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정지원 기자] 가수 정진운의 신곡 'WILL' 뮤직비디오엔 유독 시선을 강탈하는 아이템이 있다.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특유의 감각적인 영상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이 아이템이 가진 위력은 대단했다. 9일 쇼케이스에서도 그 아이템은 계속 등장했다. 온라인 상에서도 이 아이템은 나름 핫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바로 정진운이 입은 와이드 팬츠다. 엄밀히 말하자면 '통바지'에 가까운 와이드 팬츠다.
얼터너티브 록, 힙합 대부 타이거JK의 세련된 랩 피처링과 대비되는 레트로 무드의 의상이다. 최근 와이드 팬츠가 새로운 유행 아이템으로 거듭났지만, 쇼케이스에 몰린 기자들이 놀랄 정도로 바지 통은 넓고 넓었으며 자유로운 바짓단은 쇼케이스 내내 쉴 새 없이 펄럭거렸다. 그리고 정진운은 봄바람처럼 그 바지자락을 휘날리며 열심히 기타를 연주했다.
예상치 못한 패션에 쇼케이스에 자리한 모두가 '빵' 터진 건 당연지사. 하지만 무대 이후 "김장훈 스타일의 바지"라는 쇼케이스 MC 뮤지의 질문에 내놓은 정진운의 설명은 자못 신선했다. '범인이 이해하기 힘든 패션 피플들만의 멋'이라 여겼던 기자의 막연한 생각 정반대를 조준하는 대답이었다.
정진운은 "사람들이 날 보고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이 바지를 입은 것도 같은 이유다. 멋있어보이려 하지 않았다. 난 멋있으려하면 오히려 이상해지더라. 즐거움을 위트를 전하고 싶다. 내 안의 에너지를 폭발시키고 싶었는데 그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없었다"고 밝혔다. 비단 패션 뿐만 아니다. 무대에서 독특한 춤사위를 선보이고, Mnet '음악의 신'에서 거침없이 흑역사 댄스를 보여주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기 때문에 흑역사도 가감없이 공개하고 파격적인 패션에도 도전한다는 답변은 꽤나 의외였다. 비록 급하게 지어낸 답이라 할지라도 마냥 실없는 주관은 아닌 게, 그의 음악과 롤모델을 통해 그가 가고자 하는 길을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신곡 'WILL'의 초반 가제는 'ENTERTAIN'(엔터테인)이었고, 이 노래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고민 걱정 없이 신나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미와 웃음을 줄 수 있다면 딴따라의 노선 기꺼이 타겠다는 각오다. 그 음악적 노선만큼은 전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박진영의 그것과 흡사하다.
또 정진운은 현 소속사 수장 윤종신을 언급하며 "음악과 예능 양쪽에서 모두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 역시 정진운이 솔로 가수를 선언하며 결정한 노선과 꽤 비슷하다.
다소 어설프고 때론 과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연예인으로서 뚜렷한 주관이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일까. 엄청난 충격을 선사했던 와이드 팬츠와 난해한 춤사위가 어느샌가 큰 부담없이 받아들여지는 신기한 현상이 발생했다. 쇼케이스 전후로 기자들의 반응이 제법 달라진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었다.
정진운은 '1위 공약'을 묻는 질문에 "1위를 못할 것 같다"고 자신있게 말한 뒤 '이 의상으로 강남역에서 2시간 동안 춤을 추겠다', '100명이 들어갈 수 없는 집이지만 100명을 초대해 파티를 열겠다' 등 마구잡이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그가 와이드 팬츠를 입고 능숙하지 못한 춤을 추는 이유를 알고 난 뒤 첫 무대를 접한다면 조금은 다른 생각이 들지 않을까. 물론 즐거움을 준다는 건 변하지 않겠지만.
언젠가 강남역 M스테이지에서 넓은 바지 통을 펄럭거리며 2시간 동안 '웃는 광대' 춤을 출 정진운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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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 기자 jeewonj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