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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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베르테르' 이토록 애끊는 외사랑이 또 있을까

기사입력 2015.12.03 09:21 / 기사수정 2015.12.03 11:16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고전이라 하면 흔히 고루하고 통속적인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고전에 담긴 낭만적인 감수성은 현대까지도 유효하다.

괴테의 고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무대로 옮긴 창작 뮤지컬 '베르테르' 역시 애잔하고도 지고지순한 사랑을 드러내며 관객의 감성을 건드린다. 이토록 깊은 외사랑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열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친다. 집착으로 보일 수도 있을 만큼의 깊은 사랑과 고뇌는 인스턴트적인 사랑이 난무하는 현대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아날로그적인, 애끊는 감성을 전한다.

주인공 베르테르는 절대적인 사랑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남자다. 우연히 만난 롯데에게 반한 그는 롯데에게 약혼자 알베르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랑을 접지 못한다. 롯데 역시 모호한 태도로 베르테르를 대한다. 베르테르가 막상 사랑을 고백하자 아무것도 몰랐다는 듯 순진한 표정을 짓는다. 

이 작품에는 베르테르 외에도 카인즈라는 이름의 천한 정원사가 등장한다. 주인집 여인과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번민하다 살인을 저지르고 결국 처형된다. 카인즈와 베르테르의 사랑은 닮아 있다. 카인즈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 베르테르는 그의 사랑을 독려한다. 처형 위기에 놓였을 때도 그를 위해 적극적으로 변론하지만 결국 카인즈는 죽고 만다. 분신과도 같았던 카인즈의 죽음, 그리고 연이어 일어난 베르테르의 자살까지, 극은 비극으로 마무리된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기에 여운은 배가 된다. 

극적인 재미나 볼거리가 화려한 뮤지컬을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을 터다. 인물들의 특별한 이야기가 등장한다기보다는 베르테르라는 한 남자의 감성을 중심으로 극이 펼쳐진다. 그러나 그 감성이 너무나 절절해서 숨을 죽이고 그의 감정선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금단의 꽃’, '내 발길이 붙어 뗄 수가 없다면', ‘얼어붙은 발길’, ‘달빛 산책’, ‘하룻밤이 천년’ 등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실내악 선율이 더해져 서정적인 분위기를 돋운다.

설렘, 좌절, 슬픔, 절망까지 베르테르의 질풍노도 사랑은 군더더기 없는 무대와 대비돼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배우들의 감정 연기가 중요한 극에서 엄기준은 섬세한 연기로 베르테르의 심리 변화를 표현한다.

내년 1월 1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155분, 만 7세 이상, 공연 문의; 02-1544-1555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CJ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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