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걸그룹 걸스데이 혜리가 연기력과 여주인공이라는 불안함을 신뢰로 완전히 탈바꿈 시켰다. 이미 '덕선맘'을 자처하는 시청자들이 줄을 섰다.
지난 6일 tvN 새 금토드라마 '응답하라1988'이 막을 올렸다. 방송 전부터 관심을 끈 것은 여주인공으로 낙점된 혜리였다. 앞선 시리즈의 정은지와 고아라가 복고 여신으로 거듭난 만큼, 혜리에게 거는 기대와 불안함이 공존했다. 혜리는 앞서 JTBC '선암여고 탐정단', SBS '하이드 지킬 나'에 출연했었지만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였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응답하라 1988' 0회에서 연기가 하고 싶다고 말하며 쉴 새 없이 캐릭터를 연구하고 연습하던 혜리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1회에서 혜리는 성덕선 그 자체라는 평을 받으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혜리가 맡은 성덕선은 성동일-이일화 부부의 둘째딸로 곱상한 외모와 달리 '특별히 공부 못하는 대가리'라는 뜻의 특공대란 별명을 지닌 인물.
남다른 외모로 88 서울 올림픽 피켓걸에 뽑혀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서 지각 한 번 없이 성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한 덕에 자신이 맡은 국가의 불참에도 대타로 뽑혀 들어갈 수 있었다. 언니 보라(류혜영)와는 밥 먹다가도 싸우지만 올림픽 개막식에서 숨진 비둘기들을 묻어주기 위해 데려올 정도로 착한 성품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혜리가 표현한 성덕선의 캐릭터는 대한민국 '둘째'들을 모두 울렸다. 언니와 생일을 같이 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가족들은 덕선의 마음을 몰라줬다. 윗 집 성균이 덕선 먹으라고 준 통닭도 다리 두개는 보라와 노을(최성원)의 몫. 덕선도 계란 프라이를 좋아했지만, 보라와 노을을 위해 양보했다. 대신 그 앞에 놓여진 것은 콩자반. 아빠 성동일은 동생에게만 몰래 월드콘을 사주고 있었다. 속상함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트리며 울분을 토하는 순간 혜리의 연기력 논란은 쑥 들어갔다.
발성이나 발음에 약간의 아쉬움은 남을 수 있어도 혜리가 표현하는 덕선은 모두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드센 언니와 관심 받는 막내 사이에 치이는 둘째의 설움은 온 몸으로 담아냈다. 언니의 화장품을 훔쳐쓰며 요조숙녀가 되길 꿈꾸는 특공대 혜리는 충분히 사랑스러웠다.
신원호 PD는 "혜리가 가지고 있는 면모가 우리가 강조하는 일상 연기와 부합할 것 같았다. 연기를 배워가면서 쌓은 틀과 관습적인 부분 대신 자유로운 측면이 보였다"며 "혜리에게 늘 '배우지 말라'고 얘기한다.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부분의 고등학교 2학년 톤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신원호 PD의 눈은 적중했다. 혜리는 1회 만에 우려를 완벽히 씻어내며 '응답'시리즈의 수혜자가 될 준비를 마쳤다.
한편 '응답하라 1988'은 매주 금, 토요일 오후 7시 5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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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