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정지원 기자] 방송인 전현무에게 휴식이 필요하다. 몇 개의 프로그램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여론을 살필 수 있는 시간을 내야한다.
또 한 번 무례했다. 온라인상 여론은 들끓고 있다.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된 제25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에서 또 실언을 했기 때문이다.
전현무는 시상식 시작과 동시에 MC 하니에게 공개연인 김준수를 언급했다. 아이돌에게 치명적이고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주제를 생방송에서 꺼냈다. 전날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열애 스토리를 공개한 후 잔뜩 얼어있었을 하니를 향한 배려는 일절 없었다. 브라운관을 통해서도 하니의 '멘탈붕괴'가 눈에 보였다. 결국 하니는 눈물을 흘렸다.
거기까지만 했으면 그나마 나았을 터. 전현무는 EXID의 본상 수상 후 MC석에 돌아온 하니에게 "누가 생각나냐"고 물었고, 하니는 팬과 부모님을 언급했다. 그러자 전현무는 또 한 번 짓궂게 "또 떠오르는 사람 없냐"고 되물었다. 결국 하니는 모든 걸 포기한 듯 "인기상 수상하십니다. 자랑스럽습니다. 그 분"이라 말하며 김준수를 언급했다. 아마 짧게 잘린 영상만 보더라도 그 분위기 익히 짐작 가능할 것이다.
2006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만 봐도 얼추 10년이 넘는 방송생활이다. 프리랜서 선언이 2012년이니 예능 전향한지도 어느덧 4년이다. 연예계 돌아가는 섭리나 상황 대충은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아이돌에게 연애가 얼마나 예민한 문제인지, 자신의 재치와 순발력 떠나서 편집 불가한 생방송에서 사전 합의 없이 그런 주제를 던지는 게 얼마나 무례한 것인지, 상대가 당황한 걸 알면서도 재차 질문하는 게 얼마나 눈살 찌푸려지는 일인지. 결코 모를 수 없다.
전현무의 여론이 현재 유독 더 부정적인 이유는, 그가 무례한 언사로 인해 사과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현무는 지난 해 SBS 연예대상 진행자로 무대에 올라 선배 방송인 강호동에게 예의없이 발언했다는 여론의 지적에 SNS를 통해 공식 사과했다. 사과문은 깔끔했다. 자신의 잘못 인정하고 경솔한 언행 없도록 주의하겠다는 내용이 주였다.
사과문은 깔끔했으나 그걸 고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책임감이 틀린 방향으로 나간 것일까. 아니면 또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하니에게 짓궂은 장난을 친 것일까. 몇 번 양보해서 전현무의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이해가 쉽지 않다. 덧붙이자면, 시간 배분을 위해 시상자 멘트를 자르는 건 노련해보였으나, 수상의 기쁨을 안은 수상자 멘트 도중 수 차례 끼어드는 것도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남들을 웃기기 위해 또 다른 남에게 상처를 줄 필요 있을까. 이 세상엔 남들에게 상처주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재미를 주는 예능인 많다. 설령 폭로와 디스 할지라도 적정선 지키는게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 전현무에게는 여론을 살필 시간, 또 자신의 예능 방향성을 다시 재구성할 시간이 필요해보인다. 지금의 전현무라면, 생방송 MC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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