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허윤영 기자] '역주행'은 가요계에만 있지 않다. 연극 무대에서 내공을 쌓아 스크린과 브라운관으로 진출하는 배우들과 달리 박소담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활약한 뒤, 연극 무대로 향해 '역주행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박소담은 지난 해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감독 이해영)'을 시작으로 '베테랑(감독 류승완)'에서 앳된 막내 역으로 나와 조태오(유아인 분)에게 조롱 받으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사도(감독 이준익)'에서는 후궁 문소원 역으로 등장해 영조와 인원왕후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며 쟁쟁한 배우들 틈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박소담은 문자 그대로 '신들린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해 개봉한 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에서 귀신들린 여고생 영신 역을 맡아 4개 국어를 직접 연기하며 '강동원 보러 갔다가, 박소담에 놀랐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어 박소담은 브라운관으로 향했다. KBS 드라마스페셜 '붉은 달'의 화완공주 역을 맡아 오빠인 세자선(김대명)을 걱정하는 마음 여린 동생의 모습을 보여줬다. '붉은 달'을 통해 브라운관 첫 데뷔 신고식을 치르며 박소담은 극장가 관객들에 이어 안방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올해 박소담은 차기작으로 연극을 택했다. 뱀파이어 소녀와 외톨이 소년의 매혹적이고 잔인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렛미인'에서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 역을 맡았다. '연기 기대주'라는 후광을 업고 쉽게 연극 주연으로 발탁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박소담은 지난 해 10월 600명이 넘는 지원자들과 경쟁한 오디션에 합격해 당당히 '렛미인'의 주연에 이름을 올렸다.
보통 연극 무대에 있다가 브라운관과 스크린으로 데뷔해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배우들이 되는 것과 달리, 박소담은 스크린에서 브라운관으로, 또 연극 무대로 향하는 '역주행 배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소담은 지난 13일 '렛미인' 연습실 공개 현장에서 "원래 학교에서 연극을 배웠는데 관객과 만나는 떨림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어느 순간 영화나 카메라 연기를 하고 있더라. 계속 무대에 대해 갈망이 있었는데 이번에 큰 작품이 초연된다고 해서 임하게 됐다"고 밝히며 '연기 모범생' 다운 모습을 보였다.
박소담은 여배우지만 화려한 역할이나 예쁜 역할에 욕심내기 보다는 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자신의 출연작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고 있다. 지난 해 기대주로 떠올랐다면 올해는 기대주가 아닌 '믿고 보는 배우'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박소담의 행보를 주목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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