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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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아름다움 사라진 시대, 백석이 필요한 이유 (종합)

기사입력 2016.11.10 17:26 / 기사수정 2016.11.10 18:25

이아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천억이 그 사람 시 한 줄만 못해."

시인 백석은 천재적인 재능뿐만 아니라 훤칠한 외모로 당시 모든 여성의 선망이었다고 한다. 그가 사랑한 여인 중에는 기생 김영한이 있었다. 백석과 김영한은 3년간 뜨겁게 사랑했으나 분단이라는 아픈 역사는 두 사람의 사랑도 갈라놓았다. 백석은 북한에서 재능을 펼치지 못하고 개마고원의 농장에서 노동자로 생을 마감했고, 김영한은 남쪽에서 평생 그를 그리워했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길상사는 김영한이 생전 운영하던 대원각이라는 요정을 법정 스님에게 시주한 것으로, 아깝지 않냐는 질문에 "천억이 그 사람 시 한 줄만 못해"라고 답했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백석의 시, 그리고 백석과 김영한의 사랑을 재구성한 창작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프레스콜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드림아트센터 2관 더블케이씨어터에서 진행됐다. 연출가 오세혁과 백석 역의 배우 강필석, 오종혁, 이상이, 자야 역의 정인지, 최주리, 사내 역의 안재현, 유승현이 참석해 하이라이트를 시연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나이 든 기생 자야(김정한) 앞에 20대 백석이 다시 나타나면서 함께 과거를 여행하는 이야기다. 작품 속 가사와 음악의 대부분은 백석의 시를 차용하여 만들어져 백석, 자야와 함께 시집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듯한 아련하고도 애틋한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올해 초 우란문화재단 시야 스튜디오를 통해 트라이아웃 공연을 진행했을 때 전석 매진 기록과 함께 평점 9.5(인터파크)를 기록한 수작이다.

연출가 오세혁은 백석 시인을 좋아해 가방 속에 시집을 넣어 다녔을 정도라고 한다. 연극 '백석우화' 초연을 본 뒤 감명받아 쓴 리뷰를 통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연출을 맡게 됐다. 그는 뮤지컬 중간 중간 사내가 시를 읊는 구성에 관해 "사내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백석과 시를 사랑하는 젊은이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가 시를 읽으면서 백석과 자야가 만나 여행을 하고, 사랑이 조각날 때마다 다시 시를 읽으면서 연결이 되는 구조다. 백석의 시집은 결국 백석이 사랑할 때의 아름다운 감정이 담겨 있는 것이라 생각해서 실제 대사나 장면도 좋지만 시로 표현하면 어떨까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때 김수영 등 저항 시인이 주목을 받았을 때는 그렇게 사회에 시원한 발언을 하는 사람이 필요해서였다면, 최근 백석이나 윤동주 등 아름다움과 그리움을 노래한 시인들이 재조명되는 이유는 우리가 내면의 아름다움을 잊고 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세상이 올바르게 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여러 의미로 아름다운 가치가 조금씩 사라지고 퇴색되는 가운데 백석의 시가 그런 가치를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지금 백석이 필요한 이유에 관해 견해를 밝혔다.

배우들은 뮤지컬에 관해 입을 모아 "따뜻한 뮤지컬"이라고 했다. 백석 역의 오종혁, 이상이, 강필석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사라지는 아름다움을 귀로, 눈으로 느낄 수 있는 뮤지컬이다", "무대 위에서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그 행복을 많은 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했다. '가난한 내가 /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 오늘 밤은 흰 눈이 푹푹 내린다'는 슬픈 사랑 이야기지만 공연장 밖을 나갈 땐 훈훈한 마음을 안고 나갈 수 있을 것이다.

11월 5일부터 내년 1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드림아트센터 2관 더블케이씨어터에서 공연한다.

lyy@xportsnews.com / 사진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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