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꾸준한 입소문과 함께 258만 관객을 넘어서며 흥행 중인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 속 손예진과 박해일이 선보이는 애잔한 감정선이 주목받고 있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이자,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오고자 했던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그린 '덕혜옹주'에서는 한 여자로서도 비운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덕혜옹주의 이야기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적시며 울림을 선사한다.
극 중에서 손예진은 덕혜옹주를, 박해일은 독립운동가 김장한을 연기했다. 김장한은 고종이 세상을 떠나기 전, 덕혜옹주의 정혼자로 점찍었던 인물. 어릴 적 친구로 지냈던 덕혜옹주와 김장한은 영화 속에서 시간이 흘러 일본에서 성인이 돼 다시 만나게 된다.
유학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안에 기약 없는 일본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덕혜옹주와, 일본 군복을 입고 그녀 앞에 나타난 김장한이 만나는 순간은 '덕혜옹주' 속에서 관객들의 기억에 또렷이 각인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영화는 불운했던 시대의 역사는 물론, 그 소용돌이에 휩쓸린 한 여자, 덕혜옹주의 기구한 삶에도 무게를 둔다. 이는 손예진과 박해일의 멜로 감성이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성인이 된 두 사람이 일본에서 다시 재회한 장면 외에도, 극 속에서는 망명운동 실패 후 독립군 은신처에 함께 머무르는 등 서로를 의지하며 순간순간 움트는 애틋한 감정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손예진은 ''덕혜옹주'에는 로맨스가 거의 없던 것 같다'는 일부의 이야기에 "그 정도가 멜로라고 생각을 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게는 정말 멜로였다. 저는 예전부터 전쟁이든, 스릴러든 모든 영화에 멜로가 있어야 한다는 주의다. 모든 이야기에는 사랑, 감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며 "(김장한의) 눈빛을 보면서 뭔가 설렘과 애틋함을 느꼈던 것 같다. 대놓고 멜로는 아니어도, 저는 장한과 덕혜가 갖고 있는 눈빛에서 오는 감성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손예진이 꼽은 덕혜옹주와 김장한의 애틋함이 잘 드러났던 장면은 비밀 은신처에서 함께 감자를 먹고, 모닥불 앞에 앉아 있는 모습들이었다.
손예진은 "어떤 멜로보다도 애틋한 느낌이었다. 그런 것들을 더 많이 보이고 싶은 지점이 있었지만, 영화 속에서 우리가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마음만은 (멜로라는) 그 지점을 갖고 가려고 했다. 실제 김장한이라는 인물은 덕혜와 결혼을 할 수도 있었던 인물이기 때문에 역사적인 리얼함도 있었던 것 같다. 허진호 감독님의 멜로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손예진은 한 여자로서의 덕혜옹주의 삶이 너무나 마음 아프다며 "시대가 주는 비극적인 상황 앞에 있다 보니 정말 한 번도 제대로 된 사랑이나 그런 상황도 겪어보지 못했을 것 아닌가. 인간은 당연히 사랑을 하면서 아파도 하고 행복해도 하는데, 그것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 없던 시절이니 안타까웠던 것 같다. 그래도 영화 속에서는 장한이 덕혜를 지켜주는데, 실제 덕혜옹주는 자신이 아무도 못 지켜주는 그런 상황을 보는 게 굉장히 마음 아팠다"고 말했다.
애틋한 감정선에 대한 생각은 박해일도 공감했던 부분이었다. 박해일은 "남녀가 나오는데, 보이지 않는 묘한 감정선과 거리감이 있다. 감독님께서 감정 표현을 할 때 직접적인 방식을 피하시는 스타일이 아닐까 한다. 덕혜옹주와 김장한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런 방식이 쓰였던 것 같고, 그게 미묘한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전해지지 않나 싶다"라고 이야기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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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