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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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view] 옥상거지, 경로를 잠시 이탈합니다

기사입력 2016.03.03 13:00 / 기사수정 2016.03.02 11:41

한인구 기자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이옥합(29), 최상언(30), 김거지(본명 김정균·32)는 이름의 가운데 글자와 이름을 따 '옥상거지'를 결성했다. 김태성(26)까지 합류한 이들은 미국을 횡단하며 버스킹(길거리 공연)을 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옥상거지는 최상언의 제안으로 지난해부터 미국 여행을 계획했다. 네 명의 청춘은 악기에 꿈과 열정을 담은 채 삶의 경로에서 잠시 이탈하려고 한다. 엑스포츠뉴스와 미러볼뮤직, 네이버뮤직이 공동 기획한 '인디view' 아홉 번째 주자는 옥상거지다.

-반갑습니다. 간략한 소개 부탁해요.

▶(이옥합) 드러머이고요. 어떤 걸 말해야 하지…버클리 음대를 졸업해서 형들과 음악 활동을 하게 된 이옥합입니다.
▶(김태성) 벌써 당황하면 안돼(웃음).
▶(최상언)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입상한 '흔적'이라는 팀에서 노래하고 기타를 치는 최성언이라고 합니다.
▶(김거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대상에 빛나는 김거지입니다.
▶(김태성) 저는 어쩌다 보니 옥상거지에 합류하게 된 김태성이라고 합니다.

cf. 이옥합은 버클리음대에서 드럼 퍼포먼스를 전공했다. 뮤지컬 '메밀꽃 필 무렵' 레코딩 세션, 영화 '황구' 드럼 레코딩 세션, 영화 'The File' 퍼커션 레코딩 세션에 참여했다. 옥상거지에서는 퍼커션 파트를 맡고 있다.
그룹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최상언은 2011년 제22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입상한 뒤 EP '달려간다' '길', 정규 1집 'Save', 싱글 '이제 우린 우리가 아니게 돼요'로 활동했다.
김거지는 제22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EP '밥줄' '구두쇠'와 정규 1집 '달동네'를 발표했다. 김태성은 옥상거지의 막내이자 디자이너다.



-미대륙 횡단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된 것인가요.

▶(최상언) 제가…이제…그…이거는 너무 얘기를 많이 해서 식상하기는 한데…영웅담을 말하려고 하는 건 아니에요. 기타를 전공하고 연주자로 활동하다가 어느 날 손을 못 쓰게 됐죠. 의사와 상담을 하니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 무리하게 연습을 하다 보면 적은 확률이지만 병이 올 수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난치병이라고도 했죠.
내가 음악을 좋아해서 시작한 거예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다른 사람보다 잘하려고 하고, 대단한 사람에게 인정받으려고 음악을 했던 것 같아요. 물론 실력이 늘고 잘하게 됐지만, 몸을 갉아먹었던 거죠. 이제는 내가 좋아하고 재밌는 것을 하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에게도 가슴 뛰는 인생을 사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도전해야 할 것 같았어요. 우리가 하는 음악의 뿌리가 되는 미국에 가서 문화를 체험하고 싶었죠.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어쩔 수 없이 어깨에 들어갔던 '뽕'을 빼자는 생각도 있었고요. 고등학생 때는 공연을 보고 좋아서 뛰고 해드뱅잉을 했죠. 최근에는 팔짱 끼고 무대를 봤던 것 같아요. 마음속에서 다른 밴드를 평가했던 거죠.
미국에 가서 다양한 사람과 만나 표현하는 문화를 느끼고 싶었어요. 혼자라도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주변 음악인들과 버스킹을 하고 싶어서 10명에게 물어봤습니다. 처음에는 모두 함께하기로 했어요. 시답지 않은 장난으로 느꼈겠죠. 한두 달이 지난 후에도 계속 의사를 물어봤어요.
점점 한 명씩 '안 갈래'라고 말을 바꿨어요. 김거지와 이옥합에게도 3,4개월 동안 물어봤죠. 다른 이들과 달리 이 둘만 '가면 가지'라고 하더라고요. 계속 이야기를 하고, 판을 키우지 않으면 계획이 무산될 듯했어요. 그래서 고향 후배인 디자인하는 친구도 섭외한 거죠. 디자인을 하면 뉴욕 한번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옆구리를 찔렀어요. 멤버들 이름을 따서 '옥상거지'라고 이름도 지었습니다.



-세 멤버도 선뜻 미국 횡단을 결심했나요.

▶(김거지) 고민이 많던 차에 (최상언이) 미국 횡단 얘기를 했죠. 할 것도 없어서 가자고 했어요(웃음). 청춘을 아껴 쓰지 말자는 '구두쇠'라는 노래를 제가 썼어요. 근데 지금은 청춘을 아껴 쓰려는 사람이 됐죠. '나는 정말 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에너지가 있고 어떤 일을 하는데 내가 안 끼면 이상했던 거죠. 팝 음악의 뿌리에 대한 로망이 있다 보니 미국에 가서 꼭 경험하고 우리 노래를 부르고 싶었어요. 별거 아니더라도…그냥 별거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이옥합) 형들이 가자고 해서 가기로 했죠(웃음). 주체적인 것보단 타인에 의해 살아진 삶이 많았어요. 최근에 교제 중인 친구가 있습니다. 정말 행복을 느꼈죠. 그동안 '행복하다'라는 얘기를 해본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미국에서도 청춘을 느끼고 싶었어요.
▶(김태성) 상언 형을 잘 알아요. '가자'라고 하면 허튼 말을 하는 사람이 아녜요. (최상언이) 손이 안 좋아졌다는 얘기도 들었죠. 열정이 있고 뜨거운 형이어서 재밌고 좋은 청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어요. 저는 최근 몽골을 다녀왔죠. 나름대로 아등바등 살아왔는데, 그곳을 가봤는데 세상이 너무 넓더라고요. 뜨거운 형들과 미국을 횡단할 기회가 지금 아니면 없을 것 같아요.

cf. 옥상거지는 오는 4월 5일부터 5월 3일까지 LA를 출발해 뉴욕에 도착하는 미국 횡단 여행을 한다. 이들이 거쳐 갈 도시들의 선을 이으면 'W'자가 그려진다.



-버스킹 투어의 루트가 궁금합니다.

▶(최상언) 순댓국에 소주를 마시면서 계획했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로망, 미국에 대한 낭만이 깃든 곳을 들려보려고요. 방문하는 곳 중에는 그랜드 캐니언도 있는데, 광활한 것에 대한 낭만이 있죠. 각자 좋아하는 스포츠팀의 연고지와 영화, 노래 가사에 나오는 지역 등을 우선해서 루트를 짰어요. 이 루트를 이으면 W 모양이죠. 사실은 '옥상거지'처럼 큰 의미를 두고 이름을 짓는 건 아녜요. W 모양이 되다 보니, 횡단하고 나서 앨범을 내면 앨범명을 'W로 하면 되겠다'라는 의견도 있죠. 방문할 도시들은 어느 정도 수정이 될 것 같기도 해요. 우선은 우리가 부르는 노래 가사에 나오는 지역을 가서 노래하려고요.

-준비한 공연 곡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최상언) Neil Young의 'Ohio', John Denver의 'Take Me Home, Country Roads', Starsailor의 'Boy In Waiting' 등이 있죠.
▶(김거지) 개인적으로는 저희 곡을 많이 쓰고 싶어요. 여행 전 공연을 하는 것에 맞춰서 노래도 썼죠. 상언이 곡도 있고요. 옥합이가 영어 노래 가사를 번역해서 한 것 중에 괜찮은 것도 가끔 있죠(웃음). 한국어로 부르든, 영어로 부르든 미국에서 새로 만든 곡을 불렀으면 해요. 현지에서도 곡을 계속 만들고 연습해서 버스킹할 수도 있고요. 저는 협업을 잘 못 하는 사람인데, 친한 동생들이니까 함께하는 용기를 내는 것 같아요.

-구체적인 버스킹 장소가 있나요.
▶(최상언) 총 안 맞을 곳, 안 다칠만한 곳. 일단은 살아오는 것이 중요하죠(웃음).

-여행이 시작돼야 큰 그림도 그려지겠죠.
▶(최상언) 출발 전까지는 그림이죠.
▶(이옥합) 미국에 가봐야 모든 것이 펼쳐지는 거예요.
▶(최상언) 김거지가 해외 첫 여행인데, 초심자의 행운을 바라죠(웃음).



-지난 1월 31일에는 쿡콘(Cook Concert·요리하는 공연)인 '오늘 뭐 먹지' 콘서트를 진행했어요.
▶(김태성) 미국에 가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고민한 끝에 먹고, 자고, 이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죠. 먹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음식으로든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하죠. 먹는 것으로 공연한 겁니다. 공연 중에 요리하면서 관객과 음식을 나눠 먹는 게 재밌을 것 같았어요. 저희의 미국 횡단 길이가 대략 8000km예요. 차 안에서 있는 시간이 많은 거죠. 그래서 두 번째 공연을 차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콘셉트로 했어요.

cf. 옥상거지는 첫 공연인 '오늘 뭐 먹지'에 이어 2월 27일에는 두 번째 공연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를 개최했다.

▶(최상언) 저희가 한 번 만나면 6시간씩 회의를 해요. 너무 재밌어서 시간이 그냥 지나가죠. 힘든 것도 별로 못 느껴요. 마음이 뜨거우니까 자동적으로 열심히 하게 되는 거죠. 미국 가기 전에 세 번의 콘서트를 합니다. '차에서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두 번째 공연을 준비했죠. 공연 이름을 짓다가 내비게이션 이야기가 나왔어요.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로 정했죠. 우리가 지금 미국을 가려고 하는 것이 사실 일반적인 사람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에요. 생업도 놓고 가야 해서죠. 이 여행 자체가 경로를 이탈한 것 같았습니다.
▶(김거지) 미국 횡단을 하면서 팟캐스트로 진행 상황을 올릴 계획도 있어요. 어떻게든 기록을 남기고 싶습니다. 공연도 기록의 일환인 거죠.

-모든 길을 자동차로 이동하는 건가요.
▶(최상언) 그렇죠.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럴 바에 큰 도시는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이 경비나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 아니냐고 했죠. 하지만 저희가 하고 싶은 것은 관광이 아녜요. 비행기로 이동하면 시간이 남아서 관광을 할 것 같았어요. '횡단'이라는 말이 주는 낭만이 있죠. '미국에 우리가 달리는 바퀴 자국을 남기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차로만 이동하자고 한 겁니다.



-서른 살. 이런 도전을 결정하기 쉬우면서도 어려운 나이일 듯해요.
▶(김거지) 청춘이라고 하기엔 늙은 것 같고 중년이라고 하기엔 젊은 나이죠. 삶에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고민할 때 그저 낭만, 도전, 열정 속에서 음악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오롯이 그쪽으로 가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대신 마음이 떠나는 것에만 맞춰진다면 고민할 것이 없는 일이죠.
▶(최상언) 옥상거지 멤버들과 메신저로 글을 쓰다 보니 제 생각도 정리됐죠. 나이에 대한 개념이나 관념이 별로 없었는데, '내가 서른 살이구나' 했어요. 이성적이고 낭만적일 수 있는 나이라고 봤죠. 그때부터 나이를 체감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옥상거지의 자작곡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나요.
▶(김거지) 처음에는 커버곡만 해도 재밌었는데,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내야겠다는 생각은 했죠. 영웅담 같아 보일까 곡을 잘 못 쓰겠어요. 그래도 해야 되지 않나 싶어요. 곡을 쓰는 중이긴 하죠. 여행을 떠나기 전에 싱글 앨범을 냈으면 해요. 원래는 내자고 했는데 어떻게 될진 모르겠어요.
▶(최상언) 낼 겁니다. 4월에 냅니다(웃음). 최대한 노력을 할 거예요. '우리'라는 것을 묶어줄 수 있는 앨범이고, 견고해질 테니까요.

-음악 외의 준비 상황도 궁금합니다.
▶(김거지) 리워드 펀딩이나 공연 수익을 통해 비용을 마련하고 있어요.
▶(최상언) 개인적으로 모은 돈도 더하려고요.
▶(김거지) 어떻게든 비용은 모자랄 듯해요.
▶(최상언) 돈은 넘치는 것보다 모자랐으면 하죠.



-미국 횡단 프로젝트가 끝날 때 어떤 느낌이 들까요.
▶(김거지) '내년에도 또 해보자'라는 얘기를 할 만큼 그 정도로 좋았으면 해요. 멤버들과 장난스럽게 '칠레에 가서 삼겹살을 먹고 오자'고도 했죠. 제 음악과 인생이 성숙할 수 있었으면 하고, 여러 곳에서 만든 음악을 연주하는 일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최상언) 갔다 와서 생길 좋은 일, 나쁜 일을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미리 구상하면 미국에 가서도 행동이나 생각들을 계산할 듯하죠. 더 순수하지 못해질 것 같아요. 일단 다녀와서 생각해보고 싶어요.
▶(김태성) 다시 돌아오면 그때부터 에세이, 영상, 사진집을 하고 싶어서 어쩔 줄 몰랐으면 해요. 빨리 우리들의 시간과 이야기들을 모아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죠.
▶(이옥합) 여행 준비를 매년 해외를 나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죠. 앞으로 여러 나라로 여행을 다니고 싶네요.

-남자 네 명이 모여 여행을 떠납니다. 그 과정에서 혹시 싸우진 않을까요.
▶(최상언) 거기까지는 생각은 안 해봤는데….
▶(김태성) 싸울까요? 안 싸울 거 같은데…옥합 형이 코 골면 싸울 것 같긴 해요(웃음).
▶(최상언) 돈은 제가 관리해요. 저 때문에 다 풀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옥합) 밥은 먹어야죠(웃음).



in999@xportsnews.com / 사진 = 옥상거지 ⓒ 권혁재 기자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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