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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①] 을(乙)을 노래한 윤상현, 인생작을 만나다

기사입력 2016.05.12 08:00 / 기사수정 2016.05.12 00:25

박소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욱씨남정기' 내게는 인생작이다."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욱씨남정기'를 통해 이 시대의 을 남정기를 성공적으로 소환해낸 윤상현에게 이번 작품은 유독 특별하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이 태어난 뒤 돌아간 촬영장에서 더 묵직한 책임감을 갖고 임했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상현은 시종일관 거침없이 말을 꺼냈다. '욱씨남정기'가 자신에게 갖는 특별한 의미에 대해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욱씨남정기'는 전작 '마담앙트완'이 0.5%대(닐슨코리아/전국기준)를 기록하며 무너지는 듯 했던 JTBC 금토극에 심폐소생을 하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이 시대의 을'을 연기한 것에 대해 윤상현은 "보람찼다"고 밝혔다. 그는 "주변 친구나 후배들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 '욱씨남정기'를 보며 공감이 간다고 하더라.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후련하게 푸니 좋았다. 갑을 관계는 회사는 물론 곳곳에 깔려있다. 나도 그런 설움을 겪어봤기에 이해도 가고 옛 생각도 났다. 재밌고 보람되게 연기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가 연기한 남정기는 화장품 출신 연구원으로 러블리 코스메틱에서 연구 개발은 물론 마케팅, 영업, 막판에는 회사 채무 때문에 이리저리 돈을 빌리러 다니는 슈퍼맨이었다. 

다소 '찌질'해보일 수 있는 인물의 연기는 그의 전매특허이기도 하다. 이형민 감독은 윤상현에게 '욱씨남정기' 속 남정기란 인물에 대해 속칭 '쌈마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리얼하게 보여줄 것을 요청했다. 웃기면서도 슬픈 현실을 담기 위해 이형민 감독과 윤상현은 부단히도 노력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윤상현의 얼굴도 이러한 고민의 결과다. 

그는 체중을 놓고 감량과 증량 사이에서 고민했다고 털어놓으며 "주위를 돌아보니 회사원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술을 마시며 여가시간이나 취미활동 시간이 없더라. 몸은 스트레스로 쌓여가고 얼굴과 몸도 부어가기 일 수인데 잘생기게 나오면 안될 것 같단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최대한 남정기스러워지기 위해서 그는 아이스크림과 라면, 편의점 군것질들을 밤마다 먹어가며 7kg를 찌웠다. 

'욱씨남정기'는 유쾌한 코믹 활극이었다. 가시방석을 비롯해 CG가 다수 사용돼 발랄하고 코믹하면서도 그 안에 담고 있는 메시지는 제법 묵직했다. 그래서 윤상현은 더욱 제작진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자신이 잘 표현하려 노력했다. 그는 "대사나 드라마 스타일이 전에 볼 수 없는 타입이라 신선함을 주는 것 같았고, 대한민국의 을을 대변해야 하기에 좀 잘해야겠다 싶었다"며 "작가님이 저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최대한 대본에 쓰여져 있는 대로 구현하려 했다"고 전했다. 

'사이다 드라마'라는 별칭을 얻은 '욱씨남정기'이지만 윤상현은 직장인의 애환을 안방극장으로 전달한다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그는 "내가 직장인들의 애환, 슬픔 등을 담당하고 이요원이 통쾌하게 사이다로 날려주는 역할을 했다. 직장인들이 직장생활을 하며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한다는 걸 이 드라마로 많이 알게 됐다. 책임, 자부심이라는 단어,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하는 지 등을 드라마를 통해 배웠다"고 설명했다. 

촬영 현장은 내내 화기애애했다. 대본이 워낙 재밌었던 탓에 모두들 '으쌰으쌰'하는게 남달랐다고. '욱씨남정기' 종방연에서는 그 탓에 다들 눈물을 보였다는 뒷이야기도 들려줬다. 윤상현은 "호흡도 잘 맞고 스탭부터 배우까지 즐겁게 촬영해 정이 많이 들었었다"며 "'여기서 끝이구나'란 생각이 드니 울컥했다. 울기 시작했는데 감독님도 이요원도 울더라. 이요원에게 인생작이라고 하던데 내게도 인생작이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놀아본 게 처음인 것 같다"며 "남정기라는 인물을 제대로 살려 공감을 이끌어내고 싶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시청자들이 알아주시고 사랑해주셨다"고 고마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힘들었던 신은 단연 MD에게 로비하는 신이었다. 앉는 신 없이 계속 걷고 춤을 추고, 소리를 질러야 했기에 버거웠다. 새벽 두, 세시까지 찍으며 수 차례 테이크를 갔다. 이런 장면들은 대개 두 가지 버전을 찍었다. 상대적으로 평범하게 흘러가는 버전과 다소 오버한 버전으로 찍어 편집과정에서 이형민 감독이 취사선택했다. 윤상현은 매 신을 찍으면서 '아니다' 싶을 경우에는 아예 찍어오던 것을 완전히 바꿀 정도로 공을 들였다. 반면 가장 멋있게 느껴졌던 신은 피켓 시위 신이다. 그는 이 장면을 찍으며 남정기 역할을 맡길 잘했다고 다시금 생각했다. 

실제의 윤상현은 좋아한다고 쉽사리 표현하지 못하는 남정기가 조금은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는 남정기를 최대한 이해하려 했다. 남정기가 돼 연기가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도 남정기의 옥다정을 향한 마음이 사랑인지 동료애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보면 좋아하는게 맞는데, 대사를 보면 동료로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 애매모호하다는 것. 


16회 엔딩신 비하인드도 들려줬다. 베란다에서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원래 남정기의 집에 불이 꺼지고, 이어 옥다정 집의 불이 꺼지고 옥다정 방에만 불이 켜진 상황에서 두 사람의 실루엣이 비치는 것이었다고. 그러나 상상의 나래를 자극할 수도 있고 순수하게 시작했기에 순수하게 끝나야 한다는 점에 모두들 공감해 현재의 엔딩으로 바뀌었다. 옥다정의 네 번째 남편의 가능성을 묻자 "그건 시청자들의 몫"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제작발표회 당시 시청률 10%를 장담했었기에 기대보다는 낮은 2%대 중후반을 기록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을 법도 했다. 윤상현은 "이때까지 잘된 작품들이 많았는데, 그 작품들을 보면 대본 안에 빨려가는 그런 것이 있었다. '욱씨남정기'도 그런 대본이라 1,2부를 읽고 나서 진짜 10% 넘겠단 생각을 했었다"고 고백했다. 2%대에 머물러 있는 시청률을 지켜보면서 아쉽기도 했지만 어느새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재밌게 찍게 됐음을 전했다. 

윤상현은 주현 작가에게도 감사함을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이 드라마하면서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것을 좀 더 많이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욱씨남정기'에서 윤상현은 남정기로 내레이션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구조조정 신에서는 눈물도 많이 흘렸다. 연기더라도 진심으로 슬퍼 한참을 울었다는 것. 

이어 "함부로 버려도 되는 사람은 없다고 하는데 그 대사의 의미를 그때 깨우쳤다"며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다 소중하다'는 걸 그때야 깨달았다. 함부로 버려도 되는 사람은 없다는 대사 때문에 그때 촬영하면서 많이 울었었다"고 밝혔다.

'욱씨남정기'는 16회로 마무리 됐지만 윤상현에게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조만간 '욱씨남정기'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함께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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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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