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은혜 기자] 아마도 '욕하면서 본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 드라마 작가는 김순옥 작가가 아닐까.
지난 28일 51부를 마지막으로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이 종영됐다. 종영 직전까지 종잡을 수 없는 전개에 그 결말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지만 기대와 달리(?) 마지막회에서는 악인들의 참회와 회개가 이어지며 조금은 허무하게 권선징악으로 드라마가 매조지어졌다.
'금사월'의 결말에 더욱 시선이 집중된 것은 아마도 김순옥 작가의 많은 전작들에서 황당하면서도 실소를 자아내는 드라마의 끝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허무맹랑한 결말은 김순옥 작가가 마주해야했던 '막장 논란'에 방점을 찍는 순간이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장면이 바로 2009년 SBS에서 방송됐던 '아내의 유혹'의 엔딩이다. '막장드라마의 원조' 격으로 불리는 이 드라마에서 구은재(장서희)를 괴롭혔던 신애리(김서형)가 바닷가에서 자살을 하고, 이를 말리던 정교빈(변우민)이 함께 죽는다. 그리고 구은재와 민건우(이재황)이 하늘을 바라보는 마지막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여러가지 의미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이후 2014년 MBC '왔다! 장보리'의 마지막에는 문지상(성혁)이 배 농사를 지으며 살다가, 연민정(이유리)과 똑같이 생긴 농장 체험 학습을 온 유치원 선생님을 보고 놀라는 장면이 그려진다. 연민정의 얼굴에 점 하나를 찍은 이 여성의 이름은 '민소희'였고, '아내의 유혹'을 봤던 시청자들로 하여금 또다시 실소가 터져나오게 하는 엔딩이었다.
이 드라마들에 비하면 '금사월'의 결말은 지극히 정상적이었을 지 모른다. 악인들이 심판을 받고, 회개하는 '권선징악'이 실현됐다. 하지만 51부 중 50부를 오락가락하다가 단 한 회만에 마무리되는 설정은 소위 말하는 '고구마'를 내내 먹다가 '사이다'를 단 한 방울 맛본 듯해 개운치는 않았다.
단순히 설정이 비현실적이라거나, 코믹적인 요소가 너무 많이 들어갔다고 해서 막장이라고 하기에 '금사월'에서는 캐릭터 본연의 성격까지 뒤흔드는 개연성 없는 전개가 너무 많이 이뤄졌다. 특히 주인공인 금사월(백진희)과 그의 파트너 강찬빈(윤현민)의 답답한 행보는 '암사월', '암찬빈'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었다.
'내 딸, 금사월'은 종영하기까지 '내 엄마, 신득예', '내 딸, 금사월 친구 주오월' 등 여러가지로 타이틀로 불리며 조롱을 당했다. 이것이 곧 '금사월'이라는 드라마의 뿌리와 줄기가 튼튼하지 못한 상태로 이리저리 휘둘리며 전개됐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순옥 작가는 이번에도 '막장'이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아니, 막장이란 단어와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했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MBC 내 딸, 금사월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