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안녕하세요."
해맑은 얼굴로 들어선 김소연은 어느새 인터뷰 장소를 따뜻한 기운으로 물들였다. MBC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 촬영을 모두 마친 그는 51회의 여정을 다시금 느끼고 되돌아보며 다양한 기억을 떠올렸다.
"아쉬움보단 후련한 게 100%인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데 너무 후련해요.(웃음) 8개월을 살얼음판 걷는 기분으로 지냈어요. 매회 어떻게 이렇게 큰 신들이 많은지, 지금은 후련한 게 100%에요. 매번 대본 볼 때마다 산에 올라가는 것 같았는데 쫑파티까지 무사히 내려온 것 같아서 좋네요."
미니시리즈와 달리 50부작 드라마는 긴 호흡으로 다채로운 사연을 그려낸다. 8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긴박하게 달려온 그는 "완전히 속았다"면서 크게 웃었다.
"이럴 수가 없어요. 대놓고 말할 수 있어요 하하. 무슨 주말드라마가 이렇게 바쁘고 밤을 많이 새는지. 제작사 대표님도 16부작을 연달아 4번한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일주일에 분명 이틀은 쉰다고 했는데 정말 바쁘게 찍었어요. 8개월 내내 힘들어서 미니시리즈와 느낌이 같았어요."(웃음)
그만큼 봉해령은 감정소모가 많은 캐릭터였다. 대기업에서 승승장구하는 남편과 유명 한복 디자이너를 시어머니로 둔 결혼 13년 차 주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지만, 위선적인 남편과 시어머니 때문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다른 작품은 아무리 커도 감정소모가 16개인데 이 작품은 51개였어요. 매번 신을 끝내고 평탄하지 않을까 하는데 또 남았더라고요. 대본이 나오면 덜덜 떨면서 8개월을 긴장 속에서 살았어요. 그래도 목은 자주 쉬었지만 한 번도 감기에 안 걸리고 더위에도 무사히 끝낸 것 같아요."
결혼생활 동안 아들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이후 남편은 바람을 피웠다. 시어머니는 악독했다. 파도 같은 인생을 산 봉해령은 그럼에도 낙천적이고 착하디착한 성격을 유지했다. 너무 착해서 때로는 답답함을 주기도 했다.
"초반에는 작가님이 조금만 참으라고, 폭발할 부분이 나온다고 하셨어요. 봉해령은 이럴 수밖에 없는 여자라는 게 제 스스로 납득이 돼야 해서 시놉시스를 항상 갖고 다니며 읽게 되더라고요. 저는 봉해령이 이해가 됐어요. 자기 행복을 저버리면서까지 남의 말을 중시하는 것 같지만 봉해령은 이래야만 숨을 쉴고 마음이 편한 사람이에요. 이런 인물을 내가 어떻게 하면 설득시킬 수 있는지 고민했죠."
현기(이필모 분)에 대한 배신감은 잊고 지건(이상우)과 알콩달콩한 로맨스를 이어가면서 행복한 삶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지건이 아들의 집도의임을 알게 되고 현기가 악성 신경교종에 걸려 시한부 삶을 살자 해령은 현기의 집으로 돌아갔다.
김소연은 "답답하다고 할 수 있지만 왠지 이해가 됐다. 스스로 이해하면서 연기했다"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문자와 카톡이 많이 왔어요. 뭘 그렇게 왔다 갔다 하냐고. 하하. 저는 그런 생각을 안 하는 게 시한부 이전에 아이 아빠라는 게 크거든요. 50부 내내 쌓아온 그 부분이 너무 커요. 13년간 같이 산 부부의 무언가도 있고요. 해소 방식은 다르지만 아이를 잃은 슬픔도 같이 겪었어요. 봉해령의 선택이 물론 아쉽지만 이해는 됐어요. 김소연도 그랬을 거 같더라고요. 남편의 불륜에 따른 수치심, 시어머니의 악행까지 겪어 답답하긴 했지만 이해가 됐어요."
해령이 아이의 엄마라는 점에서, 또 지인의 경험을 비추어보며 봉해령이라는 인물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답답하다는 시청자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봉해령의 선택을 존중하고 캐릭터에 대한 타당성도 잃지 않았다.
"초반에 아이와 함께 연기하는 신을 찍어서인지는 몰라도 아이와의 시간을 연기하면서 이해 안 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지인분 중에 그런 경우가 있었어요. 찢어 죽이고 싶다고 할 정도로 미워했는데 남편이 암 선고를 받자 헌신적으로 간호하고 하늘나라로 보내주더라고요. '아 부부라는 건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드라마지만 실제로 현기의 불륜에 충격을 받았을 만큼 봉해령 캐릭터에 몰입했다. 김소연 스스로 봉해령을 이해하고 연기한 덕분에 드라마의 개연성도 살아난 것 같았다.
"5년간 집을 오가면서 불륜한 현기를 보니 실제로도 쇼크가 크더라고요. 죽음 앞에 모든 게 용서된 건 아니지만, 시한부가 되고 나서는 연민이라는 이름으로 편안하게 보내줘야겠다 싶더라고요. 시청자분들의 반응이 재밌었어요. 나뉘어서 응원하는 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필모 오빠와 상우 오빠가 워낙 멜로를 절절하게 해줬어요.
체력적으로 지칠 때가 많았는데 정말 단비 같은 좋은 얘기를 들어서 힘이 났어요. 쑥스럽지만 열심히 한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해 갈증이 심했는데 원 없이 해소해 진심으로 만족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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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③] '데뷔 22년' 김소연, 연기 인생 2막을 열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