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최진실 기자] 순수함과 아련함을 안은 판타지가 스크린을 찾았다. 배우들의 비주얼만이 전부인 영화가 아니다.
16일 개봉한 영화 '가려진 시간'(감독 엄태화)은 의문의 실종 사건으로 인해 시공간이 멈춘 세계에서 어른이 돼 돌아온 성민(강동원 분)과 그를 믿어주는 유일한 소녀 수린(신은수)의 이야기를 그렸다.
수린은 의붓아버지 도균(김희원)의 일로 인해 화노도로 향한다. 수린은 어머니를 여읜 뒤 도저히 "아빠"라는 말이 떨어지지 않는 도균과 둘이서 살아야 한다는 현실에 마음을 닫고 지낸다. 그런 수린에게 다가온 이는 성민이다. 성민은 수린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해주고 둘은 누구보다 친한 친구 사이가 된다.
수린과 성민은 같은 반 친구 태식, 재욱과 함께 산에 오르고 우연히 한 동굴을 접한다. 이들은 호기심으로 인해 무언가를 만지게 되고 성민, 태식, 재욱은 실종된다. 함께 있었던 아이들 중 유일한 생존자인 수린은 괴로워하고 친구들의 행방을 궁금해한다. 그러던 수린에게 성민이 나타난다. 하지만 성민은 어른이 된 모습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모습이지만 수린만이 성민의 말을 믿어준다. 하지만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자 어른들은 의심을 가지고, 성민은 쫓길 수 밖에 없게 된다.
이처럼 '가려진 시간'은 현실에서 좀처럼 설명되기 힘든 멈춰진 시간에 대한 판타지적 요소를 담고 있는 영화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성민만 변했다. 열세살이었던 성민은 그 짧은 현실의 시간 동안 어른이 돼있었다.
성민의 이야기를 믿어주는 사람은 수린 뿐이다. 근거를 말해도 어른들은 도저히 믿지 않는다. 심지어 성민의 친구였던 어린이도 믿지 않는다. 심지어 영화 말미 형사 백기(권해효)가 수린에게 전해주는 말은 너무나도 현실을 반영한 말이었다.
하지만 편견 속에서도 성민과 수린의 세계는 맑았다. 성민과 수린의 사이는 사랑보다는 각별한 우정 혹은 서로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 돈독하고 따뜻한 관계로 보는 것이 더 어울릴 수 있다. 성민과 수린이 아지트처럼 드나드는 그 공간만은 성민이 겪었던 멈춰진 시간과 또 다르게 편견과 현실로부터 '가려진 시간'이 흐르는 장소처럼 느껴졌다.
'가려진 시간'은 '잉투기'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엄태화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큰 파도 앞에서 남자와 소녀가 나란히 서 있는 그림을 보고 영화의 이야기를 떠올렸다는 엄태화 감독의 말처럼 성민과 수린의 모습은 한 폭의 순수한 그림, 동화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믿고 보는 배우' 강동원은 열세살 감성을 가진 어른 역할을 소화했다. 꽃미남부터 사기꾼까지 워낙 다양한 변신을 보였던 강동원이지만 '가려진 시간'을 통해 순수한 판타지까지 소화했다. 우월한 비주얼과 더불어 결코 열세살에서 시간이 멈춰진 성민이의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걱정 어린 강동원의 표정은 한동안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하다.
이와 더불어 신예 신은수는 '발견'이라 말할 수 있다. 올해 열다섯살인 신은수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비주얼을 선보였다. 분명 인형처럼 예쁘지만 신은수 만의 특별한 분위기가 있다. 그런 분위기가 판타지적 요소가 강한 '가려진 시간'과 잘 어울렸다. 신은수는 첫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연기력을 보였다. 신은수는 선배 강동원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실력을 보이며 충무로의 혜성 탄생을 알렸다.
이처럼 '가려진 시간'은 한 편의 동화를 읽는 듯한 오묘한 판타지의 등장을 알렸다. 엄태화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강동원, 신은수의 순수함이 돋보이는 호흡이 어우러졌다. 쌀쌀해지는 초겨울 밤, 아련한 감성을 따스하게 채워줄 수 있는 영화다. 129분. 12세 관람가
true@xportsnews.com / 사진 =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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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 기자 tu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