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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 이상엽이라는 배우가 지닌 깊이

기사입력 2016.07.08 15:46 / 기사수정 2016.07.13 15:16



[엑스포츠뉴스=조은혜 기자] "이렇게 빠질 줄은 몰랐네요".

지난달 30일 KBS 2TV '마스터-국수의 신'은 최종회에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종영,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상엽은 '국수의 신'에서 박태하로 분해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지는 인물을 연기했다. 이상엽은 태하를 돌이킬 때마다 오래 생각했고, 진짜 친구를 생각하는 듯 신중하게 답변했다. 또 불쌍했던 태하를 돌아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의 말과 행동에서 이상엽이라는 배우가 얼마나 작품을, 또 역할을 파고들었는 지 알 수 있었다. 

-'마스터-국수의 신'을 끝낸 소감이 어떤가요.

"많이 빠져서 했던 작품이라, 애착이 더 많이 가요. 아직 못 헤어나왔어요. 워낙 캐릭터가 희생이었어요. 모든게 나보다는 남이 우선이면서 그들을 위해 죽음까지 선택을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냥 슬펐죠. 대본을 볼 때도 슬펐는데 연기를 하면서도 슬펐을 때도 많았고, 눈물이 날 때도 있었어요. 드라마가 끝났다고 그래서 '나도 끝' 하진 않더라구요. 정말 많이 남는 것 같고, 걔는 왜 더 자신을 위하는 게 없었을까 생각도 해봤어요. 그게 좀 많이 남아있는 거 같은데, 그래도 1등으로 끝나서 다행이고 좋아요"
 
-드라마에서 갈수록 태하의 비중이 커졌어요. 끝나고 나선 SNS에는 '너의 냄새 내가 기억할게. 안녕 박태하' 하고 인사를 전하기도 했는데.

"워낙에 많이 엮여있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모두가 쟁취에 미쳐있는데, 태하는 한 발짝 나와서 보고 있는 사람이다 보니까. 대사 중에 다해에게 '내 냄새 기억해줘'라고 하는 대사가 있었어요. 태하가 누군가에게 뭔가를 해달라고 한게 처음인 것 같아서 그게 참 슬펐어요. 그래서 박태하는 죽고 드라마는 끝났지만, 박태하의 냄새는 나에게 오래 남아있을 것 같아서 그런 말을 했죠. 네 냄새를 내가 기억할게"

-태하는 참 헌신적인 인물이었어요.

"모든 시작은 아버지의 살인이자 부재였던 거죠. 스스로 누군가의 아버지가 됐던 것 같아요. '내가 아버지가 돼줘야지', '내가 아버지가 필요한데 쟤도 아버지가 필요하겠구나'라고 해서 '나는 이렇더라도 너는 이러면 안돼'라는 그런 생각이 강했을 거에요. 아버지가 돼주면서도 내가 아버지가 필요했겠죠. 그러다보니까 중년의 남자가 나에게 다가왔을 때, 김길도(조재현 분)에 대한 복수심도 복수심이지만 아버지의 냄새가 났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되게 슬픈거죠"

-조재현씨가 이번 '역대급 악역'으로 평가 받았어요. 같이 촬영을 많이 하셨는데 지켜보면서 어떠셨나요.

"워낙에 잘하시니까 열심히 계속 보고 배웠죠. '우와' 계속 그러고. 잘한다 진짜 잘한다, 멋있다. 대화도 많이 했고, 워낙 붙어있는 신이 많았으니까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얘기도 많이 하게됐고, 좋았죠. 옆에 있는 것 만으로도 좋았어요"

-촬영이 다소 빡빡했다고 들었어요. 감정선 이어가기는 어땠나요.

"만약에 로맨틱 코미디를 하는 드라마면 하는 중간에 재밌기라고 했을 거에요. 그런데 '국수의 신'은 극에 다다르는 감정이기 때문에 연기들을 하면서 다들 쉽진 않았죠. 그러면서도 서로 잘 다독이면서 친하게 지내서 괜찮았어요. 그런건 있었어요. 모두가 미친 질주들을 하고 있는데, 나만 한 발짝 띄어져있으니 다른 사람들을 더 많이 보게 되긴 했어요. 그러면서 극을 이해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공승연씨와의 러브라인이 있었는데, 호흡은 어떠셨나요.

"호흡이야 전체적으로 좋았죠. 서로가 잘 던져주는 투수였고. 잘 받아주는 포수였어서 잘 맞았고. 워낙 씩씩한 친구에요.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 스태프들이 그 친구 통해서 힘을 얻지 않았나 싶어요. 김길도의 살인사건에, 여러가지 힘든 일들을 찍다가 공승연 씨랑 정유미 씨 나타나면 분위기가 좋아졌어요. 한컷이라도 더 찍자고 하시다가 저 혼자 있거나 그러면 분위기 엄숙해지고(웃음)"


▲ 이상엽은 목숨을 잃는 순간의 숨소리까지, 온 힘을 다해 태하를 그렸다.

-좋았거나 아쉬워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요.

"내 캐릭터가 처한 상황이 너무 힘든데, 이게 누군가와도 연결 돼있는 유기적인 게 있어서 배우 간에 서로 얘기를 하면서 해법을 찾았던 게 좋았어요. 아쉬웠던 거라면 태하가 뭔가, 좀 더. 눈물 날 거 같아요. 좀 더 위로가 더 있었으면 내가 덜 힘들지 않았을까 지금. 그 친구의 인생은 한없이 힘들었고, 누군가를 위해서 살았어서. 그게 근데 나한테 오더라구요. 그래서 마음이 되게 아파요. 그래도 그나마 고맙고 다행인 건 다해라는 캐릭터가 있어줬고, 어떻게 보면 태하는 행복했을 수도 있죠"

소태섭(김병기 분)에게 '내가 마지막이에요'라고 하는 대사가 있었어요. '내가 죽는 걸로 끝내요'라는 의미였죠. 앞뒤 상황이 있기 때문에 들어내셨을텐데, 저는 그 대사가 마음 아팠어요. 왜 너는 니가 시작이고, 중간이었으면 얼마나 좋아. 이런 생각을 하면서요. 찍으면서 울었어요. 사람들이 눈물을 참으면서 하늘 보는 게 허세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러고 있더라구요. 몰랐어요, 내가 그렇게 빠져있었는 지"

-드라마 안에서 되게 여러가지 의상을 입으셨어요. 교복부터 죄수복까지.

"전 죄수복 되게 좋았어요. 구김이 문제가 되는 의상이 아니었고. 평소에 수트를 입고 있으면 누워서 자기도 힘들어요. 근데 죄수복 입을 때는 세트 어느곳에 누워서 자기도 했고. 근데 또 죄수복이 억압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편하진 않은데, 그냥 막 누워서 잤죠(웃음) 교복은 새로웠어요. 어느샌가 '내 인생에서 교복은 끝이구나' 했는데, 재밌었어요"

-'국수의 신' 전에는 '시그널'에서 인상적인 사이코패스 연기를 펼쳤어요.

"예전에는 제가 먼저 더 멋있어보이고 싶었고, 이쁘게 나오고 싶었다면 '시그널' 때는 뭔가 조금 내려놨어요. 해주는대로, 입혀주는대로. 내려놓으니까 조금 제 맘이 편해서 그렇게 보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때 지나고나서 감동했던 건, 김원석 감독님이 저랑 많은 얘기를 안하셨어요. 원래는 문자도 하고, 군대 가서도 편지까지 주고받았던 분이에요. 근데 현장에서 단둘이 많은 얘기는 안했어요. 김진우가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했던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현장에서도 그렇게 대했던 거 같아요. 원래 장난도 치고 위트 있으신 분인데 분위기가 달랐어요. 그래서 '이런 디렉팅도 있구나' 생각했죠"

-사이코패스를 연기하셨을 때도 궁금해요. 대사가 거의 없었잖아요.

"'시그널' 때 연기랑 '국수의 신' 연기랑은 저의 접근법은 비슷했어요. 마음 속으로 혼자 얘기하고, 이 사람이 얘기할 때 나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하고. 어떻게 보면 되게 위험한건데 표정으로 말을 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때도, '국수의 신' 때도 표정으로 많은 얘기를 하지 않았으니까 한편으로는 보여지기에 밋밋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어요"

-최근에 연달아서 어두운 드라마를 했네요.

"이번에는 죽어서 그런지 저도 숨을 못 쉴 거 같은 갑갑한 때가 있더라구요. 선배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죽는 거 하기싫다'고 그러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그걸 제가 경험하고 있어요. 원래 성격은 이렇게 어둡지 않아요(웃음)"



-차기작이 KBS 드라마스페셜 '즐거운 나의 집'이에요. 작품 선택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그냥 읽었을 때 느낌. 사실 그렇게 확고한 뭔가가 있진 않아요. 그 때의 느낌에 따라서 하고 그렇죠. 이번 단막 같은 경우에는 KBS 단막이 정말 하고 싶었는데 얘기가 있어서 그냥 결정했어요. 그냥 뭔가 판에 박힌 느낌이 아닌, 조금 다른 시각으로 작품을 만드는 게 좋다고 들었어요. 이선균 선배님을 존경하고 좋아하는데 그 선배는 단막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열심히 하는 이유가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선배님들 말씀은 끈끈해진대요"

-그럼 '국수의 신'을 처음 읽었을 때 느낌은 어땠나요.

"늘 그렇지만 어렵겠다는 느낌이 제일 먼저고 '어떻게 이걸 내가?'라는 생각도 했어요. 연기를 해보니까 태하라는 친구는 더 딥(deep)한 친구더라구요. 처음 읽었을때 느낌보다 더 내려가고, 더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모든 작품이 다 그렇겠지만 교류하고 연기하고 얘기해보면 느껴지는 게 더 크니까요"

-이번 작품으로 배우 이상엽을 다시 봤다는 평가도 많아요. 본인의 연기나 인상이 많이 심어진 것 같나요.

"아직 저는 여전히 부족해서 계속 채워나가야 해요. 진짜 그렇게 생각을 해요. 그래서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또 다른 걱정이 들죠. 이제 내가 다른 작품을 했을 때 기대를 못채워줄 수도 있는 건데. 그냥 신기해요 모든 게 다, 여전히"

-연기하면서 가장 행복하다고 느껴질  때는 언제인가요.

"밤 새고 집에 들어갔을 때(웃음). 농담이고, 짜릿할 때가 있어요. 뭔가 이 사람이 공을 진짜 세게 던졌는데 내가 가까스로 잡아서 잘 잡아주고, 내가 다시 던졌는데 잘 잡아주고 그렇게 탁탁 맞아들어갈 때가 있어요. 그 때 되게 기분이 좋아요. 희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희열을 느끼는 주기를 단축시키고 싶은데 쉽지 않더라고요. 나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날고 기는 잘하는 선배, 동료들과 해도 느껴질 때가 있고 안 느껴질 때가 있고. 사람이랑 같은 것 같아요.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고 딱 맞아 떨어지기 쉽지 않잖아요"

-반대로 고민하는 부분도 있나요.

"내가 이 작품이나 이 신에서 밀고 있고 목표로 하는 감정이 있는데, 이게 조금 틀어져서 다르게 보여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 완급 조절은 늘 고민인 것 같아요. 잠깐 한눈 팔고 잠깐 집중이 떨어져서 다르게 해석이 되버리면 그 때부터 걷잡을 수가 없더라구요. 모든 분들이 고민을 하는 부분일 거 같아요"

-연기자로서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예전에는 목표도 많이 얘기하고 그랬는데 요즘엔 뚜렷하게 그런건 없어요. 근데 절대 어색하거나 그렇게 보이고 싶진 않아요. 박태하면 이상엽이 아니라 박태하였으면 좋겠고, 캐릭터로 확실히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시그널'에 김진우였으면 시청자들에게 정말 김진우로만 내가 보여질 수 있게,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잘 보여질 수 있게. 이번에는 스스로가 빠져나오는 것에 시행착오를 겪고있다면, 다음에는 좀 수월할까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근데 이건 연기하는 사람들의 숙명인 것같아요. 그래서 마냥 힘들지는 않아요. '나도 연기를 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오래는 안 갔으면 좋겠네요"

eunhwe@xportsnews.com / 사진=권혁재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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