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송재정 작가가 'W'의 뒷이야기를 밝혔다.
송재정 작가는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MBC에서 진행된 MBC 드라마 'W'의 기자간담회에서 'W'를 처음 구상했던 계기부터 의견이 분분했던 결말, 주연 배우 이종석, 한효주까지 자신의 생각을 낱낱이 털어놓았다.
한효주 이종석 주연의 'W'는 지난 14일 인기리에 종영했다. 현실과 웹툰을 오가는 신선한 내용에 힘입어 사랑받았다.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인현왕후의 남자' 등 시공간을 오가는 판타지물에 일가견이 있는 송재정 작가의 필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방영 내내 배우들 못지않게 뜨거운 관심을 받은 송재정 작가는 이에 보답하기 위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작품에 찬사를 보내주시는 것 자체가 어리바리하다. 칭찬을 너무 많이 해주셨다. 과소평가받고 있을 때 짜증도 나지만 제일 무서운 게 과대평가여서 두렵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송재정 작가는 'W'에 대해 "참회록이다. 오성무(김의성 분)의 죽음은 저의 죽음"라고 말문을 열었다.
송재정 작가는 "오성무 작가의 이야기는 고야의 그림에서 처음 모티브를 얻어 구성을 시작했다. 순수 미술에서 출발하려고 했는데 하다보니 그림 자체를 영상으로 부여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그리는 화가로 표현하는게 어려웠다. 그래서 대중적인 만화로 옮겼다"고 말했다.
송재정 작가는 "창작하는 사람은 모두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을까. 음악, 글쓰는 것, 그림 다 마찬가지다. 창작할 때 표현하는 대상을 도구로 할 것인지 영혼이 있다고 생각할 것인지 고민이 항상 있다"고 얘기했다.
그는 "'나인' 때도 배우에게 미안하긴 했지만 인물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 저도 힘들었는데 힘든 게 오래갔다. 제 나름대로의 고통이 있어 벗어나는데 오래 걸린다. 죄책감도 있다. 맥락없는 죽음을 볼 때 시청자 입장에서 분노할 때도 있는데 그런 고민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제가 오성무는 아니다. 다행히 'W'는 1년 안에 끝났다. 오성무 작가가 죽을 때 마음이 아팠다"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이제껏 타임슬립 등을 통해 시공간을 뛰어넘은 작품은 많았다. 그런 가운데 ‘W’는 웹툰이라는 소재를 차용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현실 세계의 외과 의사 오연주가 ‘웹툰 W’로 빨려 들어가 만화 주인공 슈퍼재벌 강철과 같은 공간 다른 차원을 교차하며 벌이는 이야기가 독특하게 와 닿았다.
송재정 작가는 차원 이동을 이용한 드라마를 많이 쓰는 이유에 대해 "특이한 걸 하고 싶어서 소재를 특이하게 잡았다. 굉장히 극적인 상황이 가능해진다. 현실세계에서는 위험한 일을 첩보원과 군인들만 하는데 (판타지에서는) 일반인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송 작가는 "생사에 쫓기기도 하고 첩보원처럼 추격전을 하고 날아다니기도 한다. 평범한 사람이 특별한 일을 겪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W' 마지막회에서 '웹툰 W'는 강철(이종석)의 죽음으로 끝났다. 하지만 새드엔딩이 아니었다. 강철은 사실 살아있었고 그 전에 만화가 끝난 것에 불과했다. 성무는 악당 한철호(박원상)를 자살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는 자신은 연주(한효주)와 강철의 해피엔딩을 위해 소멸했다.
살인 누명을 벗은 강철은 감옥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이후 현실세계에서 일주일만에 연주와 재회했다. 두 사람은 애틋한 키스를 나누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됐다.
송재정 작가는 "엔딩에 관심이 크게 없다. 해피인가 새드인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없이 결말을 냈다가 욕을 먹었는데 요즘에는 생각을 많이 하려고 애쓰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해피냐 새드냐가 기억에 남는다는 것을 알아서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W'도 해피라고 생각하면서 쓴건 아니다 새드도 아니다. 그들도 언젠가는 상처를 극복하고 해피해지지 않을까 하는 암시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강철이 죽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라고 설명했다.
송재정 작가는 마지막회에 앞서 대중에 대본을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본은 저의 것이지만 작품은 많은 사람들의 것이다. 소설은 누구나 보지만 대본은 그렇지 않다. 돈을 준다고 해도 접할 기회가 없다. 관심이 많을 때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실시간 검색어 1위 할줄은 몰랐다. 대본을 앞으로도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본집이 큰 돈이 아니라 희생을 한 건 아니다. 잠재적인 작가들과 어린 청소년들이 접근을
많이 해봐야 한다. 파일을 그대로 보시면서 그 자리에서 직접 고쳐갈 수 있다. 조금씩 갖고 놀면 긴 작품을 쓸 수 있을 것 같아 공개한 것이다. 대본을 더 멋있게 고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회는 방송에서 전파를 탄 내용이 공개된 대본과 달라 화제가 됐다. 대본에서는 오연주가 오성무가 살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그려졌다. "15,16회는 솔직히 방송을 못봤다.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기사로 알았다. 굉장히 묘한 문제다. 대본은 내 것이고 내 의사가 녹아있지만 연기자, 연출자도 있으니 생각하는 것과 엔딩이 다를 수 있다. 내가 평가하는 건 상도가 아니지 않나 한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공간을 초월하는 것 뿐만 아니라 빠르고 '맥락 없이' 전개되기에 배우들 연기 역시 쉽지 않았을 터다. 한효주는 연기력과 관련해 일부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송재정 작가는 "한효주에게 가장 미안하다. 너무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선이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두 얘기를 했다. 여자가 만화 속으로 들어가 사랑을 하는 이야기, 피조물과 창조자의 대립관계를 억지로 엮다보니 혼란이 왔을 것이다. 감정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게 오연주 캐릭터였다. 엔딩이 어떻게 났는지는 관심 없었는데 오연주가 소모적인 엔딩의 희생자 같은 느낌이 들어서 미안했다.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 빚을 어떻게 같아야 하나. 빚을 진 기분이다"며 미안함을 전했다.
이어 "(연주가) 남자와 남자의 대결에서 희생된 부분이 있다. 성무는 새드엔딩이지만 강철은 해피엔딩이다. 연주 입장에서는 해피엔딩이 아니다. 커플인데 여자에게는 해피엔딩이 아니고 남자에게는 해피엔딩이라는 상황이 고통스러웠을 것 같아 미안하다. 저의 실수다"고 이야기했다.
'만찢남' 강철을 소화한 이종석에 대해서는 "실제 이종석은 강철과 정말 다르다. 강철의 나이는 30세로 설정했는데 정작 마인드는 내 나이대로 설정했다. 45세 정도다. 굉장히 노숙한 캐릭터다. 세상에 두려운 게 없고 의문도 없는 초인 같은 캐릭터다. 굉장히 힘들었을 거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아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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