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슬프지만 따스했고 뻔하지만 감동적이었다.
'좋은 의미'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다. 뻔한 신파 멜로가 될 거라고 예상했던 ‘결혼계약’이 웰메이드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줬다. 마지막회까지 최선의 해피엔딩을 보여줬다.
24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 마지막회에서 뇌종양으로 실명 위기에 놓인 혜수(유이 분)와 지훈(이서진), 은성(신린아)은 놀이공원 나들이를 떠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어 지훈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왔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가 될 지는 모르겠다. 1년이 될 수도, 한 달이 될 수도, 어쩌면 바로 내일이 될 수 있지만 난 이제 후회 따위는 안 하고 살 거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 뿐이다. 사랑해 혜수야. 1분 1초도 쉬지 않고 사랑해'라는 독백을 끝으로 극이 마무리됐다.
김진민 PD의 호언장담은 정확했다. 김진민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이 시간대에 할 수 있으면서도 이 시간대 보지 못했던 드라마를 만드는 게 연출가로서의 전략이다. 재미없을 가능성은 제로다. 뻔하지만 뻔하지 않다”고 말했었다. 흔한 막장 전개가 펼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강한 자신감으로 답한 것이다.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다. 분명 뻔한 데 볼수록 뻔하지 않은 드라마가 맞았다. 방영 초반만 해도 이 드라마에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바람둥이 재벌남자와 가난하지만 억척스러운 싱글맘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라는 설정은 안 봐도 진부했다. 생판 모르는 남과 계약 결혼을 한 뒤 간이식을 하려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결혼계약’만의 마법이 발휘됐다. 여운을 주는 대사 하나 하나가 진부한 캐릭터를 개연성 있게 풀어냈다. 영화 같은 화면과 서정적인 음악도 잘 어우러졌다. 결말을 쉽게 예상할 수 없도록 한 흡인력 있는 전개 역시 장점이었다. 클리셰도 참신할 수 있음을 증명했고 통속 멜로에 목이 마른 시청자의 갈증을 채웠다.
섬세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호연, 궁금증을 유발하는 전개가 들어맞은 '결혼계약'은 재미없을 거라는 편견을 보란 듯 깨뜨리고 최고 시청률 22.9%까지 기록했다.
주위 인물의 깔끔한 마무리도 좋았다. 악녀, 삼각관계 같은 요소가 어김없이 등장했지만 막장의 선을 넘지 않았다. 혜수와 지훈의 훼방꾼 나윤(김유리)은 “이런 무모한 매달림으로 인생을 망가트리고 싶지 않다. 이 정도에서 끝내야 그나마 추억은 건질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적절한 때 물러섰다. 혜수의 전 시어머니 영희(정경순)도 죽음을 앞에 둔 혜수를 진심으로 걱정했다.
배우들의 절절한 연기도 한몫했다. 유이와 이서진은 17살 차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애절한 커플 케미를 발산했다. 잘 어울릴까 하는 우려를 지운 두 사람은 맞춤옷 입은 연기로 몰입을 높였다. 김소진, 김광규, 이현걸 등도 자연스러운 연기로 감초 노릇을 톡톡히 했고 귀여움의 대명사인 은성이 역의 아역배우 신린아까지 보는 재미를 더했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MBC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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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