 온전한 아름다움으로 서는 것이죠. 후배들도 자꾸 외모에만 치중하기 보다 그런 점을 가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우성은 배우 외에도 절친 이정재와 함께 아티스트컴퍼니를 운영하며 후배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 하정우, 고아라와 전속계약을 맺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우성은 이정재와 함께 아티스트컴퍼니를 이끌며 좋은 파트너가 생겨 든든하다고 전했다. 또한 전문 경영인이 있으니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회사를 함께 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아라 씨에게 있어서는 지금이 되게 중요한 시점입니다. 배우로서의 입지와 확정에 대해 생각할 시기죠. 어떤 사람의 옆에서 어떤 도움을 받느냐에 따라 더 밀도 있는 배우로 성장할 수 있는 시점 같아요. 그런 것에 있어서 우리가 함께 의견을 줄 수 있는 입장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친구에게 더해줄 것이 있으면 더해주고 뺄 것이 있으면 빼주고 싶어요. 아라 씨처럼 경력이 있어도 혹은 없어도 우리의 경험에서 얻은 가치관이나 자세에 대해 돕겠다는 의지가 있는 회사입니다. 도움과 함께 그 친구들과도 소통하며 우리도 자극을 받곤 하지요."
true@xportsnews.com / 사진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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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 기자 tu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