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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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①] 잘 달려온 차태현의 20년, 겸손하게 꿈꾸는 30년 후

기사입력 2016.05.27 07:25 / 기사수정 2016.05.27 07:17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변함없는 동안 외모만큼이나 한결같다. 배우 차태현이 꾸준한 행보로 이어왔던 지난 20년만큼이나 더 나아질 30년 후를 꿈꾸며 겸손한 발자국을 내딛고 있다.

차태현은 지난 12일 개봉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2'(감독 조근식)로 관객들을 만났다. 아쉽게도 흥행의 기쁨을 맛보지는 못했지만, 그 어떤 때보다 많은 고민과 애정을 녹여냈던 시간을 함께 한 작품이었기에 그 여운은 더욱 짙게 남았다.

▲ "오랜만에 만난 견우, 마음껏 표현할 수 있어 행복했다"

'엽기적인 그녀2'는 차태현을 스타 반열에 올려 준 작품이자 2001년 신드롬을 일으키며 큰 사랑을 받았던 '엽기적인 그녀'의 후속편이다.

그녀(전지현 분)를 떠나보낸 견우(차태현)가 새로운 엽기적인 그녀(빅토리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파란만장 신혼이야기를 담은 영화에서 차태현은 여전히 순수한 매력을 지닌 견우로 등장한다. 능청스러운 코믹 본능 역시 그대로다.

'엽기적인 그녀2'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차태현과 마주앉았다. 2014년 9월 29일 크랭크인 해 지난 해 1월 15일 촬영을 마치고 올해 5월 국내 개봉했으니 꽤 오랜 시간을 기다린 셈이다. 앞서 개봉한 중국에서의 홍보 활동까지 마무리했지만, 완성본은 차태현 역시 개봉 전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 접했다.

"VIP 시사회 때는 좀 편하게 보는 것 같은데, 언론시사회에서 처음 볼 때는 안 좋은 것 위주로 많이 보인다고 해야 되나? 약간 마음 편하게 보이진 않았어요. 특히 '엽기적인 그녀2'는 더더욱 또 다른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또 견우의 모습이 어색하다고 해야 될까요. 중간에 시간이 좀 지나면서 견우가 결혼하고 회사에 가고, (배)성우 형이 나온 다음부터는 좀 편해지긴 했는데, 앞부분(전지현의 비구니 설정)이 계속 마음에 걸리긴 했었어요. 지현이가 없는 '엽기적인 그녀'가 나온다는 게 저도 마음이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더하겠죠.(웃음)"

너털웃음을 지어보인 차태현은 대중이 이번 작품에 아쉬워하는 지점을 정확히 짚고 있었다. 혹평까지 담담하게 받아들였고, 다른 포장들로 그것을 굳이 덮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작품 출연을 결정하기까지의 시간은 차태현의 표현을 그대로 빌려 '머리털이 다 뽑히는 줄 알았던' 날들이었다. "사람이 정말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게 수많은 생각을 하다가 정리가 되고, 또 일할 때는 재밌게 하고. 끝나는 순간부터는 또 오만가지 생각이 나죠"라고 다시 한 번 웃어 보인 차태현은 공식석상에서도 계속 언급됐던 '오랜만에 견우를 만났다는 것이 정말 좋았다'는 진심을 다시 한 번 꺼내놓았다.

여기에는 촬영을 함께 한 빅토리아, 배성우 등 동료들과의 호흡도 한 몫을 더했다. 빅토리아가 느꼈을 부담감 역시 차태현은 누구보다 잘 헤아리고 있었다. 2편은 견우의 성장기가 주를 이루는 만큼, 직장동료 용섭으로 등장하는 배성우와의 코믹호흡을 통해 본위기를 환기시키며 '재미있게 만드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달려왔다.

1995년 데뷔 이후로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엽기적인 그녀2'는 차태현에게 꽤나 새로운 경험들을 많이 안겨다줬다. 빅토리아와 드넓은 중국 땅의 위·아래 지역을 나눠 돌던 극장 무대인사는 물론이고 고원도시 리장, 차마고도의 옛길로 알려진 호도협에서의 촬영, 네다섯 번을 반복했던 스카이다이빙까지 '남달랐던 스케일'을 몸소 느꼈던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견우와의 두 번째 만남은 '엽기적인 그녀2'라는 작품으로 그의 필모그래피에 남게 됐다.

늘 견우를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로 꼽아왔던 차태현은 "영화의 첫 주연 작품이었던 것도 있겠고, 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해주는 캐릭터인 것도 있겠죠. 저라는 사람과 굉장히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요. 성격 같은 게 약간 평범하다 해야 되나? 내세우고 이런 걸 별로 안 좋아한다는 게 가장 비슷해서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녀' 캐릭터가 워낙 센데 견우는 엉뚱하면서도 평범하고 또 독특한 아이니까 그걸 다 받아주고 따라가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웃긴 거죠. 그래서 지금도 그렇고, 제일 좋아했던 것 같아요"라며 마음껏 견우를 표현할 수 있었던 것에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 "죽을 때까지 재미있는 작품 보여주고 싶어"

'차태현'하면 자동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견우'라는 이름은 그가 지금까지 연기해 왔던 캐릭터들의 흐름과도 궤를 같이 한다.

"저 스스로도 얘길 많이 하긴 했지만,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도 '견우 같다'는 말을 들었었죠. 저는 그 캐릭터를 저에 맞게 다시 바꾼다고 해야 할까요. 장점은 자연스럽다는 것, 단점은 (캐릭터가) 비슷하다는 게 있어요.(웃음) 어떻게 보면 가장 큰 단점인데, 제가 20년 동안 크게 벗어나는 캐릭터를 한 건 없잖아요? 그렇지만 식상하지 않게 만드는 게 제가 할 일이고요. 많은 분들이 못 느끼실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는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주면서 장점을 극대화시키려고 하고 있어요. 그런 것마저 안 줬으면 아마 더 못했겠죠.(웃음)"

명쾌한 설명은 그의 말처럼 긴 시간동안 겪어보고 판단하고 실행해 온 20년의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신의 소신을 따라가되, 주위 사람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들으며 조금씩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그다.

"그게 만약 외면을 당한다면 배우로서 더 뭔가 연구를 해야겠죠. 그렇지만 어찌하였든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사람들을 웃게 하는 것이고, 보시는 분들도 그런 걸 원하시는 것 같아요. 예능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그런 위주의 영화들을 많이 하게 되는 거죠. 저도 '나중에 죽을 때까지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작품을 보여주자'는 게 가장 큰 계획이기도 하거든요. 어릴 때부터 늦어도 1년 반 사이에는 드라마든, 영화든 한 편씩은 하려고 했었어요. 그러다보니 '지금 막 다른 것(장르)을 해야 되겠다'면서 기다리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비슷한 역할들을 많이 하게 됐죠. 아직까지 변신을 할 만큼 마음에 완전히 드는 역할을 만나지 못한 것도 맞아요. 그런 작품이 들어오고, 함께 하는 감독님과의 신뢰가 있다면 당연히 해보고는 싶죠."

어느덧 햇수로 5년째 출연 중인 예능 '1박2일' 속에서 조그만 몸짓과 작은 개그 하나에도 호탕하게 웃는 그와, 밝은 에너지를 가득 담아낸 작품 속 캐릭터들은 실제의 '인간' 차태현도 '늘 밝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한다.

"기본적으로 밝아요.(웃음) 웃음이 많죠. 리액션도 일부러 하는 건 없어요. 예능에서도 리액션 담당인데, 아. 담당이라기보다는 웃음에 관대해요. 정말 많이 웃는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제 나름대로는 안 웃긴 건 안 웃고, 싫어하는 코드도 분명히 있거든요. '1박2일'에서는 (김)준호 형 하는 게 정말 웃겨서 웃는 거예요.(웃음) 영화 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오히려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기하면서 웃음 때문에 NG 나는 건 거의 없어요. 아, 그러고 보니 이번 '엽기적인 그녀2'에서는 (배)성우 형 때문에 간만에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진짜 혀 깨물고 있었다니까요.(웃음)"

'잘 늙어가는 견우가 되고 싶다'는 배우로의 바람을 얘기한 바 있는 차태현은 "이제 ('엽기적인 그녀2'에서) 견우 했으니까 괜찮네"라고 웃었다. 그러고는 얼마 전 봤던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예고편 영상을 떠올렸다.

"그냥 바람이라 하면 그래요. 배우 애들하고 얘기하는 단체방이 있거든요. (조)인성이, (송)중기, (이)광수 등 이렇게 있는데, 제가 그 예고편 보면서 문자로 '정말 어벤져스다, 진정한 어벤져스. 나도 30년 후에 저렇게 하고 싶다'라고 보냈어요. 그랬더니 반응들이 '나도 껴줘요', '저도 같이 해요' 그러더라고요.(웃음) 그 많은 배우 분들이 다 나오는데, '우와' 싶었어요. 정말 '내가 저 연배가 됐을 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죠. 그게 예전부터 꿈이었는데, 제가 출연한 건 아니지만 정말 꿈이 실현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 때까지 연기하고 싶은, 그게 배우로서 제일 바라는 거죠."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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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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