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누구냐, 넌?"
박해진의 이중성이 수상하다. 그는 현재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에서 유정으로 분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유정은 공부를 잘 하고, 수려한 외모를 겸비했다. 엄청난 경제력을 지닌 집안을 배경으로 두는 등 모든 것을 갖춘 남자로 보인다. 그가 다니는 연이대학교에서 이미 소문난 '킹카'이며, 선망의 대상의 일거수일투족은 뭇 여성들의 안주 거리다. 훈훈함으로 완전 무장한 그는 존재만으로도 유혹의 향수를 뿌린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도저히 방심할 수가 없다. 현재까지 비쳐진 유정은 장미꽃 한송이와 같다. 넋을 잃게 할 정도로 아름답지만 분명 그 속에는 피를 흘리게할 정도의 날카로운 가시를 품고 있다.
홍설(김고은 분)이 꿰뚫어 보는 이중 인격은 유정이라는 캐릭터를 독이 든 성배로 만드는 요인으로 꼽혔다. 다양한 감정선을 잘 소화해 낸다면 더할 나위 없이 극을 휘어잡는 최고의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것이고, 반대의 경우라면 기대가 높은 웹툰 원작의 팬들에게 뭇매를 맞을 것이 당연했다.
'무조건 1순위'였던 박해진은 유정의 옷을 입은 뒤 "내가 해 본 역할 중 가장 어려운 것 같다"고 부담감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뚜렷한 뭔가를 정해서 보여주지 않으면 이도 저도 아닌 캐릭터가 나올 것 같아 명확히 하는 작업을 거쳤다"고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였다고 알렸다.
왕관을 쓴 박해진은 그 무게를 잘 견뎌내고 있다.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눈빛은 선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달달함과 섬뜩함을 홑뿌린다. 거침없이 홍설에 다가가며 환한 미소를 짓는 유정은 따뜻하고 다정하다. 우왕좌왕하는 여후배의 지원군으로, 신데렐라로 만들어주는 든든한 선배다.
아직 칼을 빼들진 않았지만, 유정이 뿜어내는 냉기는 '로맨스릴러' 장르를 드러낸다. 표정 변화는 로맨스와 스릴러를 가르는 주요 척도로 작용한다. 전작인 '나쁜녀석들'의 이정문 역을 연상케 하며, TV 화면 우측 상단 위의 tvN 로고가 순간적으로 OCN으로 보이게 하는, 신기하고도 무서운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소름끼치는 한 남자의 이면은 심야 시간대를 더욱 오싹하게 한다. 유정은 타인을 이용해 홍설을 괴롭히고, 자신의 성향에 맞지 않는 이들과는 가차없이 거리를 두며 경계한다. 홍설도 이 점을 주저했지만, '내 남자'로 생각하고는 안심한 뒤, 달달한 로맨스는 급격하게 불이 붙었다. 그럼에도 물음표를 가득 안고 사는 남자친구에겐 시한 폭탄이 잠재돼 있다.
유정의 과거를 알고 있는 백인호(서강준), 백인하(이성경), 허윤섭(이우동), 공주용(김기방)의 발언에서 무시하지 못할 후폭풍이 감지된다. 게다가 문제아 오영곤(지윤호)의 가세는 유정의 정체를 정황으로만 파악하고 있는 홍설에게 확인 사살을 해 줄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 유정이라는 인물을 뚜렷하게 정의할 수 있는 지칭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 듯하다. 풋풋한 러브라인과 함께 도저히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이상야릇한 그의 에피소드가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저 멀리 어딘가에서 알 수 없는 눈빛을 뿌리는 유정과 함께 흐르는 불가사의한 느낌의 배경음악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박해진이 설치한 음산한 덫은 '치즈인더트랩'의 개성이자, 쉽게 헤어나오기 힘든 늪이다.
drogba@xportsnews.com / 사진 = '치즈인더트랩' 홈페이지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