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감성은 더해지고, 열정 또한 무르익은 시간들이었다. "필모그래피 중 손에 꼽을 정도로 행복하게 촬영했다"는 말처럼, 사랑을 듬뿍 받았던 현장 분위기가 배우 임수정의 이야기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10개월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임수정이 영화 '시간이탈자'(감독 곽재용)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지난 13일 개봉한 '시간이탈자'는 임수정을 비롯해 조정석, 이진욱 등 출연진은 물론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 등으로 남다른 감성을 선보여 온 곽재용 감독의 작품으로 일찍부터 주목받아왔다.
결혼을 앞둔 1983년의 남자(조정석 분)와 강력계 형사인 2015년의 남자(이진욱)가 서로의 꿈을 통해 사랑하는 여자(임수정)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간절한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은 '시간이탈자'에서 임수정은 두 남자가 간절한 추적을 벌이는 이유가 되는 1983년의 윤정과 2015년의 소은으로 1인 2역 연기를 펼쳤다.
▲ "'시간이탈자'의 새로운 시도, 의미 있는 도전"
'시간이탈자' 개봉 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수정은 "제작이 1년 전에 완성됐고, 지금 개봉하게 됐다. 굉장히 몰입감 있게 봤다"며 완성된 작품을 접한 소감을 전했다.
임수정은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당시부터 작품에 끌렸던 마음을 떠올리며 '시간이탈자'가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좋은 시도를 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감독님의 감성이 워낙 잘 녹아있는 작품이어서,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부터 정말 반가웠어요. 사실 스릴러나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복합적인 장르들이 많이 익숙해져 있는 상황인데, 거기에 로맨스라는 감성을 넣었다는 것이 굉장히 좋은 시도라고 생각했죠. 어쨌든 사랑, 멜로, 로맨스라는 것이 없어서는 안 될 감정이고 또 소재잖아요. 그런 것들이 여러 장르에 절묘하게 어우러져서 인정받는다면 또 다른 좋은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작품 속에서 상대 배우와의 남다른 조화로 주목받아 온 임수정은 '시간이탈자'에서도 조정석과 이진욱, 두 사람의 사랑을 모두 받으며 존재감을 발휘한다.
1979년생인 임수정과 1980년생인 조정석, 1981년에 태어난 이진욱까지. 크지 않은 나이차이는 이들이 1980년대의 정서를 함께 공유하며 스스럼없이 어울려 최고의 호흡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이 됐다. 여기에 곽재용 감독은 "함께 일하고 싶은 배우"라고 임수정을 칭찬하며 작품을 함께 한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거듭 전한 바 있다.
"정말정말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제 필모그래피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요.(웃음) 곽재용 감독님도 오랜만의 한국 복귀셨는데, 영화계에 워낙 오래 계신 분이니 관록이 어마어마하시잖아요. 감독님의 리더십으로 배우들뿐만 아니라 전 스태프가 똘똘 뭉쳐서 한 번에 쭉 가는거죠. 그러다 보니 현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할 수밖에 없었어요. 저는 안 그래도 두 시대를 오가면서 두 배우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는데, 감독님까지 예뻐해 주시고 스태프들까지도 사랑해주셨으니, 정말 많이 웃으면서 행복하게 촬영했죠."
곽 감독은 임수정에게 1983년의 윤정과 2015년의 소은을 다른 듯 하면서도 비슷하게 연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임수정은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부담을 떨치고 편안하게 연기하려 했다"며 캐릭터에 몰입했던 과정도 함께 전했다.
"직업이 화학 교사인 윤정이는 (소은이보다) 약간 더 소녀 같은 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감독님 주문도 있었고요. 내 남자 앞이라고 해도 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소녀성을 가진 게 윤정이라면 소은이는 요즘 여자답게 '보고 싶어요', '어디예요', '와서 밥 먹어요'란 대사를 스스럼없이 할 정도로 좀 더 활발하고 솔직한 면이 있죠. 그런 부분에 미세하게나마 차이를 주려고 했어요."
외적으로 같은 단발머리의 헤어스타일을 한 윤정과 소은이지만, 30년의 차이가 서로 비슷하지 않게 표현될 수 있던 것은 소윤과 윤정이 가진 모습의 가이드라인을 정확히 잡아 준 곽 감독과 이 차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표현한 임수정의 노력이 있어 가능했던 결과였다.
▲ "모두에게 인정받는 작품 만드는 것이 꿈"
'시간이탈자'를 보며 임수정 자신도 '시간'이라는 것이 주는 메시지를 떠올려봤다. '바꾸고 싶은 과거가 있냐'는 물음에그는 "그렇게까지 (바꾸고 싶다고) 생각을 해 본적은 없다"고 얘기했다.
"시간을 주제로 한 영화들에서는 과거를 바꾸면 현재가 바뀐다든지 하는 어떤 중요한 메시지들을 던져주잖아요. 그렇지만 내가 원하는대로 현재가 되지 않을 수 있는 우려도 있기 때문에, 저는 바꾸지 않고 제 주어진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살 것 같아요."
2001년 데뷔 이후 어느덧 15년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연예계 대표 동안'이라 불리는 변함없는 미모만큼이나 연기를 대하는 태도, 또 배우라는 직업이 자신에게 주는 에너지를 느끼는 마음의 그릇도 더 넓어졌다.
"'한결같다', '소녀같다'라는 말씀을 해주시는데, 그 이야기에 저는 만족해요.(웃음) 여배우라는 말이 어떤 것을 규정짓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하지만, 저는 그 말도 스스로는 좋게, 또 자랑스럽게 느끼려고 생각하죠. 영어로도 남자배우는 액터(Actor), 여배우는 액트리스(Actress)라고 부르잖아요. 여배우가 주는 어떤 존재감이나 영향력이 분명히 있다고 봐요. 사랑받는 대상이기도 하면서 또 어떨 때는 엄마처럼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역할이 주어질 때가 있거든요. 어쨌든 여배우라는 이름으로 15년 정도 지내오면서 제게 한결같이 남아있는 어떤 모습을 봐주신 거라면 정말 감사하고, 저 역시 그런 감성적인 부분에서는 늙고 싶지 않아요. 소녀성도 제 안에 아직 있는 것 같고요.(웃음)"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임수정이 앞으로 그리고 있는 미래로 이어졌다. 여기에는 그가 하고 싶은 연기, 또 지향하는 삶의 방향 등이 모두 포함돼있다. 민낯 사진과 함께 나이를 들어가는 것에 대한 소신을 담담하게 밝힌 그의 SNS 이야기도 함께였다.
"여배우는 여배우지만, 여자 임수정도 중요한거죠. 지금 내 나이가 20대만큼 젊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내마음과 뇌는 마냥 어린 건 아닌, 이런 모든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제 30대가 감사하더라고요. 30대 내내 조화롭게 사는 방법을 찾았고, 찾는 과정을 겪었죠. 그 과정 속에 있어요. 20대 때는 정말 일 밖에 몰라서 커리어 쌓기에만 급급했는데, 30대는 여유를 갖고 활동하다 보니 노출의 빈도수가 이전보다 적어졌죠. SNS를 시작한 것도 소소한 제 일상을 보여주면서 (기다리는) 팬들 마음을 위로해주기 위해서였어요."
2004년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끝으로 지난 12년간 스크린에만 모습을 비췄던 임수정은 많은 가능성들을 열어놓고 다음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드라마 출연도 그 중 하나다.
"지금 10대나 20대들은 제가 어떤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를 거예요.(웃음) 드라마도 진짜 좋은 작품을 만나면 하려고 목표를 정했거든요. (예전보다) 환경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조금 더 용기를 내서 좋은 작품을 만나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돌아보니 또래 여배우들은 모두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고 있는데, 전 제 것에만 몰입하느라 너무 늦게 깨달은 거죠. 결국 배우는 드라마가 됐든 영화가 됐든 연기할 수 있는 무대에 서는 것이 맞는 것이니까요."
임수정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정말 큰 소망은 또 있다. 40대가 되기 전,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대표작을 만드는 것. 꾸준한 임수정의 발걸음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제가 욕심이 많아요.(웃음) 영화로 치면 스코어도 잘 나오고, 관객이나 관계자 모두가 '엄지 척'하는 작품 있잖아요. 드라마는 좋은 작품을 만난다면 제게는 또 하나의 도전이 될 테고요. 저에게 진짜 몇 년 안에 연기적으로나 작품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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